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장수의 비결, 소식과 운동

건강도시 고양을 위한 심층 기획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전문가 인터뷰①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최근 의료현장에서는 우리 몸 속 미생물을 공격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 공생체로 받아들이는 작업이 활발합니다. 기초과학분야의 미생물 연구가 활발하게 진척되면서 의학과 접목될 수 있는 탄탄한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입니다.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은 국내 대표적인 미생물 연구자이자 치과의사입니다. 구강미생물 연구에서 시작해 미생물 전반에 대한 연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연구의 결과를 의료 현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미생물 연구자이자 의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김혜성 이사장은 우선 미생물을 무차별 공격하는 항생제와 약을 줄이고, 미생물이 살아있는 음식과 운동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김 이사장의 제안은 병원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지역사회의 인문학 강좌와, 시민건강강좌, 책을 통해 잔잔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통생명TV라는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습니다. 새롭게 접하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이웃과 함께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공부와 나눔의 디딤돌입니다. 김 이사장은 선정적인 주장을 지양하고, 연구자로서 탄탄한 근거를 제시하며, 건강의 문제를 소비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노력 중 하나가 책을 쓰는 일입이다

김혜성 이사장은 50대에 들어서며 미생물 연구 결과를 담은 3권의 책을 잇달아 냈습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등 미생물 시리즈 3권은 모두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됐습니다. 김 이사장은 미생물 시리즈에 이어 최근에는 『의·과학으로풀어보는 건강수명 100』를 펴냈습니다. 새 책에는 최신 의·과학 논문을 분석한 다양한 데이터와 치과의사로서의 경험, 음식과 운동, 공부를 규칙화 하면서 얻은 깨달음 등이 고루 담겨져 있습니다. 김혜성 이사장이 미생물 시리즈와 새 책을 통해 한 번 더 강조하는 건강장수의 비결은 소식과 운동입니다.

매일 새벽 논문을 읽으면서 글쓰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김혜성 이사장을 만나 보았습니다. 치과의사이자 미생물 연구자인 김혜성 이사장에게 논문은 지식의 창고이자, 최신 과학과 의학의 흐름을 따끈따끈하게 흡수할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김혜성 이사장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이 문제를 풀어가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은 과잉이라고 지적합니다. 음식의 과잉, 약의 과잉, 편리함의 과잉, 욕망의 과잉입니다. 과잉은 끝없이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자본의 속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과학과 의학의 진화가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막대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과학과 의학 역시 인간이 아닌, 자본의 욕망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김혜성 이사장은 건강수명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에 주목하며, 이제 생명과 건강의 문제를 우리 각자의 의지대로 선택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건강수명 100한 권의 책을 쓰시면서 참고한 논문이 138편이더군요, 의사로서 진료하고 병원경영도 하면서 꾸준히 공부하고 책까지 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어떤 동기가 있었나요? 글 쓰는 시간은 또 어떻게 확보하시나요.

제가 함께 공부하는 인문학 모임이나 병원 직원들, 주변 이웃들에게 식습관이나 운동습관의 중요성을 똑같이 권하지만 받아들이는 정도는 다 다르더라고요. 왜 다를까 생각해보면, 역시 인식과 선택, 의지의 문제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생명과 건강에 대해 함께 공부하면서 나와 우리가 건강과 노화, 죽음의 문제를 스스로 의지에 의해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의기투합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우선 가까운 지인들과의 공부모임이나 생활 속에서의 만남을 통해 그렇게 하고 싶고, 직접 만날 수 없는 다른 분들께는 강연이나 책을 통해 제안하고 싶었어요.

글은 보통 아침에 써요. 6시 전에는 출근하는데, 이른 아침은 고요히 논문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앞에 두고 무언가를 차분히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하루 중 가장 흥미롭고 평화로운 시간이죠. 이 아침 시간을 잘 유지하는 것이 제 삶의 집중성을 높여주고, 일정한 생활패턴을 만들어주고요. 그런데, 읽고 생각만 해서는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요샌 유튜브도 도전하고 있는데, 쓰고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이 강화되고, 나를 움직이는 마음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듯해요. 지식을 자기화하는 작업이랄까요. 더불어 저에겐 유익한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덤으로 주잖아요. 처음엔 좀 힘이 들었는데 요샌 그런 작업이 일상이 되고, 심지어 재밌기도 하네요.

