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②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 ‘생명지킴이 도시숲’

2018년 고양시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5㎍/㎥입니다. 고양뿐만 아니라 한국은 미세먼지 농도가 WHO 기준치를 훌쩍 넘습니다. 미세먼지가 코로나처럼 즉각적인 증세로 나타난다면 코로나 못지않게 위협적인 요인이 될 겁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개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사회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폭염 등 기후변화입니다. 인간이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며 불러온 이 공공의 재난은 자연생태계를 되살리는 방법으로 밖에 방어할 수 없습니다. 고양시는 전국 최초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고 다양한 정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고양만 잘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지역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도시숲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복합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하는 박찬열 박사(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를 만나보았습니다. 도시와 시민을 살리는 생명의 숲으로 떠오르고 있는 도시숲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정책을 들어봅니다. 가로수를 숲으로, 정류장을 숲으로, 아파트를 숲으로, 빌딩벽을 숲으로… 지금 우리 곁의 어디라도 숲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어린 시절 섬진강 주변에서 참게를 잡고, 상수리나무 숲을 놀이터 삼으며 자랐다는 박찬열 박사에게 숲과 나무는 연구의 대상을 넘어 친구이자 공동체입니다.  

박찬열 박사는 나무와 숲의 필요성이 연구보고서를 넘어 시민의 문화로 확산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박찬열 박사는 나무와 숲의 필요성이 연구보고서를 넘어 시민의 문화로 확산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92%가 도시지역에 거주합니다. 밀집도가 높은 만큼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6년 26(단위㎍/㎥), 2017년 24, 2018년 22입니다. WHO 권고기준(10㎍/㎥)의 2배가 넘고,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입니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세계 주요 도시에 비해서도 높습니다.(도쿄 12.8, 파리 14, 런던11, LA 14 ) 미세먼지 대책 중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도시숲을 촘촘히 확장해가는 것입니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한 규제 강화도 필요해요. 1년에 1만 6000㎞를 주행하는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1680g에 달해요. 경유차 한 대가 발생시키는 미세먼지를 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40년생 나무 47그루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도시숲을 확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유차 등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과감하게 줄여가야 해요. 

 숲의 미세먼지 감축효과는 어느정도 인가요 

도심과 도시숲의 미세먼지 농도를 현장에서 측정한 결과, 도시숲에서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는  25.6% 줄었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40.9% 떨어졌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92%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도시숲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정책은 매우 중요해요. 산림 1㏊(40년생 1300그루)에서 1년간 흡수하는 오염물질은 168㎏ 정도에요. 흡수물질은 이산화질소가 52㎏으로 가장 많고 미세먼지 46㎏, 오존 46㎏, 이산화황 24㎏고요. 40년생 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35.7g에 달해요. 30평형 아파트에서 ‘나쁨’(81~150㎍/㎥) 단계의 미세먼지 농도를 ‘좋음’(30㎍/㎥ 이하) 수준으로 낮추려면 공기청정기를 2시간 정도 가동해야 하는데 이때 흡수되는 미세먼지가 0.018g정도에요. 나무가 얼마나 많은 미세먼지를 흡착하는지 비교할 수 있지요. 공기청정기 등 기계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화석에너지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되레 공기를 오염시키는 게 되는 거지요. 미세먼지 대책은 공기청정기가 아니라 숲입니다. 집에서도 식물을 통해 미세먼지를 어느정도 줄일 수 있어요. 

 도시숲을 통해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문제를 개선한 사례가 있는지요. 

시흥 시화공단지역은 완충숲 조성 후, 주거단지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산업단지보다 17% 낮아졌어요. 여의도숲은 숲 조성 전(‘96)과 후(’15)의 표면온도 변화를 비교한 결과, 조성 이후의 표면온도가 주변에 비해 낮아지는 효과를 확인했어요. 1996년 여의도숲이 조성되기 전의 광장은 주변보다 표면온도가 평균 2.5℃ 높았으나, 2015년 여의도숲이 조성된 후의 표면온도는 오히려 주변보다 평균 0.9℃ 낮았어요. 여의도숲과 같이 잘 조성된 대규모 도시숲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도시열섬을 환경친화적으로 줄일 수 있는 훌륭한 대책이에요. 가로수 식재 숫자가 월등히 높은 전남은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20일 안팎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어요. 2018년 기준 전국 광역지자체에서 가로수 숫자를 조사한 결과 전남은 킬로미터당 319본으로 가장 높았어요. 전국 평균인 190본보다 1.7배 높은 수치에요. 미세먼지 농도는 오염원의 배출량, 국내외 기후 영향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흡수원으로서 나무와 숲이 많다는 것은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할 그릇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삭막한 8차선 도로(위)가 가로숲(아래)으로 변한 전주역 첫마중길 모습. 발상을 바꾸면 도시숲이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
삭막한 8차선 도로(위)가 가로숲(아래)으로 변한 전주역 첫마중길 모습. 발상을 바꾸면 도시숲이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

