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생태하천 기행> (1)연재를 시작하며

국가하천1·지방하천18·소하천 60개
생태적 가치와 문화적 잠재력 풍성
본지 기획시리즈 격주 연재

 

고양시 중심부를 가로질러 흐르는 도촌천.

 

[고양신문] 고양시에는 몇 개의 하천이 흐를까. “당신이 알고 있는 고양의 하천 이름을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지역에 꽤 관심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많아야 너 댓 개의 이름을 꼽는 게 고작이다. 한강과 공릉천, 창릉천… 또 뭐가 있더라?
놀랍게도 고양에는 1개의 국가하천(한강)과 18개의 지방하천, 그리고 60개의 소하천이 흐른다. 79개의 크고 작은 하천들이 고양땅 곳곳을 실핏줄처럼 적시고 있으니 고양은 가히 하천으로 구성된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양시 하천의 분포와 구조를 들여다보고, 역사·문화적 가치를 조명하는 일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고양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창이 될 수 있다. 고양신문이 ‘고양의 생태하천 기행’ 시리즈 기획을 시작하는 이유다. 기획은 고양의 대표 하천 7개(창릉천, 공릉천, 도촌천, 장월평천, 대장천, 성사천, 벽제천)를 선정해 각각의 자연적 특성과 생태적 현황을 짚고 하천이 품은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1427호부터 2주 간격으로 연재될 예정이다. 아울러 고양시 생태하천을 지키는 고양하천네트워크 활동가들의 활약도 소개하고자 한다. 연재에 앞서 고양시 하천 전반에 대한 정보를 정리했다.

 

고양의 모든 하천 한강에서 만나

고양땅 서쪽 곡창지대인 송포평야를 감싸고 흐르는 장월평천.

고양은 대체로 낮은 구릉과 어우러진 평야지대로 이뤄진 땅이다. 한강이 긴 세월에 걸쳐 만들어놓은 드넓은 평야지대를 작은 하천들이 골고루 적셔 준 덕분에 고양땅은 일찍부터 풍요로운 농경 문화를 일굴 수 있었다.

앞서 살펴보았듯, 하천은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소하천으로 등급이 나뉜다. 나무로 치자면 국가하천은 나무의 몸통, 지방하천은 굵은 가지, 그리고 소하천은 굵은 가지에서 사방팔방으로 뻗은 잔가지를 연상하면 된다.

고양시 모든 하천의 총 연장길이를 합산하면 300km에 이른다. 이 중 가장 긴 하천은 창릉천이다. 물론 하천 전체의 길이는 당연히 한강과 공릉천이 길지만, 고양시 구간에 속한 부분만 한정해 계산하면 북한산 계곡에서 발원해 행주산성 아래에서 한강과 섞이는 창릉천이 22km로 최장을 자랑한다. 반면 수역이천과 사근절천(이상 성사동), 안촌천(성석동)등은 길이가 채 1km에도 미치지 못하는, 말 그대로 꼬마하천이다.

모든 잔가지가 결국 나무의 몸통을 지나 뿌리로 연결되듯, 고양땅의 79개 하천은 모두 한강으로 합류한다. 예를 들어 연장 길이가 약 1.8km에 불과한 일산동구 문봉동의 빙석천은 자신보다 조금 긴(2km) 문봉천과 만나고, 다시 5.7km짜리 장진천과 만났다가 설문동에서 공릉천과 합쳐져 최종 기착지인 한강에 다다른다.

 

풍요로운 생태 남아있는 마지막 보루

하천의 가치 몇 가지를 짚어보자. 우선 하천은 생태의 바로미터다. 자연 상태의 하천 습지는 다양한 수생식물과 수서곤충, 어류와 조류가 함께 살아가는 풍요로운 생태계를 이룬다. 광범위한 도시화가 진행된 대도시에서 그나마 생태적 다양성을 살피고자 한다면 하천 습지를 찾아가야 하는 이유다. 고양에서도 고양생태공원을 비롯해 여러 곳의 생태공원이 하천 주변에 조성돼 있다.