김혜성 이사장이 쓴 책 『의과학으로 풀어보는 건강수명 100세』 (출판사 파라사이언스). 연구논문에 기초한 다양한 지식과 데이터, 소식과 운동을 실천하며 단단해진 개인적 소신이 담겨있다. 복잡한 의과학 콘텐츠를 쉽고 재밌게 풀어놓았다.
김혜성 이사장이 쓴 책 『의과학으로 풀어보는 건강수명 100세』 (출판사 파라사이언스). 연구논문에 기초한 다양한 지식과 데이터, 소식과 운동을 실천하며 단단해진 개인적 소신이 담겨있다. 복잡한 의과학 콘텐츠를 쉽고 재밌게 풀어놓았다.

 

의료화가 오히려 건강수명을 줄이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대사회는 건강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요. 심지어 젊은이들마저도 건강에 관심이 많아져서 비타민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챙겨먹고 있고, 정부도 건강과 의료복지를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 있죠. 기업은 건강, 항노화 관련한 상품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고요. 이 모든 것은 우리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결과는 반대예요. 기대수명(lifespan)은 정체 상태에 들어가 있고,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인 건강수명(healthspan)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요. 이상하지 않나요, 저는 이유가 과잉에 있다고 생각해요. 과도한 약 복용, 과잉 의료화, 과잉 음식이 없던 질병을 만들고 건강을 약화시키고 있다고요. 우리가 건강문제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과잉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소식과 운동이 있어요. 주위에 널려있고 언제나 구할 수 있는 달달한 음식과 편리한 도구로부터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해요.

책에서도 소식을 강조하셨습니다.  소식이 건강에 좋은 이유를 간략히 듣고 싶습니다.

매우 단순하죠. 많이 먹으면 내 몸에 과잉이 쌓이는 거잖아요. 특히 기름지고 달달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내 몸에 필요한 생명에너지를 초과하게 되고, 그 과잉은 몸 곳곳에 쓰레기로 쌓이죠. 대표적으로, 많이 먹으면 간에 지방이 끼어요. 요샌 술을 안 먹는 사람도 지방간이 계속 증가하는데 당연히 그건 많이 먹어서 그래요. 그리고 인류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이 과잉의 시대로 쌓인 내 몸의 쓰레기는 내 몸으로 하여금 이상한 현상으로 인식되어 염증반응을 일으키죠. 이 염증반응 역시 내 몸에 쓰레기를 양산해요. 소식이 건강과 장수에 좋다는 것은 오래된 지혜일뿐만 아니라,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된 과학적 의학적 사실이기도 해요. 또 생각해 보면, 음식이 우리 몸에서 소화 흡수되어 각 세포에 전달되는 과정은 엄청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예요. 우리가 뭘 먹으면 졸리는 이유는 음식의 해체와 흡수에 필요한 에너지를 위해 근육과 뇌로 가는 에너지를 줄여달라는 내 몸의 신호일 수 있어요. 입에서부터 대장까지, 소화관 통과시간은 보통 하루가 넘게 걸리는데 그동안 우리 몸 내부는 대량의 소화효소를 만들어야 해요. 또 그것을 흡수해 간에서 화학적으로 변형해서 심장을 거쳐 내 몸 세포 곳곳에 보내야 하고, 나머지는 또 어딘가 저장해야 해요. 그동안 내 몸은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여야겠어요. 많이 먹으면 부대낄 수밖에 없어요. 나이 들수록 소식은 더 중요하죠. 나이 들면 소화력이 떨어지고 동시에 만성염증의 징후가 높아지거든요. 이때 음식을 과잉 섭취하면 노폐물이 더 많이 쌓이고 만성염증도 더 악화될 수 있어요. 지금은 특히 음식과잉의 시대예요. 모자라서 병이 되는 것이 아니라 넘쳐서 병을 만들어요. 무엇보다 영양성분은 없이 당분만 가득한 정제 탄수화물 음식과 가공식품을 줄여야 해요.