나무와 숲은 어떻게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나요

먼저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을 가진 잎이 미세먼지를 ‘흡수·흡착’하고, 2차로 줄기와 가지가 미세먼지를 ‘흡착·차단’하는 기능을 해요. 그리고 숲 내부의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과 높은 습도가 미세먼지를 땅으로 침강하게 만들어요. 대기 중의 미세먼지가 숲이 있는 수관층 밖에 다다르면, 미세먼지의 확산 면적이 감소되고 유속이 저감되면서 차단 기작에 의해 농도가 낮아집니다. 나무와 나무가 모인 숲에 들어온 미세먼지는 수관층에서 지면으로 낙하 되는 침강 기작에 의해서 잡히고요. 미세먼지는 나뭇잎의 기공에 의한 흡수 기작으로 잎에 잡히고, 잎 표면과 줄기, 가지에서 미세먼지를 붙잡아 두거나 잎의 분비물로 부착하는 흡착 기작에 의해 농도가 낮아져요. 결과적으로 나무와 숲은 미세먼지를 차단, 침강, 흡착, 흡수 해버립니다. 온몸으로 미세먼지를 방어하죠. 

 도시숲의 하나로 ‘가로숲’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계십니다. 가로수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나요

나무는 숨을 쉴 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산소를 방출하고, 우리는 나무가 내쉬는 산소를 마셔요. 가로수 한 그루는 성인 1~4명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성인 1~3명에게 산소를 공급해요. 가로수가 없는 보행로와 한 줄 가로수가 있는 보행로는 평균 2.7℃의 온도 차이가 있었고, 미세먼지 발생원 기준으로 도로에서 약 30%의 비산먼지가 있으므로, 가로수를 두 줄 이상의 띠녹지로 관리하면 30% 정도의 비산먼지를 줄일 수 있어요. 가로수가 여가 활동 공간과 치유 공간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돼야 해요. 특히, 미세먼지와 폭염을 저감하는 생활공간으로서의 가로수는 우리 몸의 ‘실핏줄’과 같은 존재입니다. 가로수는 이제 그린 인프라의 핵심인 ‘가로숲’으로 불려야 해요.  

 최근에 BTS 팬들이 RM이 다녔던 고양시 오마초등학교에 RM의 숲을 조성해 기부했어요. 참 흐뭇했는데요, 숲에 대한 필요와 선호가 문화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나무를 기증하고, 숲을 만드는 일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즘엔 아예 스타의 숲 프로젝트로 해외 곳곳에 한류스타의 숲을 만들고 있어요. 나무와 식물을 키우는 일이 이젠 ‘반려식물’ 문화로 성장하고 있고요. 이제 인공적인 것을 넘어 자연과 친밀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해요. 그래야 건강도 지키고 환경도 지킬 수 있어요. 그동안 연구는 연구로 끝나는 경향이 있었어요. 연구의 결과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함께 해결해 갈 수 있는 대중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요. 나무와 숲의 중요성이 보고서를 넘어 누구나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잡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등 지구전반에 대한 위기는 어느 한 나라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은 만큼 도시숲 정책도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UN, WHO 등 국제기구는 여러 국가 간 도시숲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도시화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지표 중 하나로써, 도시숲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요. 이런 의지를 담은 첫 출발이 지난 2018년 11월 이탈리아 만토바에서 열린 제1회 세계 도시숲 포럼입니다. 포럼에서는 미래의 도시숲 가치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는데, 도시림과 그린인프라에 대한 국제적인 파트너십과 구체적인 네트워크를 위해 도시숲의 혜택을 명시한 만토바실행계획을 작성했어요. 이 계획에 담긴 도시숲의 8가지 혜택은 1) 더 푸르게 2) 더 건강하게 3) 더 행복하게 4) 더 시원하게 5) 보다 야생적으로 6) 더 깨끗하게 7) 보다 풍족하게 8) 보다 안전하게입니다. 도시숲의 가치가 포괄적으로 담겨있지요. 포럼을 시작으로 국가간, 도시간 연대와 협력, 정보와 지식, 경험의 교류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도시숲은 미세먼지 감축 외에 열섬 방지효과도 크다고 들었습니다. 도시숲의 다른 기능도 말씀해주세요. 

