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건강도시 고양을 위한 심층 기획 /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5>노화를 늦추는 약, 운동

‘더 움직이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
나이 들어도 고강도 운동 필요, 근력 키우고 건강수명 연장

[고양신문] 80대 중반인 저의 어머니는 근처에 사시면서 거의 매일 저희 병원에 들르십니다. 얼마 전 어머니께 제가 근력운동을 할 때 쓰는 기구를 한번 들어보시라 했습니다. 무게는 가장 낮은 단계로 맞추고요. 다섯 번을 채 못 드시더라고요. 그 세대가 대개 그렇듯, 농사일부터 시작해 늘 무거운 일을 해온 어머니의 손은 제 손보다 크고 거칩니다. 나이 들면서 근육이 약해지고 힘도 빠진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막상 저의 어머니가 그러시니 잠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나이 들수록 빠르게 빠지는 근육, 운동으로 막을 수 있다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저는 되도록 걸어서 출퇴근합니다. 걷기에 안성맞춤인 일산의 공원길을 걸으면, 호수공원을 비롯한 곳곳의 풍경이 변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10~20년 전만 해도 공원길을 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공원길 곳곳에 피트니스 기구들이 놓여지고, 노인들이 그 기구들 위에서 근육운동을 합니다. 

노령화 사회를 맞는 국가 사회적 대책에, 건강하게 살려는 개개인의 본능적 욕망이 만나는 장면일 것입니다. 저 역시 예전엔 호수공원의 마라톤 멤버들과 달리던 것을 호흡이 느린 산행으로 바꾼 지 오래고, 병원 한편에 기구를 두고 최소 주 3회는 근육운동을 챙깁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40대 이후 매 10년마다 8% 정도의 근육이 빠지고, 70대 이후에는 그 속도가 더 빨라져 매 10년마다 15% 정도 빠진다고 합니다.(Park and Research 2018) 이것을 근육위축증(sarcopenia)이라고 부르지요. 영어의 의미를 음미하면, 살(flesh, sarco)이 사라진다(penia, loss)는 뜻으로 좀 살벌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 근육 안에 지방이 쌓이고 결합조직이 늘어나서 근육이 낼 수 있는 힘도 줄어듭니다. (Harridge and Lazarus 2017) 제 어머니의 모습이겠죠. 

운동이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인상적인 사진이 있습니다. 40대와 70대 3종 경기 선수,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74세의 평범한 사람의 허벅지 근육을 비교한 MRI 사진입니다. 늘 앉아있는 생활태도 때문에 근육위축증에 걸린 74세 남자의 허벅지는 적은 근육에 지방질이 많이 차 있습니다. 반면 3종 경기에 참여하는 아이언맨 70대 남자의 허벅지는 40대와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Wroblewski, Amati et al. 2011) 근육위축증은 운동으로 상당히 방어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이 사진을 통해 저자는 근육위축증은 나이 먹으면 당연히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며 잘 안 움직이고 근육을 안 쓰기 때문에 오는 비사용 위축(disuse atropy)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합니다. 요새 몸짱 노년이 TV 에 많이 등장하는데, 앞으론 더 보편화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운동이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MRI 사진. 70대 3종 경기의 선수의 허벅지 근육(맨 위)은 40대 3종 경기 선수의 근육(가운데)과 비슷하다. 늘 앉아서 생활하는 70대 근육위축증 남성의 허벅지 근육(맨 아래)은 근육이 적고, 지방질이 많다.

 

손 근력 약한 사람과 센 사람 ‘사망률 10배 가까이 차이’
우리 몸의 여러 근력 중 늘 챙겨야 할 근력이 있습니다. 바로 악력, 손 근육의 힘입니다. 악력은 건강노화의 한 지표로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인정돼 왔습니다. 악력과 관련한 국내 연구진의 논문이 하나 있습니다. 

