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결 따라 역사의 흔적 따라, 고양의 생태하천 기행(6) 도촌천
(1) 공릉천 상 (2) 공릉천 하
(3) 창릉천 상 (4) 창릉천 중 (5) 창릉천 하
(6) 도촌천 (7) 대장천 (8) 장월평천 (9) 성사천 (10) 벽제천
견달산천~도촌천은 하나의 줄기
식사교 경계로 다른 이름 불러
원능수질복원센터에서 물 끌어 보충
식사~풍동~산황~백석~신평~한강
공단, 아파트단지, 논밭, 경의선…
다양한 도시의 모습 같이 흘러
[고양신문] 도촌천의 위치와 유역을 설명하려면 견달산천을 함께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둘은 사실 하나의 물줄기이기 때문이다. 식사동 위쪽 견달산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작은 개울이 식사동과 풍동, 산황동, 백석동, 신평동을 흘러내려 한강에 다다르는데, 상류 식사교까지를 견달산천이라 부르고, 그 아래쪽부터는 도촌천이라 부른다. 길이로 계산하면 견달산천은 3.6㎞ 도촌천은 9.1㎞다. 수계 체계로는 소하천인 견달산천이 지방하천인 도촌천에 합류하는 지천으로 분류돼 있다.
하나의 하천을 둘로 나눠 각각 다른 이름을 붙인 이유가 뭘까. 해당부서에 문의하면 ‘행정상의 구분’이라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온다. 도촌천 네트워크 활동을 주도해 온 고양자연생태연구회의 이정희 대표는 “오래 전부터 식사동 주민들에게 견달산천이라는 명칭이 워낙 강하게 인식돼 이름을 버릴 수 없었던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래쪽 도촌천은 백석동에서 신평동으로 넘어가는 지역의 옛 지명 섬말(島村)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한강 제방이 정리되기 전, 신평동 일대는 강물이 수시로 넘나드는 수변지역이었고, 지대가 조금 높았던 곳에 섬말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그러다가 1920년대 제방이 쌓이고 너른 들판이 생기면서 물줄기도 정비됐다. 그 과정에서 식사동 견달산천과 섬말 도촌천이라는 이름이 모두 살아남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견달산천 물이 식사교를 지나면 도촌천 물로 바뀌는 기묘한 상황을 고양자연생태연구회 이한용 팀장은 “강변북로가 고양시로 넘어오면 자유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재치 있게 설명했다.
▲ 초라하게 방치된 숲속 발원지
이정희·이한용씨의 안내를 받아 견달산천 구간의 주요 지점을 둘러봤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견달산천의 발원지. 식사동 구제거리를 지나 참나무가 우거진 견달산의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니, 둥근 고무통을 덮어놓은 작은 샘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가느다란 물줄기에서 견달산천이 시작된다. 규모는 소박하지만, 한강이 시작되는 태백산 검룡소나 낙동강이 시작되는 황지못처럼 물줄기의 정확한 발원지가 있다는 사실이 자못 흥미롭다. 하지만 고양자연생태연구회가 꽂아놓은 작은 그림 팻말이 없으면 찾기 힘들 정도로 아무런 보존 조치나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초라한 고무통을 대신할 돌우물이라도 만들어 마을 주민들이 찾는 명소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견달산을 내려온 물줄기는 도로를 따라 구제거리와 가구공장이 밀집해 있는 식사공단을 가로지른다. 옹고개3교 부근에선 진논천이 합류한다. 하지만 수질은 조금 우려스럽다. 주변에 소규모 공장과 창고, 차고지, 축사 등이 산재해 있고, 알게 모르게 오염된 하수가 견달산천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이정희 대표는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하천 상류의 오염원을 차단하는 게 고양시 모든 하천의 과제일 것”이라고 말한다.
▲ 식사2지구 마무리되면 하천도 정비
하천이 살아나려면 오염원 차단과 함께 일정한 수량이 확보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견달산천은 한 가지 복안을 가지고 있다. 현재 도촌천 하구에 자리한 원능수질복원센터에서 끌어올린 물을 풍동 차량등록사업소 부근에서 방류하고 있는데, 이 물을 향후 견달산천까지 끌어오겠다는 것. 식사2지구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수량 보충 설비와 견달산천 정비사업이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상류 부근에는 벽천폭포가 이미 만들어져 물을 쏟아낼 날을 기다리고 있다. 식사도서관과 인접한 구간에는 일부 수변공원이 꾸며져 있지만, 현재의 수질을 가지고는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기능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다음으로 안내한 곳은 식사교 부근의 경사면. 몇 해 전 단풍잎돼지풀을 비롯한 생태교란식물을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돼지감자를 실험적으로 심었던 자리란다. 생명력 강한 돼지감자는 생태교란종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일정한 영역을 우점하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또 다른 생태교란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지만, 생물종을 활용한 생태교란식물 차단 실험은 유의미해 보인다.