소식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참 어렵죠. 보통 소식을 매회 식사량을 기존 식사량에서 20~30% 이상 줄이라 권하지만, 혀와 포만감의 유혹에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하루 두 끼만 먹요. 저녁 약속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아침을 거르죠. 그리고, 한번 먹을 때 맘껏 먹어요. 처음 아침을 안 먹으니 위산이 나와 좀 힘들기도 해서 과일 같은 걸 먹는 적응기를 거쳤는데, 지금은 오전에는 연한 커피 외엔 아무것도 먹지 않아요. 아침이나 저녁을 거르면 상대적으로 적게 먹고, 위와 장의 쉬는 시간을 늘릴 수 있지 않겠어요. 실제 같은 칼로리를 먹어도 그것을 세끼가 아닌 두 끼로 나눠 먹으면 고혈압 당뇨 같은 대사성 질환에 덜 걸린다는 보고도 많아요. 동시에 속이 비워지면, 정신도 맑아지기도 해요. 소화에 쓸 에너지가 뇌로 가는 것이겠죠. 시중에 심지어 의사들마저도 간헐적 단식에 대해 이러저런 의견을 내며 우려하는 의견도 있던데, 제 몸이 느끼는 바와 과학적 근거는 확실히 간헐적 단식이 좋다는 거예요.

건강과 노화가 의지 문제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이러저런 얘길 하면, ‘어휴, 걍 이렇게 살고, 맛있는 거 다 먹고 약 먹을래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맛있는 음식과 편리함을 피할 수 없는 거죠. 요새는 상품이 소비자를 편하게 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잖아요. 소비자는 이제 앉아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어요 점점 더 움직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고요. 예를 들어 달달한 디저트를 마음껏 먹고, 당뇨약을 먹어 혈당치를 정상치로 만든다 해보죠. 대체 그 사람이 건강한 건가요? 전혀요!! 그 약이 억지로 해결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수치는 실제 건강하고는 별 상관이 없어요. 혈당이 낮아졌다 하더라도 우리 몸에는 계속 쓰레기가 쌓여갈 거고 그 쓰레기는 언제가 어디론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어요. 점점 더 많은 약을 먹게 되고, 결국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이 짧아지는 거죠. 저는 우리 시대의 영양과 편리함이 임계점을 넘었다고 생각해요.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될 정도를 넘어 이제 해로운 수준이 되었다는 거죠. 그런데, 그 수준은 계속 높아져 가요. 자본의 속성이죠. 몸도 마음도,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사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요. 의지와 선택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시대죠.

게다가 첨단 과학과 의학은 모든 생명의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 그 자체를 질병으로 여기고 약과 의료적 처치로 노화자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혹하긴 하지만, 이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어요. 모든 약은 긴 진화의 산물인 우리 몸의 정상적인 생명과정을 개입하고 차단하니까요. 우리가 좀 더 노화를 늦추고 싶다거나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다면, 음식과 운동이라는 매우 상식적이고 친생명적인 방법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봐요. 그것을 약으로 접근해 본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고령인구에서 5개 이상 약을 먹는 다제약복용(polypharmacy)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데, 그 근저에는 이런 과학전일주의적인 사고가 깔려있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실제론, 건강수명이 줄고 있다는 거죠. 약을 많이 복용하는 경우 수명이 짧다는 구체적인 연구결과도 있으니까요.

운동으로 치면, 나이 들어서도 고강도(High Intensity)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경우 40대의 근육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고강도 운동그룹의 텔로미어(telomere)가 더 긴데, 이것은 세포나이가 더 젊다는 것을 의미하죠. 일상에서 많이 움직이는 사람이 4.5년 더 오래 산다는 통계도 있고요. 꾸준히 공부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면 뇌의 기능도 더 오래 유지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뒷받침 하는 과학적 연구도 쌓여있어요.

