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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 썰물 드나들던 갯골의 추억이 그리운 하수 웅덩이 ‘한류천’생명의 숨결 따라 역사의 흔적 따라, 고양의 생태하천 기행(13) - 한류천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9.12.02 17:56
  • 호수 1446
  • 댓글 2

조수간만 물 들고 나던 갯골
일산신도시 빗물 배수로 변신
인근 개발하며 수변공원 조성
생태 외면, 하수 웅덩이 전락

악취 오염 벗어날 길 찾아야
 

수변공원이 조성된 한류천 상부 구간.
[고양신문] 한류천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참 모순적인 하천이다. 우선 근래 수년간 시정과 시의회에서 가장 많이 화제에 오른 하천이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어디에 있는지 위치조차 잘 모른다. 이미지 역시 ‘한류’라는 근사한 이름을 표방하고 있지만 현재의 모습은 ‘썩은 물’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상류구간은 멋진 수변공원 풍광을 자랑하지만, 중간부터는 관리의 손길에서 벗어나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한류천의 모습은 우리에게 하천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에 대한 다양한 물음을 던져준다.

 

갯골에서 배수로, 하천으로 변신

한류천은 원래 발원지가 있는 하천이라기보다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물이 들고 나는 한강 하구 저지대의 큰 물골 중 하나였다가 1990년대 초 일산신도시가 개발되며 신도시의 빗물을 모아 배출하는 중앙배수로로 조성됐다. 또한 거대한 제방 형태로 자유로가 조성되고, 하구에 배수펌프장이 만들어지며 수문을 통과해 한강과 만나는 운명이 됐다. 지난번 연재에서 살펴 본 대화천과 비슷한 태생 배경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가 물줄기가 지나는 대화동·법곳동 일대가 ‘고양의 미래를 담보한 땅’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며, 배수로에 친수공간을 조성해 토지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시도가 더해졌다. 이러한 까닭으로 ‘한류월드 중심부를 흐르는 하천’이라는 의미로 한류천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달고 2008년 비로소 소하천으로 등재되기에 이른다.

날림 설계로 애물단지 전락

위치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한류천은 일산호수공원 남서쪽(아랫말산 인근)에서 시작해 문화콘텐츠단지가 들어설 CJ라이브시티 예정부지를 관통한 후 킨텍스 제2전시장과 킨텍스 캠핑장을 지나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멱절마을을 끼고 한강으로 흘러드는 2.6km 남짓의 짧은 유로를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한류천을 세련된 수변공원으로 만들려는 꿈은 애초부터 언감생심이었다. 여름에는 고인 물에서 심한 악취가 나고, 비라도 오면 수변 산책로가 온통 냄새나는 진흙탕으로 뒤덮이기까지 한다. 이유는 자명하다. 빗물 배수로라는 태생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날림 설계 때문이다. 도심의 우수로는 오접된 오폐수가 함께 유입되기도 하고, 도로와 생활공간의 오염물질이 함께 쓸려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애초부터 경사도가 완만해 유속은 느렸고, 설상가상으로 하구에 수문이 막히면서 한류천 전체가 거대한 물웅덩이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바닥에는 침니(沈泥, 침전돼 쌓인 진흙층)가 퇴적되고, 그러다가 큰 비라도 오면 급격하게 불어난 물과 함께 오염물질로 뒤섞인 침니가 산책로로 넘쳐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류천 상부 수변공원 구간. 경관을 아름답지만 수질은 탁하다. 물이 고여있기 때문이다.

 
상류 수질 고민, 하류 오염 방치

기자가 실제 찾아가 본 한류천은 예상했던 대로 죽은 하천이었다. 물은 전 구간에서 미동도 없이 멈춰 있었고, 한눈에도 탁해 보였다. 산소를 발생시켜 수질악화를 완화하는 장치가 수변공원 구간 곳곳에 설치돼 중환자실 산소 호흡기마냥 가동되고 있었다. 화려한 외양과 근사한 이름을 달고 있다 해도, 물이 흐르지 못하는 긴 웅덩이를 하천이라 부르기는 민망했다.

수변공원 구간 아래쪽 농경지대 역시 그곳 나름대로의 문제점이 산재해 있었다. 곳곳에 쓰레기와 폐기물이 뒹굴고 있고, 퇴비나 불법소각의 잔해가 빗물에 녹아 그대로 한류천으로 흘러드는 광경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여기저기 느긋하게 터 잡고 앉은 낚시꾼도 줄잡아 20여 명은 만날 수 있었다. 당연히 불법이다. 한 낚시꾼에게 말을 걸어보니 여름에는 물에서 냄새가 나서 날씨가 추워질 때 낚시꾼들이 늘어난다면서 ”고기를 잡아도 먹지는 않고 그저 손맛이나 보려는 것이다. 단속이나 제지를 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근 농경지에 뿌려질 퇴비가 한류천 바로 옆 강둑에 쌓여있다. 비가 오면 오염수가 한류천으로 바로 흘러든다.

