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깃든 땅이 자연과 사람을 살린다

건강도시 고양을 위한 심층 기획 / 생명이 깃든 땅이 자연과 사람을 살린다

<2> 유기농업의 가치와 원리

땅속 생물 다양성 살려야 식물도 사람도 건강하다
자연과 사람, 지구의 지속가능한 공존 위한 유기적 농업 

[고양신문] 태양이 가까이 오는 봄날의 따듯한 기운은 온 생명을 움트게 합니다. 사람도 그 무언가를 키워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생업을 위해서든 취미를 위해서든 작물을 키우는 일을 시작합니다. 씨앗가게와 모종가게, 농협경제사업소도 가장 바쁜 시간입니다. 관행재배농가는 3-4월엔 씨앗을 고르고, 화학비료 토양살충제 검정멀칭비닐을 사고, 5월이 되면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를 구입합니다. 모든 생물은 다양한 무언가를 먹어야 하고, 이 먹이를 통해 면역, 회복, 재생을 반복하면서 건강을 유지합니다. 

 

땅속 벌레들이 일궈놓은 유기농 토양. 흙속에 생물이 적당히 존재하면 통기성이 생겨 작물의 뿌리가 튼튼해진다.

 

땅속의 생물을 죽여야 농사가 가능할까요
흙 속의 벌레를 보면 기겁하여 소리치며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옳을까요? 반드시 토양살충제를 사용해서 흙 속의 모든 생물을 죽여야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토양의 생물이 너무 많아지면 문제일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두더지가 굴을 파서 굴로 나온 벌레를 왔다 갔다 하면서 잡아먹어 균형을 맞춰갑니다. 

지나친 화학비료와 농약사용으로 경작 층이 얕고 흙이 단단하면 두더지가 얕게 굴을 팔수밖에 없어서 농작물을 고사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기농업토양처럼 흙이 부드럽고 경작 층이 두꺼우면 땅속 깊이 굴을 파서 작물에는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뿌리 성장에는 도움을 줍니다. 토양생물이 적당히 존재하면 물과 영양분을 간직하는 공간이 생기고 통기성이 좋아져서 오히려 뿌리가 더 튼튼하게 자라서 병해충도 적어지고 수확량도 많아집니다. 

유기농업은 살아있는 생태계와 생태순환에 기반을 둡니다. 유기농업은 불가분의 관계인 토양과 식물, 동물과 인간, 그리고 지구의 건강을 유지하고 상호 공존할 수 있는 길입니다. 

제초제와 화학비료, 죽어가는 땅을 누구도 막지 못한다
생물이 존재하는 이유는 대를 잊기 위함이고, 대를 이으려면 계속 먹어야만 합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생태적 환경을 지키는 것은 식물과 동물, 인간과 지구의 공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이 공존을 위한 생태계를 잘 유지하는데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과학과 기술이 특정 이윤을 위해 헌신할 때 그렇습니다.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제초제로 땅속 생물을 모두 제거한 채 농산물을 대량 생산합니다. 공장식 가축 사육과 몸에 해로운 가공식품 생산으로 감염병을 확산하거나 감염병에 취약한 환경을 만듭니다. 땅의 제초제가 식물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항생제와 약은 인간이 가진 면역력을 점점 약화 시킵니다. 돈을 위해, 이윤을 위해 생명의 근원인 땅이 죽어가는 현실을 누구도 제어하지 못합니다.
 
어떤 채소는 엄청 크고 빨리 자랍니다. 하지만 씨앗을 못 맺어 매년 새로운 씨앗을 구입해야합니다. 또 제초제는 재배하고자 하는 작물 이외의 식물은 발아를 억제합니다. 땅의 생물을 모두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코로나19는 자연생태계의 파괴가 감염병을 확산시키거나 감염병을 방어할 수 있는 인간의 면역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되었습니다. 감염병의 확산은 돈과 이윤을 추구하는 일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자연생태계를 살리고 유지하는 일은 자연과 사람, 지구의 공존을 위한 시급한 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별도의 유기물 공급 대신 풋거름 작물(녹비작물)을 이용해 토양 양분을 관리하는 모습. 이러한 양분관리는 유기농 인증에 필수적이다.

 

풋거름 토양관리 지혜, 화학비료 관리의 악순환
식물을 키울 때 뭐가 좋다면 이것저것 다줍니다. 그러나 잘 따져보고 적정량을 주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당을 만들고 그것을 이용하여 단백질과 다른 식물구성물을 합성합니다. 모든 생물은 반드시 미네랄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미네랄을 만들 수 없는 인간과 동물은 먹는 음식물을 통해 미네랄을 얻습니다. 공간을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뿌리 근처 토양의 한정된 공간 내에서 생물의 사체와 암석을 통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공급받습니다. 그래서 토양 환경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기농은 이 토양의 환경을 지키는 농업입니다. 