스스로의 나이 듦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까(질병이냐, 자연스러운 생명과정이냐), 그 노화를 무엇으로 맞이할까(vs 운동과 음식) 하는 모든 것이 실은 자기 판단과 선택, 의지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항생제 처방량(26.5DDD)OECD 31개국 평균 사용량(18.3DDD)보다 크게 높습니다. 항생제 사용 기준을 낮추고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

우리나라의 경우 항생제 사용량도 많지만, 더 심각한 문제점은 광범위(broad spectrum) 항생제 많이 쓴다는 겁니다. 광범위 항생제를 쓴다는 것은 미생물을 싹 다 죽이겠다는 겁니다. 부분 항생제(narrow spectrum)는 항균력 작용을 할 수 있는 세균의 종류가 선택적이라 약발이 약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무차별로 세균을 죽이는 광범위 항생제는 의사입장에선 효과가 좋고, 안심할 수 있어 편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항생제 저항성은 더 높일 수 있어요. 항생제 저항성은 공공보건의 문제라 의사 개인의 책임이 아니지만, 항생제를 안 써서 문제가 되면 그건 의사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되죠. 그러니 쉽게 항생제, 그것도 광범위 항생제에 손이 가죠.

인류의 첫 항생제 페니실린을 세상에 내놓은 플레밍은 이미 1940년대에 뉴욕타임즈를 통해 항생제를 남용할 경우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과 감염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고했어요. 1940년대 중반부터 항생제가 대중화되면서 항생제 저항성은 실제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플레밍의 경고대로 항생제저항성은 재앙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해진 상태고요. 최근 코로나처럼 인류가 감염병에 취약해진 것도 항생제 남용과 관계가 없을 수 없어요. 항생제 남용의 문제는 병원이나 의사의 책임과 양심에 맡겨둘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정부가 항생제 사용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도 항생제 사용의 부작용을 알려야 해요. 또 환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권을 높이는 것도 필요해요.

치과역시 항생제 사용량이 많아요. 잇몸병 때문에 이를 빼는 경우, 환자의 면역력을 믿고 굳이 항생제를 안 먹어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말이에요. 만약 간단한 발치 후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면, 감기나 피부의 상처, 심지어 칫솔질 후에도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되나요? 실제 제가 일하는 사과나무치과병원에서는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고 적용해 항생제 사용을 40% 넘게 줄여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항생제 안 써서 문제가 된 사례는 거의 없었어요.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생활습관병에 대해 약을 처방하는 의료화가 다른 질병을 양산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오히려 건강수명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의사로서 과잉의료화에 대해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일단 의료화(medicalization)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 듯한데요, 의료화는 과거엔 의학적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의학적 맥락으로 해석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최근 논란이 되었던 게임중독증이 대표적이죠. ‘게임에 빠져 사는 것게임중독증이란 병명을 붙이는 것은 다른 문제에요. 전자는 하나의 현상이지만, 후자는 의료화에 해당돼요. 탈모 폐경 발기부전모두 의료화의 과정이 진행 중이죠. 의료화는 환자 자신의 필요, 의학의 발달, 사회의 요구 등등 여러 측면의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꼭 좋다, 나쁘다 할 수 없지만, 무조건 약으로만 다루려고 한다면, 그건 분명 과잉의료화예요.

현대의료의 대표적인 과잉의료화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흔히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나 골다공증처럼 나이 들면서 조금씩 우리 몸에 생기는 증상들을 다루는 면에서 발견돼요. 이런 증후군은 실은 대부분이 생활습관, 즉 음식과 운동에서 비롯되지요. 그럼 답도 거기서 찾아야 하거든요. 그리고, 이런 증후군은 실제 병이 아닐 수 있어요. 실제로는심장근육이 막히는 심근경색, 뇌졸중, 골절 등이 병이죠. 대사증후군이나 골다공증은 이런 병을 만들 수 있는 위험요소(risk factor) 들이고, 이런 위험요소들은 흡연 음주 운동부족과 같은 다른 위험요소들과 늘 함께 따라다녀요.

그런데, 최근으로 올수록 이런 대사증후군을 약으로 다루려는 경향이 커져가고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충치가 생기기 쉬운 아이들에게 이를 잘 닦게 하는 교육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충치를 예방할 수 있는 불소를 먹게 권하지는 않죠. 불소를 체내에 넣은 것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술을 계속 먹게 하면서 항알콜제를 투여하진 않아요. 흡연을 계속 하면서 항니코킨제를 투여하지도 않고, 운동부족환자에게 항지방약을 투여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골다공증에는 운동과 식이를 바꾸는 대신 약이 점점 더 많이 투여되고 있어요. 실제 통계가 그걸 보여주는데, 1990년대 말부터 이런 증상에 쓰는 약들의 판매가 천정부지로 증가하고 있거든요. 이런 약들은 모두 부작용을 동반하는데 말이죠.