국립산림과학원이 추진한 실험 중에 버스정류장 도시숲 실험이 있었어요. 지붕·벽면과 주변을 풀과 나무로 가꾼 '그린숲' 버스정류장을 만들고 온도 차이를 측정했는데, 그린숲이 여름철 폭염에 더위를 식혀주는 양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정류장 바깥에 있다가 지붕과 벽면을 풀로 덮은 버스정류장 아래로 들어가면 얼굴 표면 온도가 1.9도 낮아졌어요. 옆에 가로수까지 심은 정류장에서는 0.9도가 더 떨어져 2.8도 차이를 보였고요. 반면 나무가 없는 일반 버스정류장 아래에서는 밖에 있을 때보다 0.7도 정도밖에 얼굴 표면 온도가 낮아지지 않았답니다. 나무와 풀이 잎의 증산작용을 통해 열기를 식히고, 태양 직사광선을 막는 동시에 지면 반사열을 줄여주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그린숲 정류장은 열섬을 방지하고 고온으로부터 건강을 지켜주는 동시에 경관 효과도 탁월하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어요. 도시숲은 정원이나 숲 개념의 특정한 공간만 해당되지 않아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모든 곳에서 도시숲을 실현할 수 있어요. 걸어서 가야 하는 숲이 아니라 출근길에서 등굣길에서, 지금 내 머리위에서 만나는 숲이 바로 도시숲입니다. 

 주목할 만한 국내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사례가 있어요. 친환경 건축가로 잘 알려진 스테파노 보에리의 작업인데요, 도시 내 공동주택을 수직의 숲으로 만들었어요. 밀라노의 중심지에서 약간 떨어진 Porta Nuova 지역에 밀라노 Vertical Forest라는 공동주택이예요. 2007년부터 계획되어 2014년 완공된 이 건물은 외부에 나무와 초본 그리고 덩굴식물들을 배치하여 거주자들이 진짜 숲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어요. 현재 이 건물은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밀라노의 랜드마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건물 그 자체가 훌륭한 도시숲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건물에서 자라는 식물의 열매 덕분에 새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해요. 보에리는 경관은 물론 인간과 나무의 공존, 식물자원의 증대, 대기오염 방지, 기후문제 완화 등 환경전문가보다 더 구체적인 가치를 세우고 이 건물을 설계했다고 합니다. 또 건물을 구상할 때 식물전문가 생태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모았다고 해요. 거실에서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숲속의 집이 도시 한가운데 만들어진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예요. 발상을 바꾸면 혁신이 가능해요. 우리 도시 곳곳에서도 혁신이 일어나길 기대해봅니다. 

 고양시에 추천하고 싶은 도시숲 정책이 있다면.

요즘 도시숲 연구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가 가로수예요. 도시의 경우 여유 공간이 많지 않아서 특정한 빈공간에 숲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가로수는 숲 면적을 구석구석 확충할 수 있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공공성이 강해요. 생활과 아주 밀착된 도시숲 기능을 할 수 있죠. 가로수를 두 배 더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어요. 기존의 넓은 도로를 분리해 가로수 녹지대를 만들고, 한 줄 가로수를 두 줄로 늘리고, 출근길 등굣길 곳곳에 가로수길을 만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생활과 밀접한 도시숲이 촘촘히 만들어지는 겁니다. 전주역 앞 첫마중길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삭막한 8차선 도로를 곡선이 있는 가로수길로 조성하고 친수공간과 문화공간까지 만들어 전주를 대표하는 도시숲이 되었어요. 


도시 공간 건물 벽면을 활용한 녹화사업도 필요해요. 공공건물이나 일반 빌딩 내외 벽면에  녹화공간을 조성하는 방법인데요, 인공적인 공간이지만 숲의 기능을 감당해줄 수 있어요. 기온을 내리고, 홍수 조절기능도 하고, 대기오염도 정화시켜줍니다. 그리고 도심 외곽에 숲을 조성하여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동시에 도심에도 숲을 만들어 도시 내·외곽의 바람길을 연결해 주어야 해요. 이렇게 조성된 가로수와 도시숲은 기후변화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요. 우리가 생활하는  곳곳에 도시숲을 만들 수 있어요. 특히 고양시는 북한산과 한강, 호수공원 등 누구나 부러워하는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천혜의 자연환경을 도시숲 기능으로 잘 연계할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한 녹색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시장님과 공무원들의 철학과 개념, 정책, 그리고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요.

발행인 이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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