그러나 똑같은 이유로 하천은 환경오염의 흔적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물과 토양이 오염되면 하천에 사는 동식물이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하천 순례는 고양의 생태 보고를 찾아가는 길인 동시에, 고양시가 앓고 있는 환경적 과제의 민낯을 대면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장월평천에서 만난 백로들. <사진=한기식>

 

옛 지명의 흔적 고스란히 남아

문화적 측면에서 보자면, 하천은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휴식을 주는 생활공간 주변의 고마운 여백이다. 우선 하천에는 물만이 아니라, 시간과 역사의 흔적이 함께 흐른다. 옛 마을들이 하천을 따라 형성됐기 때문에, 고양의 소하천 이름만 찬찬히 살펴봐도 중고개천, 은못이천, 박재궁천, 소개울천 등 고양땅의 옛 지명과 이름에 얽힌 오랜 이야기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하천을 따라 이어진 보도는 경사가 없고 굴곡이 반복되는 최고의 산책로다. 물과 바람이 함께 흐르는 도심의 숨길이기도 하다. 하천의 이러한 공간적 가치를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나며 고양의 하천변에도 산책로와 휴식공간이 점차 정비되고 있다. 최근에는 하천과 어울리는 수종을 골라 천변 숲길을 보다 풍성하게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지역마다 크고 작은 마을 축제나 캠프 등 이웃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하천을 중심으로 펼치지도 한다. 하천이 마을공동체를 이어주는 정서적 공감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대장천 인근에 최근 조성된 대장천 습지생태공원.

 

한강 부럽잖은 명품 자전거길 코스

하천을 나들이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아무래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다. 장거리를 걷기에는 그늘이 부족한 구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릉천과 창릉천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고양의 하천변을 따라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족들은 아직 많지 않다. 하지만 잠재적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오랫동안 고양의 하천 구석구석을 자전거로 누비며 환경보전활동을 펼치고, 여러 권의 생태하천 지도와 자전거길 안내책자를 만들기도 한 한기식 자전거21고양지부 사무국장은 고양시 하천길의 매력으로 편리한 접근성, 인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광, 나들이 포인트와의 연계성 등을 꼽았다. 그는 “굳이 한강까지 나가지 않아도, 고양의 하천길에서 충분히 멋진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고 장담한다. 안전성 면에서도 사람이 늘 붐비고 고속주행 라이더들이 수시로 출몰하는 한강변보다 한적하고 아기자기한 우리동네 하천길이 훨씬 쾌적하고 정겹다는 설명이다.

고양시 녹지과가 개발·관리하는 ‘고양누리길’이 지속적 정비와 홍보, 그리고 꾸준한 프로그램 진행을 통해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걷기 코스로 정착한 것처럼, 고양시 생태하천 자전거길도 고양시 곳곳의 관광자원을 연결하는 명품 자전거 코스로 각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태교란종 제거 작업을 펼치고 있는 공릉천 수계 고양환경단체협의회 봉사자들.

고양 생태하천을 지키는 이웃들

기획 연재에서 다룰 또 하나의 주제는 ‘고양하천 네트워크'의 활약상이다. 자원봉사의 수고를 아끼지 않고 우리 고장의 생태하천을 아름답게 지키는 고마운 이웃들이다.

고양시 하천 행정을 담당하는 생태하천과는 고양시의 모든 하천을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북쪽 공릉천 수계 ▲동남쪽 창릉천 수계 ▲중심부 도촌천 수계 ▲그리고 서쪽의 장월평천 수계가 그것이고, 각각의 수계마다 10~20여개의 단체로 구성된 수계별 네트워크를 조직해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고양하천 네트워크에 소속된 단체는 64개, 등록 회원은 무려 1만400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는 환경단체나 봉사조직은 물론 기업, 군부대, 종교단체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모임들이 함께 하고 있다. 활동내용을 살펴봐도 환경정화나 외래식물 제거 등의 전통적 활동 외에 친환경미생물 보급, 생태감성 증진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물론 숫자 확보에 공을 들인 느낌이 없진 않지만, 어쨌든 1만4000여 명의 이웃들이 고양 생태하천 지킴이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든든하지 않을 수 없다.

이어지는 연재를 통해 고양시 하천 생태의 현주소, 나들이 코스로서의 매력과 잠재력, 하천 네트워크 회원들의 활기찬 에너지를 차례로 만나보자.
 

고양하천네트워크 소속단체로 활동하는 '더불어 성사천' 회원들이 생태환경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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