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건강,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나

건강도시 고양을 위한 심층 기획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메르스 사스 코로나19 등 새로운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미래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문제일까요, 이제 나와 이웃, 인류의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지나친 육식위주의 식생활과 과식, 과욕,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식품의 과잉, 약과 항생제의 무분별한 처방 등 그간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비대하게 성장한 시장은 자연의 생태계는 물론 우리 몸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면역력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과학과 의학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지만 인간은 더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지구와 지구에 공존하는 생명체들의 미래도 점점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생명의 터전으로서 땅과 숲, 동물과 식물, 사람의 건강문제까지도 자본의 무한경쟁 시장에 내맡겨진 결과 입니다. 이제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길, 나와 세계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고양신문은 우선 누구에게나 절실한 건강 문제를 주제로 심층보도합니다.

감염병과 암, 이길 수 있는 최고의 면역식품 ‘된장’
미생물 연구 진행되면서 글로벌 건강식품으로 주목 

100세 이상 살고 있는 국내 장수노인들의 식단을 조사하면 어김없이 된장국이 등장합니다. 하루에 한 끼 이상 된장국을 먹는답니다. 된장은 몸에 좋은 콩을 두고두고 먹는 방법으로 개발한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식품입니다. 한때는 된장과 김치 등 전통 발효식품이 암을 일으킨다고 구박받기도 했습니다. 소금의 함량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생물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된장과 김치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된장은 콩의 풍부한 영양성분과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성된 이로운 분해물질, 그리고 21세기 건강의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미생물까지 고루 먹을 수 있는 최고의 건강식품입니다. 

누구나 매일 먹을 수 있는 된장이 건강한 노화를 맞을 수 있는 보약이라는 것을 해외에서도 인정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아직 된장을 귀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된장의 어떤 성분이, 어떻게 몸을 살리는지 살펴봅니다. 

항암효과 세계의 발효식품 중 최고

된장은 함암효과가 높은 식품으로 꼽힙니다. 된장의 항암효과는 항돌연변이 효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나 염색체 구조의 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돌연변이는 세포에서도 나타나는데 이 세포 돌연변이 물질이 결국 암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된장의 항돌연변이 효과는 실험을 통해서도 입증되었습니다. 간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을 주입한 실험 쥐에서는 암이 발생한 반면 아플라톡신을 투입한 메주를 먹인 쥐에서는 암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40년 넘게 된장을 연구한 박건영 교수(차의과대학)는 1992년 실험을 통해 된장의 항암효과를 최초로 밝히고, 100% 자연발효 식품인 된장이 세계 각국의 발효식품보다 탁월한 항암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박건영 교수는 된장을 어떻게 제조하느냐에 따라 항암효과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된장 제조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건영 교수의 실험에 의하면 된장을 만드는 콩 자체에도 항돌연변이 기능이 있지만 생콩보다는 된장의 항돌연변이 효과가 더 높았습니다. 생콩의 경우 항돌연변이 효과가 64%였고, 삶은 콩은 39%, 된장은 100%였다고 합니다.(살모넬라 티피뮤리움 TA98 균주를 이용한 아메스 실험에서의 아플라톡신 B1에 대한 항돌연변이 효과) 콩을 삶으면 효과가 떨어지지만 콩을 삶아서 발효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항돌연변이 기능이 활발해진 겁니다. 

