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서 기자회견
류하경 변호사 “다툴 법리 많아 2~3달 걸릴 듯”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정수장 누락 등 쟁점
“많은 시민들도 산황산을 살리는 데 함께하길”
[고양신문] ‘산황산골프장백지화범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18일 산황산 골프장 증설을 인가한 고양시 행정처분에 대해 가처분 소송을 내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의 이번 가처분 소송은 지난 6월 고양시가 공고한 ‘도시계획시설(골프장)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 처분과 관련, 사실상 산황산 골프장 증설을 선언하고 착공의 길을 열어준 행정행위를 정지시키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김경환 동녘교회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 측 변호인인 류하경 변호사는 “가처분 소송 진행 기간은 통상적으로 두 달을 넘기지 않지만, 이 사건의 경우 사실관계도 복잡하고 다퉈야 할 법리도 많아서 2~3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류하경 변호사에 따르면 이날 대책위가 신청한 가처분 소송의 쟁점은 대략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골프장 증설이 경기도의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취지와 근거에 반한다는 점 △골프장 토지등소유자 동의 요건에 미달했다는 점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정수장 시설이 누락됐다는 점 등이다.
류하경 변호사는 “우선 골프장 개발 근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2016년 경기도는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수요조사를 했는데, 그 취지는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발행위는 6~7등급 녹지자연도를 가진 산황산을 고작 3등급밖에 안 되는 골프장으로 뒤덮겠다는 것으로, 골프장 증설은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망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법에 따르면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면 전체 토지면적의 3분의 2이상, 토지소유자 총수의 2분의 1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즉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았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자료를 요구해도 관련 시 부서는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또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내용에는 골프장으로부터 296m 떨어진 정수장 시설이 누락됐다. 골프장에서 뿌려지는 농약은 가루로 날아서 흩어져 고양정수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내용이 생략됐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들은 가처분 소송까지 낸 상황을 우려하며 산황산 보존에 대한 바람과 의견을 냈다. 이은형 고양종교인평화회 회장은 “탄소를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산과 숲을 보존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중요한 일이다. 저는 산황산에 골프장 증설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 기존의 산황산에 있는 골프장도 고양시가 인수를 해서 생태적으로 가꿔나갈 것을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범구 전 주독일 대사는 “돈의 힘으로 골프장이 증설되고 있지만, 결코 돈으로 되지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보여줘야 한다. 산황산 문제는 생명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곽성규 전 주파키스탄 대사는 “정범구 전 대사님으로부터 위기에 처한 산황산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있었던 네덜란드, 호주에서는 산을 파헤쳐 골프장을 만드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산황산 골프장 증설 문제는 고양시민 전체의 동의를 구하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고 말했다.
산황동 주민인 김명례씨는 “공무원들이 저희 동네에 한번이라도 와서 산황산을 느껴보면 감히 훼손하지 못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골프장 증설을 승인했다는 것에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남 현장사진연구소장, 김정태 사랑누리교회 목사, 함윤희 고양YWCA 사무총장, 녹색당 소속의 노승영 번역가 등도 연대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소송준비를 위한 기금 전달식도 진행됐다. 고양시의 각 교회가 연대해 모았거나 생강청을 판매해 모은 후원금, 그리고 고양YWCA가 지난 16일 주엽커뮤니센터에서 ‘산황산 지키기’ 기금 마련을 위한 나눔카페를 연 결과 모았던 금액을 전달했다.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이제는 소송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몰렸다. 산황산 보존을 위해 싸워온 사람들이 어련히 잘 하겠지라고 생각해 손 놓고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젠 경각심을 가지게 된 상황이다. 이제 많은 시민들도 산황산을 살리는 일에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 가처분신청뿐만 아니라 본안소송도 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기금 마련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