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건강도시 고양을 위한 심층 기획 /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7>잘 먹고 잘 싸야 건강하다

 

당신의 똥은 안녕하십니까
식이섬유 풍부한 음식으로 장내 독소 배출해야 온몸이 건강

[고양신문] 하루를 보내면서 언제를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 생각하시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아침에 화장실 가는 시간입니다.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건강의 첩경이란 선조들의 지혜를 믿으니까요. 아침 화장실에서 굵직한 동아줄을 보는 시원함과 가벼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반대로 아침의 이 중요한 이벤트를 거르는 날엔, 하루 종일 아랫배가 묵직하고 밥맛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이벤트가 인류 전체나 우리나라 국민들로 보면, 안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 보입니다. 

동의보감 “대변 하루에 2번 5되”, 육류 가공음식 늘며 급감 
인터넷으로 동의보감을 읽다가 깜짝 놀란 대목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대변을 2번 본다. 한 번에 2.5되를 배설하고 하루에 5되를 배설하기 때문에 7일이 지나면 3말 5되를 배설하여 수곡이 모두 없어진다’(《東醫寶鑑》 內景篇卷之三 > 胃腑 > 胃形象) 

한 되의 양이 적게 잡아도 1.5㎏ 을 넘을 테니, 5되라면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이 언급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더라도, 당시 사람들의 배변량이 상당했고, 횟수도 최소한 하루 한 번은 되었을 듯합니다. 이런 우리나라 사람들의 배변량은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기 전까지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신동호님의 글(sciencetimes 2006.8.27)에 의하면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덩치 큰 코쟁이 미국인들이 똥은 염소똥처럼 싼다며 수군거리는 한국병사들이 많았다네요. 육식을 많이 한 미국병사들이 덩치는 큰데 비해 똥의 양의 적었다는 건데, 역으로 밥(당시엔 현미였겠죠) 중심의 식단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똥이 많았을 겁니다. 
 
아마 제 똥의 무게는 매일 차이가 나겠지만 200g 정도일듯해요. 그러더라도 저나 우리 국민, 21세기의 선진국 국민들은 전체적으로 똥의 양이나 횟수가 줄어들고 있어 보입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선진국과 후진국의 똥의 양을 비교했더니 후진국 사람들의 똥이 하루 250g 정도인데 반해, 선진국 사람들은 절반 정도인 126g 정도였다고 합니다.(Rose, Parker et al. 2015) 

이 똥을 말려 무게를 달아보면 후진국 사람들의 똥이 1.3배(38/28) 많고, 말리지 않았었을 때는 후진국 사람들의 똥이 2배 정도였는데 이는 후진국 사람들의 똥이 더 무르다는 겁니다. 반대로 선진국 사람들의 똥은 물이 많이 포함되지 않아 단단하단 겁니다. 똥 싸는 횟수도 더 적어졌어요. 동의보감은 하루 두 번이라고 말합니다. 

선진국 대변 하루 250g, 후진국 126g, 인도인 514g
한 인도인 의사가 쓴 글에 의하면 아직도 인도인들의 99%는 하루 한 번 이상 똥을 눈답니다.(Uday, Vikas et al. 2012) 똥의 양도 많아서 평균 514g 정도라네요. 우와~^^ 한국인들은 하루 한 번도 감사할 일인데 말이죠. 의학적으로 변비를 진단할 때 일주일에 3회 정도도 정상이라 여깁니다.(Bharucha, Dorn et al. 2013) 이렇게 넉넉한 기준을 적용해도 한국인 중 상당수는 변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20~27% 정도가 일주일 3회 정도도 변을 못 보는 변비로 고통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단 뭐가 정상일까요? 제가 볼 땐 주 3회를 횟수로 삼는 의학적 기준은 분명 서양의 기준이에요. 주로 미국학회가 얘기하고 우리나라 의학계도 그걸 많이 추종하죠.(Choi 2005) 하지만 식단에 고기가 더 많이 포함되는 서양인들은 똥의 양이나 횟수가 채식을 많이 하는 동양이나 아프리카인들보다 더 적을 거예요. 제 몸을 가지고 보면 우리에겐 매일 1회를 정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아요. 

물론 매일 안 본다고 변비라던가 문제가 크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위에 보면 매일 안 봐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매일 1회 똥 싸기를 위해 먹는 것에 신경을 더 썼으면 좋겠어요.

