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행주산성 '오크 와인박물관'

신과 인간이 함께 빚은 향기로운 음료 와인
깊고 오랜 와인 문화 엿볼 수 있는 전시물 가득
멋진 식사도 즐기고, 취향 따라 구매도 하고

 

와인 뮤지엄에 전시되어 있는 와인 관련 물품들

 

[고양신문] 초라한 식탁은 있어 보이게, 과한 식탁은 검소하게 만든다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와인.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와인을 구하기도 쉬워졌다. 그런데 와인을 마실 때 엄숙한 의식을 치르듯 다양한 테스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와인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좀 더 친근하게 와인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행주산성 먹거리마을 안쪽 조용한 곳에 '뮤지엄 오크(대표 박성수)'가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곳은 다르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커피나 와인,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분위기 좋은 다이닝 카페다. 그 공간 오른쪽으로 ‘포도에서 와인까지’ 와인의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가지런하게 진열돼 있다.

전시공간에는 시대별 와인 오프너 300여 가지와 와인 제조용 도구와 관련 자료 150여 점 등 포도 재배부터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다양한 전시물이 500여 점 있다. 박 대표가 2001년부터 수집한 물품들로, 마치 와인 책자 하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공간을 멋지게 꾸몄다. 그냥 지나치거나 훑어보지 말고 천천히 보고 궁금한 것이 있다면 질문을 해도 좋다. 매장 내 테이블 중 4개는 상판에 액자를 눕혀 놓아서 앉아서 작품을 볼 수 있다. 퓨리스라는 작가가 자신이 마신 와인병 뚜껑의 알루미늄 호일을 가지고 만든 것으로, 입체적이고 독특하다.
 

전시 중인 와인

박 대표는 국내 최초로 ‘와인테마 전시’를 했고, 2007년도에 대형 ‘와인 아울렛’ 개념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2014년에는 ‘대한민국을 빛낼 서비스 창조포럼 100인 대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관광을 공부할 때부터 와인을 음료가 아니라 비노 투어리즘(와인 관광) 즉,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와인을 단순히 마시기만 하는 소비품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와 문화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믈리에 보다는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와인 도슨트’라는 호칭을 더 선호한다.

“와인은 인고와 숙성의 시간도 담고 있지만, 문화적으로 선도적인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와인 잔으로 커피를 마시는 경우처럼 말이에요. 이처럼 사회가 발달해서 와인이 발달하는 게 아니라 와인의 발달이 문화를 풍요롭게 이끌기도 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와인이 있으면 대화를 하면서 천천히 먹기 때문에 소화도 잘 되고 기분도 좋아지죠.”

그에 따르면 와인은 수십 년부터 1만 년까지 인류의 역사와 지혜가 녹아든,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음료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좋은 와인은 뭘까?
"특정 유명인이 마신 와인 등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와인을 찾아 드시지 마시고, 내가 마시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 되게 하세요."
누군가와 함께 와인을 마시면서 즐겁고 좋은 이야기를 나눈다면 맛있고 좋은 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에 따르면 와인은 눕혀서 보관해야 맛이 좋다고 하는 게 정설처럼 알려졌는데, 이것은 와인 맛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코르크가 젖어 있어서 편하게 따느냐 못 따느냐의 차원일 뿐이다. 처음 와인은 커다란 오크통에 담겨 유통이 됐고 업장에서 덜어서 판매했다. 18세기 초반부터 병으로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병은 사람이 입으로 불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밑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여러 가지 모양이었다. 이 때문에 이동할 때 쓰러지는 등 세워서 가져가기가 힘들었다. 그런 이유로 쌓아서 보관하게 됐다는 것.
 

시대별로 볼 수 있는 와인 오프너

박 대표는 오크 박물관이 “단순하게 식사하고 커피 마시는 장소보다는 소규모 모임을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 인문학 강좌 등 문화 관련 모임을 할 수 있는 장소로서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곳에서 하우스 콘서트도 정기적으로 열었다.

그동안 루이뷔통의 럭셔리 비즈니스 인스티튜트와 SBS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고양시 도서관에서도 와인 강의를 했다. 다음달 12일부터 오크 박물관에서 새로운 와인 강의도 시작할 예정이다. 와인에 관한 기본 지식과 더불어,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와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와인 인문학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내공을 갖춘 박 대표의 강의가 관심을 끈다.

“와인에 대해서 부탁하고 싶은 말을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시음(테스팅)하는 법과 음용하는 법은 다르다는 점을 아셨으면 좋겠어요. 기본을 아는 건 중요하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주관적인 취향에 따라 와인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마시면 돼요.”

이곳에서는 일반 와인숍보다 저렴하게 와인을 즐기고 구입할 수 있다. 식사 후 2차나 3차로 술을 마시기 위해 찾는 술집이 아니기 때문에 식사와 함께 가볍게 즐기기를 권하고, 예약제로만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추천 와인 TOP 30’와 큰 부담 없이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다양하다. 와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 가까이에 있어 행복하다.

 

뮤지엄 오크

주소 : 고양시 덕양구 행주로 15번길 11-38
문의 : 031-974-5599
운영시간 : 월~토요일 오전 11시 30분 ~ 오후 10시
(※ 일요일 휴무, 식사와 저녁 시간은 예약제로만 운영)

 

와인 뮤지엄의 박성수 대표 
와인 뮤지엄 내 다이닝 카페 공간 
오크 뮤지엄 전경
전시 중인 와인병 장식

<사진=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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