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고양어울림학교 장애인 미술치유 전담 강사 인터뷰
[고양신문] ‘2025장애예술인 작품전시회’ 개막식이 열린 지난 28일, 작가와 관람객들 사이로 이미선 고양어울림학교 장애인 미술치유 전담 강사는 배낭을 메고 분주히 돌아다녔다. 작가들을 볼 때마다 “우리 언니”라며 친근하게 손을 맞잡고는 “작업이 한두 달 넘어가기도 했잖아, 그치?”라며 그동안 작업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8년간 고양어울림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진행해 온 이미선 강사에게 이번 전시는 각별하다. 작가들이 ‘미술 선생님만 나를 칭찬하는 게 아니라, 관객분들도 나를 알아봐주신다’고 느끼고, 이번 전시를 발판으로 장애인 예술가로 등록해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치도록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오랫동안 이번 전시를 준비한 그의 소감을 들어봤다.
❚ 고양어울림학교에 대해 소개해달라.
고양어울림학교는 ‘성인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2017년 설립된 고양시 제1호 성인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이다. 경기도청, 경기도교육청, 고양시청, 고양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모든 수업이 무료로 운영되며, 기초문해, 인문교양, 문화예술, 직업능력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 고양어울림학교에서 진행하는 ‘힐링미술&기법특강’을 소개해달라.
장애인분들이 본인의 강점 한 가지를 기반으로 해 예술로서 힐링하고, 삶의 즐거움을 느끼시기를 바랐다. 작가들마다 좋아하는 재료가 있다. 아크릴을 편하게 여기는 분도 있고, 아크릴과 파스텔을 혼합하는 분도 있다. 자신의 개성을 살리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예술활동을 이어가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타이틀을 ‘힐링미술’과 ‘기법특강’으로 잡았다.
❚ 수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첫해에는 다들 굉장히 어려워하시더라. 신입 작가들에겐 이전부터 해오신 분들이 척척 해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저는 그림 못 그리는데 저분들은 너무 잘 그리네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어떤 경험이든 처음에는 다 두렵고 어렵다. 하지만 결국은 본인에게 맞게끔 골라갈 수 있다.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가령 정동혁씨의 경우 ‘하루하루 기분이 달라지는데 그게 내 작품이에요’라고 말하셨는데, 본인 작품을 정확히 요약해 주신 거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가을 풍경을 그려도 ‘이건 화려하게 뽐내는 그림이에요’라고 제목을 달아주시고, 어떤 날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흐트린 그림을 그리기도 하신다. 그야말로 표현주의 화가처럼 자신의 기분을 캠퍼스에 쏟아내는 거다. 통찰력이 뛰어나고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시는데, 기억의 단편들을 본인이 찾으면서 기뻐도 하고, 어루만지면서 힘들어도 하고, 그렇게 하루의 일상을 보내신다. 그림 속에 하루의 일기가 녹아 있다.
❚ 올해로 8년째 전시를 진행해 왔다. 소감은 어떤가.
이전엔 해마다 고양어울림학교 안에서 전시를 했다. 이번에 여러 기관이 합쳐서 전시를 하게 됐다. 학생분들도 어리둥절하실 거다. 그간 제가 말해도 실감이 안 나셨을 텐데, 처음으로 바깥에 나와서 많은 분들과 어울려 전시를 하는 거잖나. 이 프로그램 취지도 예술을 통해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 거다. 작가들 그림을 보여주고, 칭찬도 한마디씩 주고받는 과정을 프로그램에 넣어놨다. 이런 과정이 내부에서만 진행되다가 바깥에서 공식적으로 하게 돼 기쁘다. 온전히 마음에서 우러난 기쁨이다.
❚이번 전시가 장애예술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길 바라는지.
작품을 펼쳐드리는 게 다가 아니고, 가족의 옹호와 지지가 필요하다. ‘우리 할머니 그림 너무 멋집니다’ 이 한마디가 굉장한 힘을 실어준다.
이분들이 충분히 장점을 지녔고, 나이가 장애가 일상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걸 확인해주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다들 60세가 다 되어 시작하셨는데, 그럼에도 자신의 장점을 그림에 살려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 그림을 누군가가 감상하고 힘을 얻으며 지지하는,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생애 전체에 있어서 미술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로웬펠드의 말을 늘 철학으로 갖고 있다. 예술이라는 영역을 어렵다고 하는데, 예술은 감상 혹은 잠깐의 체험을 통해 나를 투여하고 성찰할 수 있는 아주 멋진 도구다.
❚ 작가들, 작품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것 같다.
어떻게 그분들의 작품이 소중하지 않겠나. 다른 분들에게도 늘 자랑한다. 또 이분들이 서로가 서로를 잘 챙긴다. 본인들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베푼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아시는 분들이다. 수업 때면 항상 꼬깃꼬깃 뭔가를 가져와서 나누어 드신다. 그걸 굉장히 행복하게 생각하신다. 알고 보면 우리는 정말 많은 걸 나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누는 즐거움을 잘 모르는데, 이분들은 가진 게 부족해도 서로 나누시려는 걸 보며 ‘저분들이 행복한 삶이구나’라고 생각한다.
❚ 관람객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분 한분의 얘깃거리가 너무나 풍부하게 담겨 있는데, 제목과 작가 이름으로만 소개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것까지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작품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아 저분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인의 장점을 찾아서 예술로 표현하셨구나. 정말 본받을 만한 멋진 분들이시네’라는 느낌을 받으시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 작가들에게 바라는 점은.
그림을 사랑하고 또 이번의 경험이 소중하다고 생각되시면, 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장애인 예술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찾으면 좋겠다.
조금 용기가 필요하실 것이다. 하지만 그게 엄청난 문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기회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 작은 용기를 시작으로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예술을 통해 소통하고, 그 소통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신체적 불편함을 갖고 있는 분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