▲ 하천 따라 조망하는 새로운 풍경
식사교 하류, 도촌천 구간은 한기식 자전거21 고양지부 사무국장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았다. 풍동차량등록사업소 부근에 흰 물줄기가 쏟아지는 작은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앞서 말한, 원능수질복원센터에서 끌어올린 물줄기다. 하루 1만톤가량의 물을 공급하는 덕분에 도촌천은 갈수기에도 일정한 수량과 유속을 유지하게 됐다.
백마로를 지난 도촌천은 곡산역에 이르기 전까지 산황동마을 아래쪽을 감싸고 흐른다. 동쪽으로는 나지막한 야산과 농경지가, 서쪽으로는 경의선 철길 너머 백마마을과 백송마을 아파트단지가 펼쳐진 풍경 사이를 몇 번의 굽이를 틀며 여유롭게 흘러간다. 둑방 아래 물줄기 바로 옆에 자전거도로가 나 있지만, 강둑 위 도로를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게 훨씬 편하고 시야도 좋다.
곡산옆 앞에서 애니골과 백마역을 지나 흘러내려온 풍동천을 만나니 도촌천 물줄기가 제법 풍성해진다. 우뚝 솟은 백석동 와이시티, 커다란 탱크가 이어진 한국지역난방공사 건물 등 찻길을 따라 오가며 바라봤던 건물들을 하천길을 따라가며 조망하니 느낌이 새롭다. 물길은 농경지와 비닐하우스 등이 이어진, 일산신도시의 동쪽 경계를 따라 이어지다 호수로와 교차하는 섬말다리에 다다른다. 섬말 다리 아래로는 수초가 제법 무성한 하천 하구의 모습이다.
▲ 도시의 콩팥, 원능수질복원센터
도촌천의 맨 마지막, 장항천과 합류해 신평배수펌프장 앞까지 이어진 구간은 강폭이 넓고 물의 흐름이 완만해져 호수와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백로와 왜가리, 흰뺨검둥오리도 제법 눈에 띈다. 신평배수펌프장은 도촌천을 비롯해 대장천, 행신천, 장항천의 물을 모두 품어 안는, 한강을 만나기 전 마지막 관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단풍잎돼지풀의 위용 역시 하구로 갈수록 더욱 거세지고, 원능수질복원센터 배수구 주변에는 울창한 단풍잎돼지풀 숲을 은신처 삼아 파라솔을 펼쳐놓고 불법으로 낚시를 하는 이들도 여럿 눈에 띈다.
신평배수펌프장 바로 곁에 자리한 원능수질복원센터는 원당과 화정, 행신, 그리고 식사동과 풍동 인근에서 매일같이 쏟아지는 생활하수를 하루에 8만여 톤 정화하는, 도시의 콩팥과 같은 기능을 하는 곳이다. 이 시설의 이름이 바뀐 내력을 살펴보면 나름 흥미롭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는 하수종말처리장이라고 부르다가 이후 친환경사업소로, 그리고 현재의 수질복원센터로 부르고 있다. 시대에 따라 하수정화 업무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봤는지를 엿볼 수 있다.
▲ 맑고 쾌적한 하천으로 되살아나기를…
도촌천에는 어떤 물고기들이 살까. 2014년 제작된 도촌천 생태·하천지도에는 도촌천에 우점종 붕어를 비롯해 대륙송사리, 강준치, 살치, 쌀미꾸리, 버들치 등 6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특정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종만을 기록한 듯하다. 이정희 대표는 얼룩동사리와 모래무지 등이 발견됐다고 말한다. 보다 정밀한 생물상 조사가 정기적으로 진행된다면 더 많은 생물들의 명단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는 “도촌천의 현재 모습은 도심을 관통하는 작은 하천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에 대한 일정한 성과와 과오를 함께 보여준다”고 평했다. 하류의 물을 끌어올려 수량을 보충하는 시스템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정비 과정에서 보다 정밀한 생태적 조사가 부재했다는 점과 과도한 자전거길 조성 등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정희 고양자연생태연구회 대표도 “수량 보충 이전에는 상태가 좋지 않은 기형 물고기들이 많이 발견됐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식사2지구 공사와 함께 견달산천의 수질 개선과 구간 정비도 성공적으로 진행돼 견달산에서 한강을 잇는 물줄기가 보다 건강하고 쾌적하게 살아나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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