45세 이상 9393명을 대상으로 8년 동안 ‘악력과 사망률의 관계’를 관찰한 논문인데 결과가 인상적입니다.(Bae, Park et al. 2019) 악력이 낮은 그룹과 악력이 높은 그룹의 사망률이 무려 10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악력이 가장 낮은 그룹(Q1)의 사망률은 여성 29.1%, 남성 34.8%였는데, 악력이 가장 센 그룹의 사망률은 각각 3.1%, 3.8%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악력과 건강노화는 닭과 달걀처럼,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를 따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건강하니 악력이 유지될 테고, 악력이 유지되니 오래 사는 것도 맞을 것입니다. 다만, 나이 들며 근육, 근육 중에서도 악력을 챙겨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저 역시 책상 위에 악력기를 늘 두고 짬짬이 한번씩 움켜쥡니다.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뇌도 근육이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뇌는 물리적으로 근육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운동을 통해 근육위축증을 방어할 수 있는 것처럼, 뇌 역시 여러 인지활동이나 운동으로 뇌기능 감퇴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뇌 기능을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성형할 수 있다는 의미를 ‘뇌의 성형가능성(혹은 뇌의 가소성, brain plasticity)’이라고 명명하기도 합니다. 뇌의 가소성을 증진하는 육체적 정신적 운동은 당연히 알츠하이머나 치매 방지에도 효과가 좋을 것입니다. 육체적 운동과 뇌 운동을 조합하면 더 좋고요(Jak 2012)) 저로 치면, 산행을 하며 주위의 나무이름을 외운다든가, 친구들과 함께 산에 다녀와 포커게임을 한다든가, 피트니스를 천천히 하며 명정함을 즐기곤 합니다.

많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기대수명 4.5년 더 높아
운동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많이 움직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상 활동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고전적인 연구가 있습니다.(Morris, Heady et al. 1953) 1950년대 런던에는 버스기사뿐만 아니라 버스안내원도 남자였던 모양인데, 비슷한 일을 하는 이 두 직업군의 사망률을 비교했습니다. 1000명당 연간 사망자수를 비교한 결과, 앉아서 일하는 버스기사의 사망자수(32명)가 늘 움직이며 일하는 버스안내원(9명)에 비해 3배 이상 많았습니다. 또 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조사된 심장질환도 버스 안내원이 훨씬 덜 걸렸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해도 더 움직이는 사람이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일상에서 많이 움직이는 사람은 기대수명이 최대 4.5년 더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Reimers, Knapp et al. 2012) 많이 움직이는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도 더 높았습니다. 치과치료의 특성상 진료실을 옮겨 다니며 힘을 써야 하는 나의 일상이 늘 책상에 앉아있는 사람들 보단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의 강도가 좋을까요? 나이 먹으면 심혈관에 무리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래서 무리한 운동보다는 호수공원을 좀 빠르게 걷는 정도의 중중도 운동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른 흐름이 감지됩니다. 나이를 먹더라도 고강도의 운동을 해보는 방향으로요. 예를 들면, 호수공원을 가더라도 1분 정도는 빠르게 달리고, 1분 정도는 걷는 방식을 반복해 보는 겁니다. 북한산을 간다면, 오르다 쉬는 것을 반복하는 거고요. 이를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 HIIT)이라 부릅니다. 

HIIT는 어떤 특정운동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달리기, 싸이클, 산행, 혹은 피트니스 근육운동 등 어디든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근육운동이라면, 최대한 무거운 기구를 들었다가 쉬거나, 가벼운 기구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횟수로 든 다음 잠시 쉬는 것을 반복하면 HIIT라 할 수 있을 겁니다. HIIT는 원래 운동선수들의 훈련용으로만 활용되다가 점차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HIIT와 관련한 연구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강도 운동 ‘HIIT’그룹 텔로미어 길이도 더 길어져
2019년에 나온 한 논문은 HIIT가 생물학적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Werner, Hecksteden et al. 2019) 124명을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6개월 동안 다른 강도의 운동을 하도록 한 후 텔로미어(세포노화 정도를 보여주는 염색체 구조)의 길이를 재어 보았습니다. 비교그룹은 운동을 안 한 그룹, HIIT그룹, 유산소운동(싸이클)만 한 그룹, 근육운동만 한 그룹입니다. 운동을 안 한 그룹과 근육운동만 한 그룹에서는 별 차이가 없던 텔로미어의 길이가 HIIT나 유산소운동을 한 그룹에서는 길어졌습니다. HIIT나 유산소운동그룹에서는 텔로미어를 보충하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가 더 활성화됨을 보여줍니다. 이 논문으로만 본다면, 운동을 한다면 유산소운동을 꼭 넣어서 하되, 가능하면 HIIT 방식으로 하란 얘기가 됩니다. 

