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교회, 6년째 웰다잉 체계적 교육
무연고 장례 ‘나눔과나눔’ 활동
삶과 죽음 연구 ‘각당’ 죽음 준비교육 참여
매년 11월, 되돌아가는 달 진행
“삶 마무리할 권리 누구에게나 필요”
[고양신문] 죽음에 대한 준비는 곧 삶을 다시 돌아보는 일이다. 덕양구 능곡역 앞의 동녘교회는 6년 전부터 매년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주제로 웰다잉(Well-dying)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올해는 평화단체 “동녘평화센터봄”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길위의 인문학’ 사업의 일환으로 6월부터 11월까지 16회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 저자인 임경희, 제주명상예술공동체 전영실 대표, 애도와 돌봄 연구소 윤득형 소장 등이 죽음이란 무엇인가, 상실과 슬픔을 겪는 이들에 대한 애도 어떻게 할 것인가, 버킷리스트 작성, 치매, 호스피스, 장례문화, 자살, 존엄한 죽음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동녘교회가 처음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게 된 건 김경환 목사가 2016년 삶과 죽음을 연구하는 ‘각당’에서 열린 죽음준비교육에 참여하고 난 뒤부터다. 그 후 2019년부터 교회 내에서 매년 11월에 공동체 추도예배와 함께 죽음준비교육을 해왔다. 2023년 알게 된 공영장례 지원 단체인 ‘나눔과나눔’을 통해 벽제 공영장례식에 참여하고 있다.
“이전부터 죽음은 삶, 사회적 관계처럼 중요한 신앙의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대로 살고, 관계하고, 노동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삶이잖아요. 신앙적으로도 삶을 잘 마무리하는 게 신앙의 중요한 과정이죠.”
김경환 목사가 죽음준비 교육도 받고 자원봉사도 하다가 장례예배를 인도하면서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하게 된 것이다. 벽제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10년째 무연고사망자들을 위한 공영장례를 진행하고 있는 나눔과나눔은 고인들 중 희망하는 경우 불교, 천주교, 개신교 장례를 주선하고 있다. 김경환 목사는 공영 장례 예배를 드리게 되면서 죽음에 대한 고민, 사회적 죽음, 인식 개선 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
이후 단순히 장례식 참여를 넘어, 교회 차원에서 웰다잉 교육을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매년 11월, 고인들을 추모하는 공동체 예배와 더불어, 유서쓰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삶의 회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경환 목사는 “죽음은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주제가 아니라, 신앙인의 삶속에서 성찰해야 할 중요한 주제”라며 “마을이 같이 장례를 치르고, 고인과 유가족을 위로하면서 죽음이 공동체 안에 있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죽음은 병원과 장례식장으로 밀려났다. 동녘교회는 이같은 죽음의 ‘타자화’를 반성하며, 삶의 일부로서 죽음을 다시 이야기하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림책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일상적인 언어로 죽음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시도였어요.” 올해 웰다잉 프로그램 중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은 그림책이라는 소재로 조금 더 친근감있게 죽음을 다뤄내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공동체 활동, 적극적인 사회참여 등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는 동녘교회는 죽음, 웰다잉 활동에 있어서도 일찍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해왔다. 6년 전부터 매년 11월을 추모, 마무리를 위한 기간으로 정해 유서쓰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추모 행사 등을 계속해왔다. 초기에는 교인들 내에서도 ‘죽음’을 프로그램으로 다루는 것에 거부감이 컸지만 이제는 모두가 공감하고, 동녘교회의 또 다른 전통이 되고 있다.
“40대에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교인이 있었습니다. 교인들이 응원예배라는 이름으로 다같이 모여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별 예배를 진행했어요. 그렇게 고인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그분의 존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우리가 이별의 상황속에서도 무슨 일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소중한 기회가 됐습니다.”
죽음, 존엄사, 추모를 자연스런 문화로 만들면서 교회내 누군가를 보내고, 위로하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죽음 앞에서도 덜 외롭고 덜 고통스럽게, 삶을 마무리할 권리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김경환 목사는 교회, 나아가 공공기관이나 주민센터 등에서도 죽음에 대한 담론이 일상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복지 프로그램의 하나로서 웰다잉 교육이 자리잡아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공공성이 약자를 돌보는 가장 깊은 방식 중 하나니까요.”
죽음이 삶의 외곽이 아닌 중심으로 돌아오는 일, 그것은 곧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준비다. 동녘교회는 오늘도 ‘신앙으로 떠나는 마지막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과 함께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