일본의 미소·청국장보다 전통발효 된장이 좋다

된장은 다른 콩 발효식품과 비교했을 때도 항돌연변이 효과가 탁월했습니다. 일본의 미소나 청국장, 상품용 된장 보다는 전통발효 된장이 항돌연변이 효과가 높았는데, 이는 된장이 다른 발효식품과 달리 고초균 외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로 발효되고 콩으로만 만들어 진다는 점, 그리고 발효 기간이 길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박건영 교수는 또 된장의 활성성분이 대부분 추출되는 메탄올추출물에 의한 항암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살코나-180 암세포를 쥐의 복강 내로 이식한 다음 매일 1회씩 20일간 시료를 복강으로 투여해 수명 연장 효과를 관찰했습니다. 실험결과 대조군이 평균 28.4일인데 반해 콩은 31.4일, 미소는 40.1일로 수명이 연장됐고, 된장은 47.7일로 68%의 수명 연장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실험에 의하면 된장의 숙성기간이 항암효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살모넬라균을 이용해 콩과 1년 숙성 된장, 2년 숙성 된장의 돌연변이 저해 효과를 살펴본 결과, 낮은(1.25) 농도 균처리에서 콩은 1% 억제효과를 보였지만 1년 숙성된장은 27%, 2년 숙성된장은 54% 돌연변이를 억제했습니다. 균을 2배 농도로 처리한 실험에서도 각각 10%, 81%, 91% 억제효과가 나타나 발효 기간이 길수록 암 예방 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쥐에 종양을 이식한 실험에서도 숙성기간에 종양 억제 효과가 달랐습니다. 6개월 숙성 된장은 종양 생성을 19% 억제했고, 2년 숙성 된장은 38% 억제해 2배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실험결과를 통해 된장의 함암효과는 발효와 숙성과정을 통해 강화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콩이 가지고 있던 항암 활성 물질이 발효되면서 항암 기능이 높은 새로운 물질을 형성한다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콩의 갈색색소 항산화 효과, 발효기간 길수록 좋다
 
된장은 함암기능 외에도 항산화 효과가 높다고 합니다. 우리 몸은 공기 중의 산소를 호흡하면서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세포 활동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호흡을 통해 밖으로 배출합니다. 그런데 이 호흡과정에서 유해한 활성산소가 만들어집니다. 

환경오염이나 화학물질, 자외선, 혈액순환장애, 스트레스 등으로 산소가 과잉생산되면 활성산소가 됩니다. 이 활성산소는 몸속에서 산화작용을 일으켜 세포막, DNA, 세포구조를 손상시키거나 기능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철이 산소에 과잉 노출되면 녹스는 것처럼, 몸이 녹슬어 가는 겁니다. 바로 노화의 주범이 활성산소입니다. 이 활성산소를 억제하기 위한 기능성식품과 약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가장 쉽게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방법은 바로 된장 요리를 자주 먹는 것입니다. 

된장의 항산화 효과는 된장의 갈색 색소에 담겨 있습니다. 콩이 발효되면서 생성되는 갈색 색소가 항산화 억제 효과를 발휘합니다. 채소의 색소가 항산화 기능을 갖는 것처럼 콩의 색소도 항산화 기능을 갖는데,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그 기능이 더욱 강화되는 것입니다. 메주와 된장의 갈변물질인 페놀화합물의 항산화 효과를 살펴보는 실험결과를 보면, 30일간 발효시켰을 때 93㎎/g 이었고, 80일간 발효시켰을 때 183㎎/g이었습니다. 숙성기간이 길어지면 갈색색소도 증가했습니다. 된장의 발효 기간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콜레스테롤 산화 방지, 혈관질환 예방, 골다공증 완화 

된장은 혈전용해 효과,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 혈압강하 효과도 있습니다. 콩의 대표적인 영양성분인 아이소플라본이 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는 L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혈관질환 예방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킨다고 합니다. 특히 아이소플라본은 LDL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억제하고 혈관을 강화시키며 혈소판 응고를 막아준다고 합니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고혈압 환자에게 꼭 필요한 혈압강하 효과는 된장의 펩타이드 성분으로 발휘됩니다. 콩의 단백질인 펩타이드가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면서 작은 분자의 펩타이드로 만들어지고,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데 이 아미노산이 결합된 펩타이드가 혈압강하는 물론 항암 면역 증강, 칼슘 흡수촉진 효과를 가진다고 합니다.
 