HIIT는 비만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는 분들의 운동방법으로도 많이 추천됩니다. 비만한 남성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관찰했습니다.(Clark, Morey et al. 2020) 싸이클을 타게 하되, 한 그룹은 보통의 속도로 30분 동안 계속 타게 했고, 다른 그룹은 같은 시간을 타되 HIIT로 타게 했습니다. 6주 후에 혈압을 재어 보니, HIIT 방식으로 싸이클을 탄 그룹에서 혈압이 더 떨어졌습니다. 싸이클도 HIIT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HIIT는 운동에 재미를 느끼는 데도 더 좋다는 연구도 있습니다.(Heisz, Tejada et al. 2016) 운동을 멀리하던 성인들을 대상으로 HIIT와 MICT(중간강도의 지속적 운동) 방식으로 각각 나누어 운동을 하게 한 후 6주 동안 관찰한 연구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운동에 느끼는 재미 정도가 비슷했지만 HIIT는 시간이 갈수록 재미가 확 올라갔고, MICT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점진적으로 떨어졌습니다. 운동을 하는 저의 경험으로 봐도 이 연구의 결론에 공감이 갑니다. MICT는 좀 밋밋해서 오래하기엔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면 HIIT방식을 고려해보면 좋을듯합니다. 

약 대신 고강도 운동, 나이 들어 시작해도 효과 크다
그럼 HIIT를 나이든 사람들에게도 권해 볼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최근의 흐름으로 보입니다. 60대를 대상으로 HIIT를 적용해 보았더니, 세포내 미토콘드리아의 활성도가 올라갔습니다.(Chrøis, Dohlmann et al. 2020) 당연히 심폐기능도 좋아지고, 체지방 양도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남성들에게서 미토콘드리아의 활성도가 더 좋아집니다. 

나이 먹을 때까지 운동을 멀리 했다고 해도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60대 중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분들과 평생 운동을 해왔던 분들을 함께 비교해보았는데 큰 차이가 없습니다. 두 그룹 모두 혈압이 떨어지고 심혈관능력이 좋아집니다.(Grace, Herbert et al. 2018). 또 운동을 나이 들어서까지 안했던 분들이라 해도 HIIT를 통해 세포 속 에너지 대사를 중계하는 성장호르몬(IGF-1)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Herbert, Hayes et al. 2017) 

게다가 운동을 처음 한 나이든 남성들의 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증가했다는 연구도 보입니다.(Hayes, Herbert et al. 2017) 이 연구를 보며 떠오른 대목이 있습니다. 백운대를 찍고 북한산성 쪽으로 하산하는데, 70대로 보이는 남성분들이 한 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동창들인 듯했습니다. 제가 “좋아보이십니다” 하고 인사를 건넸더니, 맨 뒤에 계신분이 맨 앞에 계신 분을 가리키며, 쟤는 지금도 여자를 좋아해요, 하시더라고요.

 

 

노화는 1차 노화와 2차 노화, 두 가지 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차 노화는 유전자에까지 각인시켜 둔, 나이 들어가는 모든 생명체와 인간의 공통적인 면입니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 모든 인간은 개별적으로 보면 노화의 속도가 같지 않습니다. 흔히 동창회에 가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마다 다른 노화속도를 2차 노화라고 합니다. 장수집안이 있는 것처럼, 2차 노화 역시 선천적인 면이 없지 않겠지만, 그래도 후천적 환경으로 인해 그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차 노화의 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질병의 유무, 스트레스, 생활습관, 음식습관, 약 복용 여부 등일 것입니다. 운동은 이런 모든 면들을 방어하는, 2차 노화를 방어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또 21세기 전염병처럼 퍼져가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에 맞설 수 있는 좋은 무기이기도 합니다.(Cartee, Hepple et al. 2016) 

‘운동은 노인들에게 약입니다’ 라는 제목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글의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운동은 정말 노인들에게 딱 필요한 부작용 없는 약인 셈입니다.(Taylor 2014) 게다가 운동은 내 맘대로 안 되는, 불수의적으로 돌아가는 내 몸의 신비한 생명활동에 내 맘대로 해 줄 수 있는 그 무엇이기도 합니다.

노인들의 근육위축증을 질병화하고, 약을 통해 해결해 보려는 흐름도 눈에 띕니다.(Sakuma, Aoi et al. 2014) 그게 가능할진 더 살펴봐야겠지만, 최소한 지금의 과학과 의학수준에선 매우 위험해 보입니다. 근육은 우리 몸의 45~50%를 차지합니다. 부피도 무게도 가장 비중이 높은 근육의 노화문제를 부분적이고 단기적인 약으로 다룬다면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신체기관의 노화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근육 노화는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을 통해 최대한 막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글 /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필진소개

김혜성 이사장은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치과의사이자,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펴냈다. 『미생물과의 공존』 등 그간 펴낸 미생물 관련 3권의 책 모두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됐다. 
우리의 몸 안팎의 생명체들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통생명 삶’이란 화두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기획보도에서는 건강에 대한 개념과 건강한 삶을 위한 습관, 건강한 노년을 위한 준비, 새로운 삶의 가치에 대한 선택의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게 된다. 총 6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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