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공간> 헤이리 커피박물관

커피의 역사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 한 자리에
커피나무 3종류 재배, 묘목 구매도 가능 

 

헤이리 예술인 마을에 위치한 '헤이리 커피박물관' 전경


[고양신문] 커피는 혼자 마실 때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주고 누군가와 함께일 때는 따스함과 정겨움을 느끼게 해 준다. 여름이 커피 성수기라고 하지만 차가운 겨울에 만나는 향긋하고 따듯한 커피도 반갑다. 우리나라에서 커피 전문점이 문을 열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말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성인 한 명이 마신 커피는 평균 377잔. 이처럼 대중적 기호품이 된 커피는 처음 누가 어디서 마시기 시작했을까? 커피 머신은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맛있는 커피의 조건은 뭘까? 헤이리예술마을에 자리한 커피박물관(관장 최민호)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함박눈이 내린 다음날 헤이리예술마을을 찾았다. 헤이리 마을 GATE 1으로 들어가 200m 정도 올라가면 왼편에 커다랗게 ‘커피는 예술이다’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는 3층짜리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의 행선지 커피박물관이다. 예술마을을 찾을 때마다 보였지만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1층에는 ‘까페 로즈’라는 커피 전문점이 있다. 최 관장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널찍한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이곳에서는 커피와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다. 
 

커피 박물관 제1전시관에서 커피에 대해 설명중인 최민호 관장


최 관장을 만나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군 제대 후 제과회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고, 아동 의류 판매업과 건축 관련 일을 거쳐 카페운영까지 거의 10년 정도씩 경험했다. 경력을 보면 전혀 연관이 없는 일들이지만 경제 흐름을 읽는 감각 덕분인지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

2008년부터 카페를 운영한 최 관장은 2013년 커피박물관과 까페 로즈를 오픈했다. 가게를 계약하고 부인과 함께 매일 반나절 이상 커피를 배웠다. 이후 커피 전문가를 채용해 카페를 운영했는데 너무나 잘됐다. 손님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어 테이블을 1시간 이용제로 운영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헤이리 전체의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카페와 박물관을 찾는 발길도 조금 한산해졌다.

시골 오지에서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지만 백일도 안 돼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난하고 힘든 성장기를 거쳤다.
“환경이 어렵다 보니 경제적인 감각이 더 생긴 듯해요. 신혼 초기부터 부동산 관련 책을 많이 봤어요. 당시에는 작은 집 한 채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부동산을 보는 안목이 생긴 것 같아요. 카페를 하려면 가장 먼저 좋은 목을 잡아야 해요.”

그는 현재 창업교육과 카페 창업 컨설팅도 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카페 컨설팅을 위해 천안에서 손님이 찾아오기로 약속이 잡혀 있었다. 카페 운영이 궤도에 오를 무렵, 하나뿐인 딸이 독일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덕분에 해외에 자주 나가 커피박물관을 꾸밀 수 있는 물품들을 장만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의미보다는 노후에 자신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박물관을 열었다.
“젊어서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이제는 쉬엄쉬엄 하려고 해요. 돈 욕심을 버렸더니 행복해요. 40대부터 다양한 운동을 해서 건강이 받쳐준 덕분인지 긍정적인 편이에요.”
 

1층에 있는 '까페 로즈' 내부

 
담소를 나눈 후 커피 박물관을 둘러봤다. 2층에 준비된 제1전시관으로 올라가면 전시장 입구에 대형 커피 로스터가 있고 커피향이 가득 풍긴다. 이곳에서는 커피 공부와 바리스타 체험도 할 수 있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여자 손님들이 특히 좋아한다는 앙증 맞은 에스프레소 잔부터 티스푼이 유리장 안에 깔끔하게 진열 돼 있다. 터키에서 온 수십 년 전 커피 머신부터 희귀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원두를 가는 그라인더도 나라마다 시대마다 형태가 다양하다. 나무로 된 우리나라의 절구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 보는 즐거움을 준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골동품들이지만 다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들이다. 물건 하나하나 최 관장이 현지에서 직접 구입해 고생하며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것들이 많다.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것들로 유럽 곳곳의 벼룩시장이나 앤틱숍 등에서 구입했다.
 

커피의 역사에서 부터 다양한 정보와 유물을 볼 수 있는 제1전시관

 
독특하게 만들어지는 과정과 맛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루왁 커피’도 볼 수 있다. 커피를 먹은 ‘긴꼬리 사향 고양이’ 루왁의 배설물 그대로 건조시킨 상태로 전시 중이다. 바로 옆에는 그것을 세척해 건조시킨 것도 있다. 전시실 벽면에는 사진과 함께 커피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붙어있어 커피를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층에 마련된 제2전시관은 커피를 볶는 로스터와 커피를 갈아주는 그라인더가 가득하다. 고풍스럽고 현재 사용되는 모습과는 다른 여러 도구들이 신기해 감탄을 연발한다. 터키에서 사용하는 커피 추출 기구들과 카페에서 실제로 서빙하는 커피 잔도 있다.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스타일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미국은 사이즈가 좀 더 크고 튼튼해 보이는 반면 프랑스 제품은 좀 더 정교하다. 하나하나 찬찬히 구경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커피 체리를 먹은 긴꼬리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과 그것을 세척, 건조시켜 만든 커피 루왁

 

커피 박물관에서 재배중인 커피 나무들


좀 더 안쪽 오른쪽에는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온실이 있다. 씨앗을 심거나 꺾꽂이로 심어 놓은 어린 커피 묘목부터 초록색의 커피 열매가 달려 있는 나무도 있다. 인도네시아 예가체프와 개량종 등 3종류를 키우고 묘목은 판매도 한다.

전시실 제일 안쪽에는 전문화가가 커피를 재료로 그린 독특한 그림들을 전시중이다. 인스턴트커피로 추출한 갈색 물감을 이용해 그린 그림에서 커피향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다양하고 귀중한 볼거리를 구비한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니 한잔의 커피 맛이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헤이리 커피박물관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23
031-949-5858


 

미국산 대형 그라인더와  세계의 다양한 그라인더
세계의 다양한 커피 그라인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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