알칼리 성분이 풍부하고 마그네슘과 칼슘이 풍부한 콩 

아미노산은 골밀도를 유지하고 뼈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콩 단백질에 많은 알지닌은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의 활성을 억제하고 콩의 식물성에스트로겐은 조골세포 생성을 증가시켜 골다공증을 완화한다고 합니다. 반면 동물성 단백질은 산을 생성하는 함황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 체액을 산성으로 유도, 소변으로 배설되는 칼슘량을 증가시킨다고 합니다. 우유는 오히려 골절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콩의 영양분 미생물 발효, 새로운 기능성 물질로 분해 

밥이 입안 효소에 의해 잘게 분해돼 영양분으로 흡수되는 것처럼, 미생물도 효소를 통해 콩의 영양성분을 잘게 분해합니다. 특히 미생물은 콩의 단백질이나 지방, 섬유질을 분해해 우리 몸이 흡수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그 과정에서 콩의 다양한 영양성분이 항암, 항노화, 항비만 기능을 하는 새로운 물질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이 물질은 물론 콩 자체에도 함유돼 있지만 미생물의 발효작업을 통해 더 강화되고 활성화됩니다. 

된장의 발효 과정은 콩이 가진 풍부한 영양성분을 흡수되기 쉬운 성분으로, 다양한 기능성 성분으로 분해하는 과정입니다. 된장을 섭취하면 이 기능성 성분과 고초균 등 몸에 유익한 미생물을 동시에 흡수해 다른 어떤 음식보다 건강에 이롭습니다. 요구르트나 치즈 등 다른 발효식품이 균을 이용해 우유의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한다면 된장은 콩의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한 식물성 발효식품입니다.
 
된장의 발효 미생물은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미생물은 고초균입니다. 이 균은 볏짚에 번식하는 균으로 잘 알려 있습니다.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 때 1차 볏짚 위에서 말리고, 2차 볏짚으로 매달아 말리는데 이 과정에서 볏짚의 고초균이 콩을 발효시킵니다. 고초균은 콩 자체에도 함유돼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미생물이 열을 가하면 죽는데 콩 속의 고초균은 포자를 만들어 생존하는 방식으로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된장에는 이 고초균 외에도 다양한 미생물과 곰팡이 유산균이 함께 살아있다고 합니다.
 
100세 장수노인의 밥상엔 매일 된장국이 오른다

최근 미생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미생물 스타들이 하나 둘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 중 하나는 고초균입니다. 된장을 발효시키는 균이기도 합니다. 고초균은 위산과 담즙산을 통과해 우리 몸의 대장까지 진입할 수 있는 막강한 미생물입니다. 면역기능도 있습니다. 항암, 항산화, 항노화 작용을 가지고 있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장내 세군총을 변화시키고 염증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폐경기 여성들에게 고초균을 먹인 결과 비타민D와 칼슘 제제를 5년 동안 먹인 군에서 나타난 골밀도 증가 효과보다 높은 골밀도를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된장은 이 고초균의 우수한 기능과 콩의 풍부한 영양분을 하나로 결합한 건강음식입니다. 수백 년 전 시작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21세기 과학과 의학이 주목하는 대안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는 장수 노인들의 밥상에 된장과 된장국이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는 점을 꼭 기억해 두었으면 합니다.
 
만약에 된장이 누구나 먹을 수 없는 고가의 건강기능성 상품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순식간에 팔려나갈 겁니다. 건강은 된장처럼, 소박한 우리의 전통밥상으로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콩처럼, 가까이 있어 늘 만날 수 있는 자연 속에 건강한 삶의 길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초균처럼 착한 미생물을 인간의 공생 파트너로 맞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자연과 멀어지는 가공식품과 무분별한 항생제 의존도를 줄이고 자연도 살고 우리도 사는 길을 찾아 나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된장을 만든 선조들의 지혜를 다시 곰곰히 들여다보았으면 합니다. 

발행인 이영아 / 자문 박건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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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영 차의과대학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박건영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식품영양학자입니다. 김치와 된장 등 우리 전통식품이 홀대받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청년시절부터 전통식품 연구에 뛰어들어 평생을 집중했습니다. 부산대학교 교수로 40여 년 근무하고, 차의과대학으로 옮겨 식품생명공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김치와 된장의 함암기능 등 전통발효식품 관련 연구논문이 350여 편에 이릅니다. 일명 김치박사 된장박사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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