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양주 도로대회 예산도 전액삭감
“삭감 이유 있는데, 시장은 의회 탓 돌려”
삭감됐던 예산 또 올리는 행태 ‘도돌이표’
공립박물관 타당성 용역예산은 8차례 삭감
[고양신문] 고양시의회가 전액 삭감한 예산을 시 집행부는 다시 편성하고, 고양시의회가 또다시 전액 삭감하는 일이 민선 8기 들어 되풀이 되고 있다. 고양시의회는 지난 15일 제3차 본회의에서 시가 제출한 추경예산안 중 약 159억원을 감액 의결했다. 이 중에는 이른바 ‘단골 삭감 예산’이 다수 포함됐다.
예산 편성과 심사 과정에서 되풀이되는 이러한 현상은 이동환 시장과 시의회 간의 대화 단절의 산물이라는 시각이 많다. 권용재 시의원은 “의회가 특정 예산을 삭감했던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 집행부는 같은 예산을 고집스레 올리고 있다. 이동환 시장은 의회와의 관계 변화를 도모하려는 아무런 노력은 보이지 않으면서 예산이 삭감되면 행정의 지지부진함을 의회 탓으로 돌리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2회 추경 심사에서 대표적인 단골 삭감 예산은 △시 부서 백석업무빌딩 이전 예산(40억원) △아시아·대양주 도로대회 예산(7억원) △고양시 공립수목원 기본구상 및 타당성 검토 용역 예산(2억7000만원)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분석 용역 예산(1억원) 등이다.
고양시 부서를 백석업무빌딩으로 이전하기 위한 예산은 올해 3월 1회 추경에 이어 2회 추경 심사에서도 전액 삭감됐다. 이번 2회 추경안에는 백석업무빌딩 부서 이전을 위한 △설계비, 환경개선공사 및 원상복구공사 37억원 △이사 용역 및 광고물(간판, 내·외부 사인물 공사) 3억원 등 총 40억원이 포함됐다. 해당 예산은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에서는 통과됐지만 예결위에서 결국 전액 삭감됐다.
백석동으로 이전하는 규모가 25개 부서, 505명인 점을 감안하면, 부서 이전 계획은 사실상 시청을 이원화하는 것으로, 이동환 시장 취임 이후 추진했던 ‘시청사의 백석동 이전사업’의 연장이라는 시각이 시의회 내에 팽배했다. 시청사의 백석동 이전사업은 신청사 건립 원안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이동환 시장의 독단적 결정에 의해 추진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 갈등만을 야기하며 민선 8기 내내 논란을 키웠다.
다음달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될 ‘아시아·대양주 도로대회’를 위한 고양시 예산 7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해당예산은 지난해 12월 본예산, 올해 3월 1회 추경에 이어 이번 2회 추경에서도 전액 삭감됐다. 고양시에 실익이 없는 전시성 행사라는 점과 고양시가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리기까지의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문제 때문이었다. 시는 지난해 6월 이 대회 개최를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업무협약을 의회의 아무런 동의 없이 체결했다. 예산부담이 의무적으로 수반되는 협약은 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해련 시의원은 “이 대회를 위한 예산은 약 25억원 정도다. 고양시 예산 7억원이 빠진 채 한국도로공사, 국토교통부 등에서 지원되는 나머지 예산 18억원 정도로 치러질 것이다. 대회 예산이 축소된 채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대회 운영사무국 관계자는 “고양시 예산 삭감과 관계없이 한국도로공사와 고양시가 공동주최로 대회가 개최된다. 다만 대회 규모를 축소하지 않는 선에서 식사비 축소 등 예산 절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양시 공립수목원 기본구상 및 타당성 검토 용역 예산 2억7000만원도 지난해 2회 추경, 올해 본예산, 1회 추경예산 심사에 이어 이번 2회 추경에서도 전액 삭감됐다. 공립수목원 장소의 확보 문제와 시예산 부담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최성원 시의원은 “비록 용역예산이기는 하지만 공립수목원 설립의 현실성이 떨어진다. 15년 전에도 시가 공립수목원 설립을 추진했는데 사유지 확보 문제 때문에 좌초된 일이 있다. 시가 현재 구상하는 공립수목원 규모는 약 100헥타르(약 30만평)이고 이에 따른 토지매입비에만 시예산 약 20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며 삭감 이유를 밝혔다.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분석 용역 예산 1억원은 2023년 본예산부터 올해 2회 추경까지 무려 8차례나 삭감됐다. 동일한 성격의 용역예산이 이미 이재준 시장 재임 때에 세워져 2018년 용역을 진행했는데, 최종적으로 △덕양구청 옆 공공청사 부지 △고양어울림누리 △행주산성 인근(시정연수원) △어린이박물관 등 4개소가 선정됐다. 하지만 4곳 모두 공간 확보 과정에서 더 이상 진척 없이 공립박물관 설립은 유야무야 됐다.
이처럼 이전에 동일한 성격의 용역을 시행했음에도 더 이상 진척하지 못한 사업에 대해 또다시 용역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로 의회 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그 결과 상임위에서 통과됐지만 결국 예결위에서 삭감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