그렇다고 우리가 건강하게 더 오래 살고 있느냐는 거죠. 저는 비록 의료인이지만, 의료화의 흐름을 거부하고 저의 방식대로 살기로 결정했어요. 공부와 체험을 통해 단단해진 생명과 건강의 원리를 나의 몸과 삶에 적용하기로 한 겁니다. 정부의 정책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고, 의료현실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살겠다는 의지와 선택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 역시 고지혈증 약을 먹어야 하는 대상이지만 약을 먹을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리고, 인문학모임 귀가쫑긋과 공부모임 생명과 건강’, 그리고 저희 병원이 함께 하고 있는 건강100세 네트워크’ ‘통생명 라이프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여럿이 함께 공부하고,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있기도 하고요. 제가 일하고 있는 사과나무의료재단과 건강100세 네트워크, 고양신문도 함께 힘을 합해 건강수명 100년 코호트연구라는 걸 시작하고 있는데, 취지는 말 그대로 약은 급할 때 최소로 하고, 음식과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자는 제안이에요.

건강수명 100년 코호트 연구는 음식과 운동으로 건강한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시민사회의 실험일수 있는데요,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음식과 운동을 통해 건강수명을 높일 수 있는 길을 고양시민들과 함께 입증해보는 실험이에요. 1300명 이상의 고양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인데, 식습관과 운동습관, 텔로미어 검사와 구강미생물 검사 등 생활습관과 건강상태를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건강수명을 높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제시할거예요. 병원 주도의 연구라기보다는 참여하는 시민들이 음식습관과 운동습관을 개선하면서 스스로 몸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참여 프로그램이죠. 조사는 2년 주기로 하고 총 연구 기간은 30년 이상으로 잡고 있어요.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습관을 함께 만들면서 함께 건강하게 나이먹자는 적극적 캠페인일수도 있겠다 싶어요.과잉 의료화에 마냥 휩싸이기보다 음식과 운동이라는 상식적인 방법으로, 건강수명이 줄어가는 우리 시대의 흐름을 교정해 보자는 취지이기도 해요.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건강수명 100년 코호트가 우리세대는 물론 우리 다음 세대에게 건강권에 대한 어떤 확신을 주는 데이터를 내놓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어요.

음식이 건강을 좌우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아직 음식이 중요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지난 50년 전에 비해 맥도널드 1인분의 크기가 4배가 커졌다고 해요. 그만큼 많이 먹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엔 컵라면이 나왔는데, 나중에 사발면이 나오고, 요샌 거기에 이러저런 것들이 첨가되어 양이 증가하죠. 맛도 갈수록 달고 짜고 매워지고 있고요.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의 평균체중이 20년 전에 비해 평균 15파운드(7kg) 늘었다 하고, 영국여성들의 허리둘레가 1950년대에는 27인치에서 2000년 들어 34인치로 늘었다고 해요. 인류, 그중에서도 특히 서구인들이 점점 더 비만해 지는 거죠. 이런 문제를 빼 놓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을 얘기할 수 없어요. 이런 음식과 운동부족, 비만이 문제를 키운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잖아요. 문제가 그렇다면 답도 거기서 찾아야죠.

제가 미생물 연구를 하다 보니 음식의 중요성을 더 절감하게 되었어요. 최근 들어 점점 관심이 커가는 내 몸 미생물의 적절한 관리는 약으로 절대 할 수 없어요. 오직 음식으로만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미생물 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음식과 의료의 장벽이 대폭 낮춰져야 해요. 그런데 병원은 음식엔 관심이 없고, 음식을 만드는 식품기업은 의료에 관심이 없어요. 기초과학과 의학 간의 장벽도 높고요. 장 미생물의 다양성이 면역력을 키우고, 온몸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의료현장에선 여전히 미생물은 박멸의 대상에 머물러 있죠.