 하구 막히며 자정능력 잃어

한류천 바로 옆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주민 김상록씨(79세)를 만났다. 12살 때부터 지금의 농장 터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는 그는 물길의 변모를 평생 지켜 본 증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지금의 한류천 모습에 혀를 찼다. “여름에는 냄새가 말도 못해요. 신도시를 개발한다면서 물길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다니, 한심한 노릇이죠.” 그는 지금의 한류천 물길을 예전에는 ‘영사개’라고 불렀다며 “어릴 적에는 멱 감고 놀았고, 신도시 개발 전에는 투망을 쳐 잡은 고기로 친구들과 매운탕 끓여 먹던 곳”이라고 이런 저런 추억을 들려주기도 했다. “자유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한강으로 물길이 트여 있었어요. 그래서 밀물 때는 물이 가득 들어오고, 썰물 때는 바닥까지 쭉 물이 빠지니 항상 깨끗했지요.”

김상록씨가 추억하는 ‘영사개’의 모습은 사실 한강과 맞닿은 고양의 모든 물길들의 옛 모습이었다. 조수간만의 차이에 의해 물이 찼다가 빠지기를 반복하는 감조하천(感潮河川) 말이다. 그러나 개발과 함께 하천의 치수적 기능을 위해 모든 하천의 하구가 수문으로 막히면서 감조하천 고유의 매력과 자정능력은 상실되고 말았다.

밀물 썰물이 드나들던 '영사개(한류천의 옛 이름)'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는 주민 김상록씨.

 한류천 회생 대책 조만간 결정

한류천의 수질을 어떻게 개선하고, 유량과 유속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지에 대한 대해 행정과 연구기관, 그리고 대기업까지 가세해 오랜 연구와 논의가 있었다. 최근에는 한류천을 아예 복개하자는 견해가 제기됐다가 기각되기도 했다. 시는 조만간 최종 개선방안이 발표될 듯하다. 주변에 주거단지가 이미 들어서기 시작했고, 복합문화단지(CJ라이브시티)와 일산테크노밸리 개발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어 보인다.

한류천 수질개선방안의 핵심을 살펴보면, 우선 수질복원센터에서 처리한 물을 1일 6만톤 가량 펌프로 끌어올려 상류와 중류에 각각 방류해 일정한 수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일명 ‘재이용수 공급’ 방안으로, 이미 도촌천과 대장천, 창릉천 등에서 시행하며 일정부분 성과가 검증된 방식이다. 또한 오접된 하수는 별도의 관을 이용해 일산수질복원센터로 바로 보내고, 바닥의 경사도도 지금보다 기울기를 높이고, 중간에 물을 하류로 밀어주는 수중펌프를 가설해 더 이상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로 과연 한류천이 하루아침에 이름값을 하는 하천으로 거듭날지는 여전히 장담하기 힘들어 보인다. 모르긴 몰라도 짧지 않은 시행착오와 궤도 수정이 한동안 반복될 듯하다.

장항습지와 호수공원 잇는 생태축

시리즈 연재를 통해 반복해서 언급한 바대로, 하천을 바라보는 인간의 전통적 관점은 치수(治水, 물을 잘 다스리는 것)와 이수(利水, 물을 잘 이용하는 것)에 집중됐다. 그러다가 근래 들어 환경(하천의 생태적 기능을 되살리는 것)이라는 제 3의 관점이 보태졌다. 치수와 이수, 그리고 환경이라는 세가지 가치가 동등한 거리에서 서로를 견제하거나 보완하며 균형을 이룰 때 하천은 건강하고 안정적인 삼각형을 완성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한류천이 처한 오늘날의 모순은 삼각형의 한 꼭지점인 환경적 고려와 생태적 고민을 생략한 정책이 가져 온 필연의 결과라 할 수밖에 없다. 갯골을 배수로로 변신시키고, 하구를 막아 감조하천으로서의 모습을 지워버린 것이 치수적 이유에서였다면, 첨단 개발지역을 관통하는 근사한 수변공원을 탄생시키겠다는 시도는 이수적 욕구에서였다. 처음부터 한류천에 환경적, 생태적 상상력이 보태졌더라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많이 늦었지만 한류천의 생태적 가치와 잠재력을 환기해보자. 초기 설계만 잘 했더라면, 한류천은 너무도 중요한 생태적 상징성을 부여받을 수도 있었다. 고양시가 지닌 가장 소중한 공간 자산인 한강과 호수공원을 연결하는 유일한 물길이기 때문이다. 한류천을 통해 말똥게와 같은 한강과 장항습지의 생명들이 조금씩 조금씩 기어 올라와, 어느 날인가 호수공원에 입성하는 날을 진작부터 꿈꾸었더라면 어땠을까. 행복한 상상과 난감한 현실의 괴리가 새삼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도움말 : 한동욱 PGA에코다양성연구소 소장

한류천 중류 킨텍스교 교각 밑에 쌓인 쓰레기더미. 불법 낚시꾼들의 소행이다.

 

수변공원 주변에는 복합문화단지(CJ-라이브시티)가 들어설 예정이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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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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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풍 2019-12-03 13:15:31

    요령 있게 잘 쓴 기사로군요! 속히 아름다운 하천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삭제

    • 고양시민 2019-12-03 10:28:38

      한류천 빠른 시정조치 지지합니다!
      한강과 호수공원을 연계하는 지역 최대 관광명소로 자리 잡히기를...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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