고양시는 어떻게 언론을 길들이고 있나

‘부정적 내용’이 광고배제 기준  
특정언론 지목해 언론중재위 제소
1회 제소해도 3년간 광고 배제  
실제로 고양신문에 기사 4건 제소  

[고양신문] 고양시가 비판적인 언론사에는 행정광고비를 일절 지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론중제위 제소까지 해가면서 언론사를 길들이는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가 매일 배포하는 홍보성 보도자료를 추가 취재 과정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사에게는 시민세금으로 충당되는 행정광고비를 지급하면서 비판언론에게는 재갈을 물리는 행태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행정광고비와 언론중재위 제소를 무기로 고양시의 이러한 언론사 길들이기는 시가 최근 시의회에 제출한 ‘2025년 행정광고 집행내역’과 ‘행정광고 집행계획’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광고비’라는 당근과 ‘언중위 제소’라는 채찍 
이 자료에 따르면, 고양시가 행정광고에서 언론사를 배제시키는 첫 번째 기준으로 ‘시 정책에 대해 불균형적인 시각으로 부정적인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도한 언론사’로 정하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불균형 보도를 시정하는 경우 행정광고 시행이 가능하고, 1년 이후에도 불균형 보도가 시정되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고양시의회 한 의원은 “여기서 ‘시 정책에 대한 불균형적인 시각’이라는 말은 ‘비판적 시각’을 빗댄 고양시의 ‘아전인수’식 언어다. 민선8기 이후 시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고양신문 등 비판언론 등을 겨냥한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가 행정광고에서 언론사를 배제시키는 또 다른 기준은 언론탄압에 가깝다. ‘고양시가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거나 최근 2년 이내 사실 왜곡 또는 허위·과장 보도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결정 처분을 받은 언론사’로 정하고 있는 기준 때문이다. 

고양시는 ‘언론중재위 제소’라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특정언론을 보다 직접적으로 행정광고에서 배제할 수 있게 됐다. ‘허위·과장 보도’를 했느냐에 상관없이 시가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기만 하면 행정광고 배제대상이 된다. 

실제로 고양시는 지난해 11월 고양신문 기사 4건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4건 중 1건은 시가 언론중재위 제소를 중도 포기해고, 나머지 3건 역시 사실 왜곡으로 인한 정정보도 결정이 없었다. 일부 기사에 대해 시의 반론 입장을 첨부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준에 따르면 고양신문은 시의 행정광고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언론중재위 조정·결정 처분을 1회 받은 경우 3년간 행정광고 중지, 2회 받은 경우 5년간 중지, 3회 받은 경우 10년간 중지한다는 기준까지 정해놓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중재위 제소는 시 의도에 맞게 언론사를 길들이기 위한 겁박 수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 언론홍보담당관 담당자는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기 전에 유선상으로 해당 언론사에 수정을 요청한다. 그래도 수정하지 않을 경우에만 언론중재위에 제소한다”고 말했다.   

홍보성 보도자료만 재생산, 시민 알 권리 차단 

고양시는 중앙언론사, 지방일간지, 뉴스통신사, 인터넷언론사를 철저히 구분해 광고단가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올해 지급되는 1회 광고단가를 중앙언론사 660만~220만원, 지방일간지 440만~165만원, 뉴스통신사 440만~110만원, 지방주간지와 인터넷언론사 330만~110만원으로 정해 지급하고 있는 것. 같은 중앙지, 지방지, 혹은 인터넷매체라 하더라도 시 보도 건수, 포털사이트 노출여부, 정부광고지표, CPM(노출당 비용) 등에 다른 가중치를 부여해 언론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광고단가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고양시는 중앙언론사, 지방일간지, 뉴스통신사, 인터넷언론사를 철저히 구분해 광고단가를 차등 지급하고 있고 있다.
고양시는 중앙언론사, 지방일간지, 뉴스통신사, 인터넷언론사를 철저히 구분해 광고단가를 차등 지급하고 있고 있다.

고양시가 매일 생산해내는 보도자료는 오로지 시정홍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시정성과를 부풀리거나 때로는 왜곡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언론사들은 비판적 수용 없이 보도자료 그대로 보도하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고양시에 출입하는 인터넷 언론사는 약 240개를 헤아린다. 저널리즘을 추구하기 보다 단지 ‘행정광고의 수주’가 목적인 인터넷 언론사의 양상은 언론환경을 왜곡시키고 있다.
지난해 고양시에 출입하는 인터넷 언론사는 약 270개를 헤아린다. 저널리즘을 추구하기 보다 단지 ‘행정광고의 수주’가 목적인 인터넷 언론사의 양상은 언론환경을 왜곡시키고 있다.

시는 행정광고비로 언론을 일차적으로 길들이고, 여의치 않으면 언론중재위까지 동원해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14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행정광고비와 언론중재위 제소에 따른 비용은 모두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현재 고양시에 출입하는 언론사는 3월 기준 432개사를 헤아리는 환경에서, 고양시의 이러한 대언론 행태는 시민들의 민의를 특정 방향으로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민진영 경기민언련 공동대표는 “언론을 지자체 성과를 홍보하는 대행자로 대하는 태도, 특히 비판언론에는 감점을 주고 칭찬한 언론에는 인센티브를 줘서 광고비를 지급하는 태도는 심각한 민의 왜곡을 야기한다. 언론이 시민을 대신해서 행하는 시정에 대한 비판·감시 기능을 지자체가 앞장서서 차단하는 꼴”이라면서 “지역 밀착도가 높고 그만큼 비판기회가 많은 지역언론을 배제하고 지자체가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다면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나 지방자치 정착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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