약식동원(藥食同原) 이라는 지혜처럼, 오히려 우리 선조들의 삶의 방식이 참 통합적이고, 과학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잘 먹고 잘 싸야 한다, 음식이 보약이다 등등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생활지침과 된장과 김치 등 미생물 발효식품의 전통을 보면 과학이 삶의 지혜로 이미 녹아있는 듯하고요. 음식으로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다는 주장은 선조들의 오랜 지혜를 21세기 과학과 의학의 데이터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일 수 있어요.

미생물의 눈으로 보면 미생물과 인간은 하나의 공생체, 통생명체(holobiont)예요. 이제 미생물을 박멸하는 길이 아니라 미생물과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해요. 그 공존은 약이 아닌 오직 음식을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고요.

 

사람의 생명과 건강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적인 문제가 있을까요? 그렇지만 자본이 중심이 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생명과 건강보다 돈이 우선할 때도 많습니다. 의사로서, 연구자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요.

이미 201810월에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내용인데, 아스피린이 나이든 사람들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 약간의 효과는 있으나 오히려 암을 만들 수 있어 결과적으로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심지어 미국 의사 중엔 아스피린을 만병통치약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도 말이죠. 이 연구는 그간 무수히 발표된 아스피린에 대한 찬사 연구를 뒤집는 것이었어요. 그럼 그간 아스피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연구가 얼마나 중립적으로 진행됐을까요. 많은 연구가 실제로 아스피린 제조회사의 펀드를 받아 진행되었다고 명시돼 있어요. 2002년 콜레스테롤 기준치를 내려서 수많은 고콜레스테롤 환자를 양산했던 미국심장협회 위원 중 여러 명이 콜레스테롤 처방약인 스타틴을 만드는 회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죠.

돌이켜 보면, 생명과 건강의 문제에 대한 자본주의적 욕망의 반영은 20세기부터 내내 강화돼 왔어요. 20세기 후반 유전자가 발견되고, 유전자의 공학적 변형이 가능해지면서 생물학은 생명과학을 넘어 생명공학으로 변화되지요. 그 변화의 과정 곳곳에 돈의 욕망이 개입돼요. 생명공학 기업들은 인간의 유전자에도 특허를 들이대며 독점을 확장해가고 있어요. 자본주의적 욕망이 담긴 현대의학의 특징은 분절화 되어 있다는 겁니다. 계속 말씀드리는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증상들은 실제 음식, 혹은 인슐린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라는 동일한 이유가 있는데도 모두 따로따로 다루고, 따로따로 약을 처방해요. 그래서 환자들은 처음엔 당뇨약을 먹고, 그 당뇨약에 다른 당뇨약을 첨가해 먹고, 그러다 고혈압이 생기고, 고혈압약을 더 먹게 되고그렇게 약은 계속 증가하게 되죠. 여하튼 나는 전혀 아프지 않고 증상도 없는데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으니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권하는 현대의료는, 인류사에 한번도 없었던 매우 기괴한 장면인 것은 분명해요.

저는 이제 분자생물학적 현대의료를 생소하게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몸은 자연생태계와 같아요. 건강한 생태계는 흔들리더라도 다시 건강성을 회복하는 복원력이 강하죠. 그러려면, 그 생태계의 개입, 그것도 화학적 약물에 의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해요. 우리 자연에 제초제, 살충제 등을 마구 뿌리는 게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 알잖아요. 우리 몸에 항생제를 비롯해 여러 약을 계속 투여하는 것과, 자연에 농약을 뿌려대는 것은 마찬가지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약이 아니라 음식으로 병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의사로서, 생명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미생물 연구자로서 음식습관을 어떻게 바꾸면 좋은지 듣고 싶습니다