음식물 통과 시간도 50년 사이 3배 길어졌다
똥의 양이나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내 장내에 여러 변화를 만들기 때문이에요. 대표적으로 현대인들은 과거에 비해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 항문으로 나오는 소화관 통과시간이 대폭 길어졌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위장관 통과시간을 과거와 비교한 자료는 없는데,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소화관 중 가장 긴 소장의 통과시간을 비교해 보면, 지난 50~60년 동안 무려 3배까지 길어졌다는 추정도 가능해요. 1960년대에 6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평균 소장 통과시간이 84.4분인데(KIM 1968) 비해 1980년대 조사 결과는 평균 150~200분이었고 (Malagelada, Robertson et al. 1984), 2010년대에 조사 결과는 무려 275분이나 됩니다.(Worsøe, Fynne et al. 2011)

이렇게 소화관 통과시간이 길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느 것도 분명한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음식이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인도인 의사가 쓴 글에 의하면 인도인의 전체 평균 소화관 통과시간이 17시간 정도입니다. 오늘 아침에 변으로 나온 성분은 어제 점심 때 먹은 것이란 거죠. 논리적으로 치면 소화관 통과시간이 긴 것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음식과 에너지 과잉시대를 살고 있고, 못 싸서 고통받는 우리에겐 설사만 아니라면 소화관 통과시간이 짧은 것이 더 좋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어제 점심 때 먹은 참외씨가 오늘 아침 변기에 있는 것을 보면, 제 소화관 통과시간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아요.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정상인들은 소화관 중 맨 끄트머리인 대장의 통과시간만 해도 평균 22시간(남성)~30시간(여성)이랍니다.(Shin, Jung et al. 2016) 너무 깁니다. 동의보감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게 길어진 거고요.

변비 환자 장내에는 녹농균 등 병적 세균 증가 
길어진 소화관 통과시간과 똥의 양과 횟수는 21세기 들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장내 미생물을 달라지게 해요. 당연하겠죠. 똥으로 나가야 할 잔여물이 장에 오래 남게 되면, 장내 환경이 달라질 테고, 장내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이 달라지는 겁니다. 또 그 달라진 미생물은 인체에 역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이 일어날 거예요. 

미생물 역시 장의 움직임이나 똥의 양과 횟수에 영향을 줍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변비환자들의 장내엔 락토바실러스나 비피도박테리움 같은 유산균이 줄어들고, 대신 녹농균 같은 미생물이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어요.(Zhao and Yu 2016) 녹농균은 대표적인 병적 세균 중 하나죠. 

이런 변화들이 현대인들의 변비를 대폭 증가하게 만들었어요. 동의보감을 보니, 과거라고 변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러더라도 인구의 16.5%가 스스로 변비라 생각하진 않았겠죠.(Shin, Jung et al. 2016), 또 변비가 아니더라도, 아침에 똥을 못 싸서 속이 더부룩한 상태로 지내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똥 때문에 가져오는 삶의 질 저하는 훨씬 더 심각할 거예요.

똥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모두 알다시피, 요새 우리나라에서 염증성장염이나 대장암이 계속 증가추세에 있잖아요. 이런 질병은 과거 우리나라나 아프리카처럼 ‘후진국 똥’을 싸는 사람들에게선 흔치 않던 병이죠. 이들 질병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배출돼야 할 변이 장에 오래 잔류하며 독소를 배출하고, 해로운 장내세균들이 장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연관돼 있다는 추정이 가능해요. 실제로 변비와 장내세균의 변화, 그리고 염증성장염이나 대장암의 연관성을 인구통계학적으로 추정한 여러 자료에 의하면 변비와 대장암의 증가가 서로 연관돼 나타납니다.(Roberts, Millikan et al. 2003)

변비-장내세균-염증성장염, 대장암 발병과 연관 
매일 아침 똥을 못 누고, 똥을 싸도 염소똥처럼 싸는 현대 한국인들에게 염증성장염이나 대장암이 증가하는 이유도 뻔해요. 음식이죠.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너무 달달한 가공정제 음식이거나 고기류이고, 대신 과거에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던 거친 식이섬유들이 쏙 빠진 거죠. 잘 싸기 위해서는 장의 건강을 생각하며 음식을 골라야 하는데, 대부분은 입맛에 맞는 음식만 고른다는 겁니다. 

식이섬유가 똥의 양과 횟수뿐만 아니라, 장 건강에 보탬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여기선 두 가지만 리마인드 하려 해요. 하나는 식이섬유의 흡착기능입니다. 똥이 황갈색인 것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한번 대사되면서 만든 색깔 때문인데, 이 담즙의 대사물질인 디옥시콜산이 장내에 오래 머물면 발암물질이 된다는 거예요. 담즙은 지방의 소화를 돕기 위해 만들어지는 거라,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 대장암에 걸리기 쉬운 이유이기도 하죠. 그래서 디옥시콜산은 당연히 똥으로 배설하는 게 좋은데, 식이섬유가 디옥시콜산을 흡수해서 함께 밖으로 나온다는 거예요.(HUANG and Dural 1995) 식이섬유가 담즙 배출을 줄이고, 장에 있으면 좋지 않은 담즙 대사물질까지 똥으로 배출되게 해준다는 겁니다. 이중의 효과죠. 

