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되는 ‘고양 혁신교육지구’ 어떻게 진행되나?

고양 교육혁신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준비는 올해 7월 본격화됐다. 내년 3월, 새학기 시작과 함께 진행될 혁신교육지구 비전 정립을 위해 고양교육지원청은 현직 교사 100여 명이 참여하는 TF팀을 꾸렸고 그들을 중심으로 ‘학습공동체 연수’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지난 9일 열렸던 연수(총 8회 중 5회차) 모습. 이날은 특히 고양시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혁신교육지구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양 혁신교육지구’ 어떻게 진행되나?
① 혁신교육지구란 무엇인가
② 고양시는 어떻게 준비 중인가
③ 혁신교육지구에 대한 기대와 우려
④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은

[고양신문] 학교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도 ‘혁신학교’란 말은 들어봤어도 ‘혁신교육지구’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고양시가 새학기가 시작되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고양 혁신교육지구가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이 사업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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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학기가 시작되면 고양시 모든 학교에서 혁신교육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고양시가 곧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이달 29일 경기도교육청과 고양시가 MOU를 체결하게 되면 공식적으로 고양 혁신교육지구가 출범하게 된다.

혁신교육사업은 현재 대부분의 광역단체들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경기도도 이미 2010년부터 각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고양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13번째로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혁신교육 = 마을교육공동체

혁신교육지구는 기존의 혁신학교를 지역단위(각 지자체)로 확산시킨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기존 혁신학교의 교육적 철학을 공유하고 있지만 거기에 한발 더 나간 혁신교육 사업이라 생각하면 쉽다.

우선 내용적인 면에서는 교육이 학교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궁극적으로 ‘공교육의 혁신’과 ‘마을교육공동체’ 조성을 목표로 한다. 지역사회의 인적, 문화적, 역사적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배움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속해 있는 마을과 지역에 대해 배우고 지역 일터에서 체험활동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학교의 필요에 의해 마을의 자원이 활용되고, 반대로 학교는 마을 주민을 위해 일부 공간을 개방하는 것이 첫 단계일 수 있다. 여기에서 더 발전하면 학교와 마을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마을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꾸려나갈 수도 있다.

혁신교육은 학교와 학생, 지역의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사업 내용을 한정짓거나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공교육의 교육주체가 학교 울타리 밖에 있는 인프라, 특히 마을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오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교육지구 단위사업별 로고. 2011년 첫 해에는 ‘시민참여학교’라는 1개의 단위사업 로고가 있었지만, 올해에는 20여 개로 사업별 로고가 늘었다. 지자체가 관여하는 교육사업의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젠 지자체가 교육사업을 한다

내용적인 면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면, 형식적인 면에서는 사업추진의 중요 주체가 더 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혁신학교가 학교당국(교육청, 일선학교)이 주도했던 학교단위별 사업이라면, 혁신교육지구는 지방정부(지자체)가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사업이다. 사업예산의 80~90%를 지자체가 부담하고 예산편성에 대한 심의도 지자체가 담당하기 때문에 그동안 교육사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던 시 공무원들(전담부서)의 참여도와 의지, 교육철학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된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금까지 공교육은 교육청과 학교가 전담해왔다. 교육전문가들은 본인들의 영역을 누군가 침범하는 것에 대해 용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시의 일반 행정공무원들은 공교육은 자신들의 권한 밖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제 혁신교육지구가 시작되면 이런 생각들은 바뀌어야 한다. 시장과 담당공무원은 교육적 철학과 소신을 가져야 하며,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한 다양한 지역의 교육적 자산들을 확보해 이를 각 학교와 마을에 연계해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점들이 기존의 혁신학교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지자체장의 교육철학이 담당 공무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지니고 있어야 할 큰 틀의 교육철학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사업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사업 진행에 정답은 없다

혁신교육지구는 진행방향과 형태가 지역마다 모두 다르다. 경기도교육청도 사업에 대해 세부적으로 관여하지는 않고 행정적인 절차만 확인하고 있다.

고양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고양교육지원청의 이윤서 장학사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특징은 ‘이렇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모범답안이 없다는 것”이라며 “잘 시행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지자체라 할지라도 자신들만의 특징을 살려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세부 사업들을 고양시가 그대로 차용해 쓴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장학사는 또 “고양시가 혁신교육지구가 된다고 해서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가 돼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과 학교별로 교육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혁신학교에 대한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며 “각 학교단위에서 준비한 세부계획대로 예산배정이 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자율성이 보장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열렸던 ‘학습공동체 연수’에는 이상국 오산시 평생교육과장이 강사로 초청돼 오산시가 8년간 진행해온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독이 될 수도 있는 예산지원

내년도 고양 혁신교육지구사업에 투입되는 전체예산은 95억원 수준이다. 그중 경기도가 23억원, 고양시가 72억원을 부담한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100억원 가까운 예산이 증액된 것은 아니다. 매년 학교교육경비지원 예산으로 시가 70억원가량 부담해 왔고, 내년도 혁신교육지구 예산에 이런 교육경비지원 예산이 합쳐져 있기 때문에 실제 증액된 예산은 30억원 정도 수준이다.

학교에 투입되는 예산이 증액되면 학교가 무작정 좋아할까. 현실적으론 그렇지 않다. 최근 고양교육지원청이 현장교사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번 사업이 오히려 업무만 가중되고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고 한다.
사업의 예산규모만 늘리고 시민, 관청, 학교의 교육거버넌스가 원활하지 못하다면 오히려 업무만 가중되는 실패한 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사업에 대한 교육주체의 자율성이다. 자발적인 참여와 사업운영의 자율성 보장은 혁신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할 일선교사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9일 진행된 고양교육지원청의 '학습공동체 연수'.

 
단기간에 성과 낼 수 없는 사업

“이 사업을 통해 첫해부터 큰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 않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불협화음과 치열한 토론도 예상된다. 학부모, 교사, 교육청, 시청, 마을주민, 시민사회 등 각 교육주체들이 이번 사업에 얼마만큼 관심을 갖고 동화되느냐가 관건이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민경선 위원장은 사업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피드백’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초 사업추진 과정과 사업변경·수정 과정에서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참여하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면서 “지역공동체가 함께하고 교원과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의식이 변화한다면 일부 프로그램은 2~3년 내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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