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에코코리아 생태모니터링
생태교란종도 살피고 물골도 확인하고
장항습지 생태 가치 알리는 토대 마련
소리와 형태만으로도 생물이름 구분 ‘척척’
[고양신문] 5월 25일 오후 4시, 에코코리아 생태 모니터링팀을 따라 장항습지로 들어섰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는 오전에 그쳤지만, 바람이 제법 거세다. 덕분에 습지의 버드나무와 풀들이 쉬지 않고 춤을 춘다.
오늘 모니터링에는 이은정 사무처장과 김은정 모니터링팀장, 그리고 김지선·정인숙 회원이 함께했다. 하나같이 장항습지 생태 모니터링을 오랜 시간 지속해온 베테랑 시민과학자들이다.
5월 말의 장항습지는 일 년 중 가장 싱그러운 모습으로 방문자를 맞는다. 숲을 이룬 버드나무가지마다 푸르른 잎새가 무성해졌고, 촉촉하게 젖은 바닥에는 갈대와 물억새가 싹을 올리고 있다. 산조풀과 갈풀, 그리고 타래사초와 괭이사초 등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사초과 풀들도 부지런히 키를 키우고 있다.
제한된 시간만이 허락되는 까닭에 모니터링의 일정은 은근히 바쁘다. 우선 생태교란종 식물들의 성장상태부터 확인한다. 버드나무숲으로 들어선 회원들이 곳곳에서 무릎 높이까지 자란 풀들을 뽑아든다.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이다. 올해는 봄비가 자주 내려 식물들이 일찍 싹을 틔웠단다. 이은정 사무처장은 “아직은 뿌리가 깊지 않고 땅이 무른 지금부터 장마가 오기 전까지가 생태교란종 식물들의 제거작업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때를 놓치면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도 무서운 속도로 자라버리고, 작업환경도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버드나무숲을 벗어난 회원들은 넓게 펼쳐진 갈대숲 초지를 헤치고 물골을 보러 간다. 장항습지에는 19개의 자연물골과 14개의 조성물골 등 모두 33개의 물골을 따라 하루에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이 들고 난다. 물골은 장항습지 깊은 곳까지 다양한 생물종이 깃들게 하는 생명의 숨길이다. 봄 강수량이 많았던 덕분인지 물골마다 물이 활발히 들고 난 흔적이 양호하다.
습지 곳곳을 거니는 동안 새들의 종류와 숫자를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다. 모니터링을 하는 회원들의 표정과 눈빛에서는 시종일관 집중력이 엿보인다. 누구는 어딘가를 응시하며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누군가는 나무밑둥을 살피며 사진을 찍었다.
회원들은 이날 장항습지에서 민물가마우지와 꾀꼬리, 홍때까치, 새호리기, 멧비둘기, 귀제비, 갈색제비, 흰뺨검둥오리, 큰부리까마귀, 대백로, 중대백로,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등을 보았다고 기록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 기자의 눈에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새들을 척척 구분해내는 눈썰미가 감탄스럽다.
해질 무렵이 되자 무논으로 이동해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PGA에코다양성연구소 소장)와 합류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수원청개구리를 장항습지 논에서 찾아보는 것이 오늘의 미션이다. 양서류 전문가인 라남용 공주대 겸임교수도 특별히 초청됐다. 초대손님으로부터 수원청개구리의 습성과 특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회원들은 넓은 논둑길을 조심조심 거닐며 수원청개구리의 울음소리를 찾아나섰다.
장항습지에는 모두 13개의 논이 있다. 장항습지의 논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농민들의 생태적 감성이 부족하면 습지환경을 해칠 우려도 있지만, 친환경 농법을 실천한다면 오히려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좋은 터전이 된다. 따라서 장항습지의 농민들을 생태적 파트너로 만드는 것도 건강한 장항습지 관리의 과제 중 하나다. 아쉽게도 이날 장항습지 논에서 수원청개구리의 울음소리는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내기를 준비하기 위해 물을 가득 댄 논에서 천연기념물 저어새 세 마리가 넓적한 부리로 바닥을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 멋진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모니터링을 마치고 철책 문을 나오니 어느덧 해는 멀리 서편으로 넘어갔다.
장항습지에서 보낸 4시간, 기자에게는 오래간만에 찾아온 습지 나들이였지만, 에코코리아 회원들에게는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일과였다. 올해로 무려 19년째다. 이들이 목격하고 찾아내고 기록한 결과물들은 차곡차곡 축적돼 장항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는 토대가 됐다. 에코코리아 장항습지 모니터링팀의 꾸준함이 고맙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