식이섬유 장내 독소 흡수해 배출하고 면역물질 생성 
둘째, 단쇄지방산 생성기능입니다. 단쇄지방산은 장내세균들이 소장을 지나면서도 소화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밀려들어온 식이섬유를 먹어치워서 만드는 물질인데, 이것도 ‘산(acid)’ 이라서 장내 환경을 개선할 수 있어요. 위산의 염산이 위장으로 들어오는 음식 속 세균을 검색하고 소화를 돕듯이, 대장에서는 단쇄지방산이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위산만큼 강산은 아닙니다. 단쇄지방산은 또 장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전신으로 흡수되어 여러 면역작용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식이섬유가 오랫동안 대장으로 안 들어오면 식이섬유 대신 장세포를 덮고 있는 점액질 속 탄수화물을 먹어치운답니다.(Desai, Seekatz et al. 2016) 걔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할 수 없는 노릇이겠죠. 마치 입속에 침이 없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입이 마르니, 곳곳이 쉽게 자극을 받아 궤양이 생기는 것처럼, 장도 점액이 없어진 환경에서 똥으로 나갈 물질을 받아낸다면 상처가 나고 헐게 되겠죠. 이 상태가 오래되면 바로 염증성 장질환이나 대장암으로 갈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각도에서 제가 똥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똥의 상당 부분이 세균의 사체이기 때문이에요. 똥은 75% 정도가 물이고, 25% 정도만 유기물(22%)과 무기물(3%)인데, 이 유기물 중 세균이 40% 정도를 차지해요.(Rose, Parker et al. 2015) 그러니까, 우리가 매일 누는 똥의 10% 정도가 살아있는 세균이나 세균의 사체라는 얘기가 되죠. 대장에 살던 세균이 똥과 함께 밀려나온 거겠죠.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대장에는 100조 정도의 세균이 살고 있다고 해요. 이 어마어마한 양의 세균들 중엔 당연히 우리 몸에 위험한 녀석들도 있고, 꼭 필요한 녀석들, 인간이 지구를 터전 삼아 살아가듯 그냥 내 몸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녀석들도 있을 겁니다. 우리 대장은 인간이 소화시키지 못한 영양소가 많고 물도 많고 온도도 따뜻할 테니 세균으로 치면 살기 안성맞춤인 장소일 수 있죠. 양도 엄청나고, 종류로 보아도 1000종이 넘을 만큼 다양한 세균이 사는 대장은 당연히 순환하고 통해야 해요. 

장내 미생물과 잘 공존하는 길이 건강 지키는 지름길
말하자면 인간의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밀려온 물질(똥)과 세균은 시간이 되면 바깥으로 나가고, 또 그 공간을 소장에서 다시 내려온 것들로 채워야 한다는 거죠. 대장이 막혀 있으면 환경이 변하게 되고, 세균과 똥이 만드는 독소가 농축돼 그것이 장주위 혈관을 타고 곳곳을 돌며 여러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가장 흔하게 우리가 변비 걸리면 얼굴에 뾰루지가 나잖아요. 왜 그러겠어요. 문제는 대장에 있는데 얼굴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대장의 독소가 혈관을 타고 얼굴에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뾰루지야 가벼운 문제고 우리가 느낄 수 있지만, 우리 몸 곳곳의 만성염증은 우리가 느끼지도 못한 채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만성염증이 오래되면 암을 포함한 더 위험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질 거고요. 

이 현상에 대해 의사와 과학자들은 ‘장누수증후군’이라 이름 붙여왔어요.(Mu, Kirby et al. 2017) 장누수증후군이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장을 둘러싼 세포들의 간극이 벌어지면서(장에 누수) 장의 여러 독소들이 그 간극을 뚫고 전신으로 향한다는 거예요. 이 장누수증후군은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는데, 최근 들어 21세기 미생물학의 발전과 함께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어요. 내 몸에 미생물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이 미생물과 잘 공존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럼 장누수증후군에 걸리지 않고, 장 미생물을 비롯한 내 몸 미생물과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시 음식이에요. 늘 같은 결론에 이르네요. “음식이 약이 되게 하라.” 

글 /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필진소개

김혜성 이사장은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치과의사이자,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펴냈다. 『미생물과의 공존』 등 그간 펴낸 미생물 관련 3권의 책 모두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됐다. 
우리의 몸 안팎의 생명체들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통생명 삶’이란 화두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기획보도에서는 건강에 대한 개념과 건강한 삶을 위한 습관, 건강한 노년을 위한 준비, 새로운 삶의 가치에 대한 선택의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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