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인형 쓰고 고양시청 앞 시위
삭감된 자치공동체 예산 재수립 촉구
[고양신문] 고양시청 정문 앞과 큰길가에 귀여운 상어와 토끼, 꿀벌, 펭귄이 출몰했다. 20일부터 22일까지 점심시간에 맞춰 나타난 동물 인형들은 추운 날씨에도 연신 손을 흔들고 전단지를 나눠주며 정문을 출입하는 공무원들과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한몸에 모았다.
퍼포먼스에 나선 캐릭터 인형들의 모습은 귀엽고 재미났지만, 이들이 호소하는 목소리는 절박했다. 목에 걸고 있는 팻말에는 ‘고양시는 행정폭력을 멈추고 자치와 공동체 예산을 다시 수립하라’는 구호가 적혀있었다.
1인 시위를 펼친 재미있는느티나무온가족도서관(이하 느티나무도서관) 이승희 관장은 “고양시가 내년도 자치공동체 예산을 무려 75%나 삭감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고양시의 자치·공동체 단체와 활동가들이 20일 예산 재수립 요구 서명 전달식을 진행했고, 이어 릴레이 시위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해 온 3개 단체 중 하나다.
이 관장은 “사업비 삭감이라면 어느 정도 감내하겠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인건비를 잘라버리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정의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지금의 예산안이 강행된다면 자치공동체지원센터를 공동 수탁해온 단체들은 직원들의 부당해고 소송에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렇게 되면 당장 우리 도서관만 하더라도 재산 가압류 등으로 인해 18년동안 주민들과 하나가 되어 운영해온 협동조합형 마을도서관의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시위에 등장한 동물들은 동네 주민들로 구성된 ‘무적의 무지개’ 극단이 보유한 캐릭터 인형들이고, 인형옷을 입고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마을공동체 활동을 함께 했던 이웃들이다. 지난해 극단과 느티나무도서관이 손을 잡고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무대에 올린 연극에 출연했던 인형들이 이번에는 고양시의 마을자치 예산을 지키기 위한 시위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극단 무적의 무지개 씨앙(닉네임) 대표는 “올해 고양시자치공동체 뿌리기 사업에 신청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양한 이웃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고, 덕분에 동네 잔치와도 같은 멋진 연극무대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내년에 예산이 삭감돼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시위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승희 관장은 “고양시가 자치공동체 예산을 재수립할 때까지 시청앞에서 릴레이 시위와 서명작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주민자치와 마을 공동체의 소중한 씨앗을 살려내기 위한 절박한 목소리에 시민 여러분들도 관심과 지지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