풋거름 작물(녹비작물)을 이용한 토양양분관리방법은 유기농인증 시 반드시 필요합니다. 별도의 유기물 공급 없이 콩과 작물과 벼과 작물을 재배하여 갈아엎어 준 후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입니다. 풋거름은 토양생물의 활성을 키우고, 작물 생산에 중요한 복합체 형태의 영양분을 공급해 줍니다. 이 복합체 영양분은 서서히 분해되어 지속적으로 일정한 영양분을 공급해 식물 조직을 치밀하게 만들고 수분 함유량을 최소화 시켜줍니다. 세균성 질환에 강하며 영양성분이 높은 채소를 생산할 있게 만들어 줍니다. 

반면 관행농업은 화학비료와 미네랄을 용해되는 형태로 직접 공급 합니다. 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용해성 비료를 작물마다 매회 공급하는 것은 양분의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잎과 줄기가 웃자라면서 조직이 연약해지고 병과 해충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품질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아지므로 살충제와 살균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청송유기농주말농장에 돌아온 메뚜기. 제철채소는 벌레들도 좋아한다.

 

자연의 천적을 이용한 농업, 살충제 보다 강하다
빛과 온도 등 적정한 환경에서 자란 제철 채소는 맛과 향이 좋습니다. 그러므로 벌레들도 좋아합니다. 농민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농민의 고민은 소비자의 선택과 맞물려 있습니다. 벌레가 먹어 구멍이 난 채소를 먹을 것인가, 벌레의 구멍 대신 농약이 묻은 깔끔한 채소를 먹을 것인가,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농민의 선택이 달라집니다.
 
벌레는 양지바른 토양과 작물에서 겨울을 납니다. 서식지 관리를 통해서 밀도를 조절해 주면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천연살충제를 사용할 때는 구획을 나누여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등까지의 점이 7개 이하인 무당벌레는 육식으로 천적 역할을 잘하나, 28점 무당벌레는 초식으로 감자에서 토마토로 이동하면서 잎을 갉아 먹는 피해를 줍니다. 초식 무당벌레는 유기농 자재로는 퇴치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유인식물인 까마중을 심어서 아침 일찍 포집하면 밀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갉아먹은 흔적이 있는 감자 잎 뒷면에 무당벌레 알이 있는데, 이것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밀집을 낮추 수 있습니다. 유인식물과 기피재도 사용할 만합니다. 

친환경 제재는 방제시기를 잘 조절하고 사용량을 최소화 하고, 부분적으로 사용해야만 자연의 생태계에 해를 주지 않습니다. 곤충의 천적인 사마귀의 밀도조절과 알집 입식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잡아먹는 벌레의 양을 고려하면 새들이 가장 탁월합니다. 이 탁월한 벌레잡이 일꾼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벌레가 알을 낳기 전에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충방제 방법입니다.  

 

소똥을 이용한 토양 양분관리.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

 

지구 생태계 최고의 천적 인간의 선택이 중요 
유기농업의 유기(有機)는 생명체처럼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이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생산자와 소비자, 환경은 밀접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환경농어업법 제2조’에 따르면 ‘친환경농업이란 합성농약, 화학비료, 항생제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그 사용을 최소화하고 농어업부산물의 재활용 등을 통해 생태계와 환경을 유지, 보전하면서 안전한 농산물, 축산물, 임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이라고 명시되어있습니다. 친환경농업의 근본적 가치는 농업의 관행화에서 벗어나 생태환경보전과 건강한 먹거리 생산으로, 결과중심에서 과장중심의 인증으로, 이익을 위한 관계에서 공정한관계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양과 가격 중심소비에서 품질, 안정성, 가치 중심의 소비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힘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에서 생길 수 있습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처럼, 생산자가 먼저냐, 소비자가 먼저냐를 따지면 답이 없습니다. 자연과 인간, 지구의 공존을 위한 생태계를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앞장 서야 합니다. 농업을 바꾸고 밥상을 바꾸는 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인 땅을 살리는 일이자, 지구를 살리는 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구생태계 최고의 천적으로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지구와 지구 안의 생명체의 공존이 달려있습니다. 이윤이라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생태계 파괴를 더 이상 자유의 영역으로 둘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글 / 심민보 청송유기농주말농장 대표 

필진소개

심민보 청송유기농주말농장 대표는 고양에서 27년 동안 유기농 농사를 이어오고 있는 농업인입니다. 이산포 근처의 법곳동 농장의 땅은 고양은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우수한 유기농 환경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할아버지께 배운 실학의 원리를 삶과 일에 적용하고 다시 체득하며, 이 원리가 관통하는 농사를 통해 환경을 살리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심민보 대표는 27년 전 농사를 시작하며 동시에 주말농장을 시작해 도시민들이 농사를 통해 땅과 생명의 원리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주말농장이랍니다. 또 학교와 기관의 환경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심민보 대표의 글은 땅에서 직접 배운 생명의 원리를 체험적으로 풀어냅니다. 이번 건강기획 두 번째 주제 ‘생명이 깃든 땅이 자연과 사람을 살린다’를 3회 연재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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