음식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움직이는 생명활동의 기초 재료잖아요. 그래서 음식 역시 생명이어야 해요. 채소 과일 해산물 고기 그리고 김치와 된장을 만드는 미생물도 생명이에요. 이들 생명체는 인간의 몸과 같은 유전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작동 원리도 같아요. 그래서 음식의 성분이 인간의 생명활동으로 호환될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는 생명이 아닌 것들 것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요. 가공식품의 식품첨가물이나 트랜스지방, 가공탄수화물, 화학조미료 등은 자연이 만든 생명이 아니라 실험실과 공장에서 나온 화학합성물이에요. 당연히 우리 몸이 흡수하기 어렵죠. 식품업계나 식약처는 이러저런 가이드라인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식품첨가물은 안전하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먹어보면 바로 알아요. 소화가 안 되거든요. 저는 과거엔 그렇게 맛있던 라면을 못 먹은 지 오래 됐어요. 소화시킬 자신이 없어서요. 가공식품의 비중이 높아지면 소화가 안 되고, 변비가 생기고,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요. 잘 먹고 잘 싸는 기본적인 생명활동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거죠. 제가 추천하는 가장 이상적인 음식은 생명이 깃든 미생물 발효음식과 통생명 음식이에요. 된장과 김치, 현미 등 통곡물과 채소와 과일 등이죠. 특히 김치와 된장은 미생물 연구자로서 자신 있게 추천하는 건강장수음식입니다. 채소의 미생물과 발효 미생물, 미생물 발효산물까지 흡수할 수 있고, 채소 자체의 섬유질도 풍부해 장내 미생물의 훌륭한 먹잇감이기도 하죠. 그야말로 완벽한 건강식품이죠. 된장과 김치 많이 드십시오.

음식과 더불어 운동을 건강장수의 비결로 꼽으셨어요, 어떤 운동이 효과적인지 추천해주신다면.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같은 속도로 오지는 않아요. 노화의 속도를 좌우하는 강력한 도구가 바로 운동이죠. 현대의학으로 노화를 지연시키는 일은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운동으로 노화를 지연시키는 일은 부작용도 없고, 약보다 훨씬 강력해요. 과학적 의학적 데이터도 충분하고요. 특히 최근에는 강도 높은 운동과 휴식을 번갈아가며 하는 고강도인터벌트레이닝(HIIT 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이 노화를 지연시키고 비만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도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일례로 60대를 대상으로 HIIT를 적용했더니 세포내 미토콘트리아의 활성이 올라갔다고 해요. 몸 전체의 활력이 오른 거죠. HIIT60대 넘어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경우에도 효과가 뚜렷했어요. 평생 운동한 사람과 처음 운동한 사람 관계없이 모두 혈압을 떨어뜨리고, 심혈관 기능을 활성화 시켰답니다. 처음 운동을 한 사람의 경우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도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나이 들면 세게 운동하면 안 된다는 통념, 너무 늦게 운동을 시작해서 효과가 있을까 하는 걱정을 떨쳐버리게 하는 결과죠. HIIT는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재밌게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저희 의료재단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HIIT 운동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결과가 나오면 널리 공유할겁니다. 우리가 노화를 막을 수 없을 거라고 걱정했던 뇌의 노화도 활발한 저작운동을 통해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결과도 있어요. 치아의 개수가 적을수록 치매 위험이 높아지고요. 나이 들어서도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뇌기능이 저하되지 않는다고 해요. 101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도 공부를 놓지 않으면 정신은 늙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어요. 공부는 뇌의 운동이죠. 뇌의 노화까지도 의지대로 방어할 수 있다는 거예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새로운 생활습관을 만들 수 있는 최적기를 50대라고 꼽으셨습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음식이든 운동이든 공부든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생활의 루틴(routine)으로 자리 잡고, 결과적으로 생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요. 저의 경우 50세 넘어서야 그런 루틴을 만들 수 있었어요. 40대까지만 해도 사회적으로 이러저런 관심도 많고, 저녁에 여러 만남의 자리도 많아 제가 관심 있는 주제에 집중하기 어려웠어요.

50세 넘어가니, 조금씩 다양한 욕망이 정돈됨을 느꼈어요. 사회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일정한 능선을 넘으니 오히려 자신의 생명에너지를 집중해야겠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아마도 선조들도 50세를 지천명이라 하지 않았나 싶어요. 스스로의 천명을 안다는 것은, 인생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그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최근 심리학에서는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끈기를 의미하는 그릿에 주목하는데, 이 그릿이 나이 들면서 점점 증가하다가 60세 전후에 대폭 증가한다고 해요.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을 듯싶어요. 여하튼, 저에겐 50대에 들어서며 몸의 변화, 욕망의 변화를 느끼고, 생활의 규칙성을 갖게 됐는데, 60대에 그릿까지 대폭 높아진다니, 나이 듦을 기대감으로 맞을 수 있을 듯해요.

발행인 이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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