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그래봐야 1년에 서너 번이지만 얼굴을 볼 때마다 큰언니가 동생들에게 하는 주문은 무엇보다 건강이 제일이다, 미루지 말고 즐기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누리고 있을 땐 고마움도, 아쉬움도 모르지만 나도 이제 반백이 다 되어 가니 멀쩡하던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고장 나는 곳이 생기기 시작한다. 농담처럼 “50년 가까이 대가도 없이 잘 썼으니 고마운 일이지”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 생활에 불편함이 생기니 몸이든 마음이든 재정비가 필요하다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벨리댄스가 햇수로 벌써 4년째이다. ‘춤바람’이란 말이 가진 어감이 썩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선뜻 운동으로 춤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돌려 생각해보면,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그 매력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신바람 나서 즐길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처음 벨리를 시작했을 때의 난감함을 생각하면 그만둬도 진작 그만뒀어야 하는데 예기치 못한 코로나로 인해 중간중간 쉬어야 했던 기간을 빼고는 꾸준히 벨리댄스를 배웠고 역시나 그 춤바람이 나에게 신바람이 되었다.

마흔 중반이 넘어가니 여기저기 군살이 붙고 아픈 곳이 생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갱년기 증상이 스멀스멀 올라오니 눈에 보이는 군살이 문제가 아니라 한 번씩 훅! 하고 치솟는 짜증에 맘이 불편해질 때가 종종 생긴다. 그런데 벨리댄스를 시작하고부터는 퇴근 후에도 시간을 쪼개 몸을 움직이니, 그것도 요염(妖艷)에 신비(神祕)가 더해진 아랍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니 마음이 몽실몽실 한결 가벼워진다. 귀로는 비트가 살아있는 신나는 음악을 듣고, 눈으로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선생님의 아름다운 춤선을 좇으며 내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을 몸으로 표현한다. 여전히 어설프지만 곡에 맞는 춤 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느껴지는  짜릿한 즐거움에 몸도 따라 가벼워진다.

 몸으로 느끼는 중요한 변화가 또 있다. 비교적 큰 키를 가진 나는 긴 허리 덕분에 1년에 한 번씩은 갑자기 찾아오는 허리통증으로 1, 2주는 침을 맞고 치료를 해야 했다.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니 당연한 노화의 과정이라 여기며 찬바람이 불고 계절의 변화가 생길 즈음엔 요통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벨리댄스를 시작하고는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은 일이 없으니 벨리댄스가 허리 근육을 강화하고 골반을 바로 잡아주는데 좋은 운동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 가지 더, 이즈음에서 벨리복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드레시한 옷은 신축성 좋은 옷감에 레이스와 아름다운 자수가 놓여 있고 힙스카프와 각종 소품에는 반짝이는 큐빅, 스팽글, 동전 장식이나 구슬 장식이 붙어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가볍게 흔들리는 수술이나 찰랑거리는 힙스카프의 장식 소리는 춤의 흥을 돋우고 음악에 맞춰 화려한 벨리복을 입고 춤추는 동안 해방감과 자존감은 높아진다. 여전히 춤 실력은 희극에 가깝지만 남사스러움 따위는 이제 없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횟수를 늘려 벨리댄스를 추는 고마운 이유이다.

벨리댄스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두워진 하늘에 얹힌 달이 웃는 눈이다. 나도 빙그레 웃어주고 가벼워진 걸음으로 심호흡을 한다. 시작도 안 해보고 망설이다 말았으면 어쩔 뻔 했을까 싶다. 

평소엔 절대 입지 못하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춤추는 내 모습을 거울로 보면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즐기는 나는 앞으로 남은 반백의 세월도 신바람 나게 보낼 작정이다.          

곽정주 건강넷 / 일산은행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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