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되는 ‘고양 혁신교육지구’ 어떻게 진행되나?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양 혁신교육지구’ 어떻게 진행되나?>
① 혁신교육지구란 무엇인가
② 고양시는 어떻게 준비 중인가
③ 혁신교육지구에 대한 기대와 우려
④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은
 

 
고양시 “지원센터 구축하겠다”

[고양신문] 지금까지 혁신교육지원센터 구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던 고양시가 일주일만에 입장을 바꿔 지원센터 기능을 포함한 ‘평생학습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시 담당 국장은 지난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원센터 구축은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며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취재가 있고 5일 뒤 최성 시장은 시의회 시정질문 답변을 통해 “지원센터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교육주체들이 자유롭게 만나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임시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최 시장은 “고양시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인 ‘창조적 교육도시, 고양’을 전담할 ‘평생학습센터’를 건립하고, 이 센터가 ‘혁신교육지원센터’의 기능을 포함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승 시의원은 지난 21일 시정질문에서 “고양시는 현재 공교육 전체를 하나의 팀에서 전담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도 주요 8개 도시 중에서 1개 팀이 공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유일한 지자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를 살펴보면, 고양시 공교육 전담인력은 단 3명으로 경기도 주요 8개 도시 공교육 전담인력 평균인원인 11.6명에 비해 매우 열악했다. 지금까지 고양시는 고양형 교육프로그램 공모사업, 고양진로체험버스 운영, 고양스마트 진로시티 조성 등 시 자체적으로 다양한 교육사업을 수행해오고 있으나, 별도의 인력증원 없이 사업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윤승 의원은 혁신교육지구가 정착되는 데 시가 적극적인 지원을 할 의지가 있는지 따져 물었다. 이에 최 시장은 “혁신교육지원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예산과 인력 등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며 “임시적으로 센터기능을 수행할 공간을 마련한 뒤, 장기적으로 평생학습센터가 건립되면 그곳에서 혁신교육지원센터의 기능까지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사의 자발적 참여가 성공의 핵심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교육현장에서 직접 아이들과 대면할 교사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교사들이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교육적 성과를 느낄 수 있어야 마을교육공동체로 사업이 성공적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교육지원청은 지난 10월 말 고양 혁신교육지구 지정에 따른 의견수렴을 위한 설문조사를 현장 교사들을 상대로 실시했다. 공문과 내부메신저로 실시된 설문조사에 고양시 초중고 교사 총 7170명 중 1636명이 응답(응답률 22.8%)했다.

먼저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대한 교사들의 인지 정도는 설문조사 실시 시점이 10월 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혁신교육지구사업이라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내용은 거의 알지 못한다’ 고답한 응답수(비율 39.7%)가 가장 많았고, ‘사업 의미와 다른 지역 사례, 고양지역 사업계획까지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은 12.5%에 그쳤다. 특히 사업의 많은 예산이 고등학교에 지원됨에도 고등학교 교사의 60% 이상이 사업 자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홍보와 학교별 계획 수립과정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사업에 대한 ‘참여 의지’도 사업에 대한 ‘인지 정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사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겠다’로 답한 응답이 4.6%였고, ‘학교 안 사업에만 다소 참여한다’가 45.5%로 나왔다. 사업에 대한 소극적인 대답이 50% 넘게 나온 것. 설문조사 결과 교사들의 참여 의지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초중고 중에서도 특히 고등학교 교사들의 참여의지가 가장 낮았다.
교사들이 이번 사업에 소극적인 이유는 업무부담이 가장 컸다. 이는 기존의 각종 교육사업들(고양행복학교, 창조교육 프로그램 등)이 교육적 가치를 실현시키지 못해 교사들의 호응을 얻을 수 없었고 업무만 가중시켰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기존 사업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으리라는 판단이 앞서면서 교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성공을 위한 실천과제로 교사들은 ▲허브역할을 담당할 지원센터 구축 ▲장기적 로드맵과 평가 피드백 방안마련 ▲소수의 학교에 예산 쏟아 붓지 않고 고루 혜택 누리기 등을 꼽았다. 반대로 사업 성공을 위해 가장 피해야 할 과제로는 ▲교사들의 업무 과중 ▲비전과 목표 없는 백화점식 프로그램 운영 ▲예산 쓰기에 급급한 사업방식 등을 꼽았다.

 

----------------------------------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적극 의견 내고 참여해야”

<인터뷰> 이재후 고양시학교운영위원회 협의회장
 


[고양신문] 고양시 초중고 160개 학교운영위원협의회(학운협)를 대표하는 이재후 학운협 회장은 이번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대해 우려보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들은 공론화 과정 없이 급하게 사업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정보부족으로 답답해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주위 학부모들은 혁신교육지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내년에 시작된다더라’ 정도다. 대체로 답답하다는 의견이 많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교육주체인 학부모와 학생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혁신교육지구에 대한 기대감은 없나.
우려도 있지만 기대감 또한 크다. 개인적으로는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혁신교육지구는 마을교육공동체를 중심으로 각 학교를 특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그릇에 아이들의 개성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
 
학교생활 자체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다른 지역 사례를 살펴보니 교육 프로그램 운영 종류를 하나의 틀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다양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악기를 배우는 학교가 있었는데, 그 학교를 졸업하면 악기 하나 정도는 마스터 할 수 있었다. 또 공부에 치중하는 학교도 있었다. 과학중점, 수학중점학교 같은 거다. 하지만 단순 암기의 기존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과학과 수학의 문제풀이 방식을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을 어떻게 사회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등 새로운 학습방법들을 적용하면서 학습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이번 사업이 잘 진행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교육주체들의 충분한 논의다. 사업 준비과정에서 공론화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것이 끊임없이 진행돼야 한다. 사업을 어떻게 진행시킬지 각 교육주체들이 참여하는 학교별 대토론회가 지속적으로 열려야 한다. 그런 공론화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 교사들의 의견이다. 또 학부모와 지역공동체가 모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들만 모일 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자유롭게 참여하고 의견을 내야한다. 당장 기말고사가 끝나는 12월 초부터 겨울방학 전까지 학교별로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 교육청과 시는 행정적인 지원에 힘써야 한다.

입시경쟁 환경에서 혁신교육지구가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의견도 있다.
입시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교교육에 대한 기대감과 의견이 생각보다 다양하다. 예를 들어 특목고나 자사고를 준비하는 학부모들 중에는 일반학교에서 시도하지 않는 학습방법들과 학교시스템, 재정지원에 대한 기대심리로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학교교육을 기대했던 학생들과 학부모라면 이번 혁신교육지구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