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이유로 규제받는 북부
도지사마다 우선순위에 밀려
성과 쉬운 경기남부에 개발편중
특례시·특별자치도 상충 안 돼

지난 18일, 고양경제포럼에서 강연 중인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 이날 행사에는 심상정·이용우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과 지역경제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18일, 고양경제포럼에서 강연 중인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 이날 행사에는 심상정·이용우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과 지역경제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고양신문] 올해 1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지원조례가 제정되며 지난 30년간 논의만 되어오던 ‘경기도 분도’의 윤곽이 잡혔다. 도는 정책연구용역을 지난 2월부터 추진하면서 특별자치도 설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경기남부와 서울, 인천에 가려져 그동안 비교적 적은 혜택을 받아온 경기북부를 ‘경기북부특별자치도’로 독립시켜 지역균형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최근 착수된 경기도 핵심사업인 만큼 ‘특별자치도’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18일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고양경제포럼(회장 이상헌)에서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간단한 브리핑과 함께 오 부지사는 경기북부의 고질적인 문제들과 이를 해결할 특별자치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발전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경기북부에 집중해 그동안 소외되어온 북부지역 개발에 힘쓸 필요가 있다”라며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독립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가짐으로써 더욱 적극적으로 도민의 삶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에 참석한 심상정 국회의원은 “그동안 경기북부는 수도권 발전을 위해 무한 헌신해왔다”라며 “특별한 헌신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경기북부를 위한 지원책들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초석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일 것”이라 밝혔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용우 국회의원은 “특별자치도라는 큰 그릇에 도민들이 함께 정책들을 제안하고 채워나가야 하므로 능동적인 주민참여가 필수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는 문명순 민주당 덕양갑 지역위원장, 민경선 경기교통공사 사장, 명재성·정동혁·고은정·오준환·변재석 도의원, 김운남·김미수·권용재·김해련 시의원 등도 참석했다.

 

남부중심 도정, 소외된 경기북부

현재 경기북부는 수도권정비권역,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의 중첩규제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북한과 인접해 군사시설보호구역이 1808㎢로 남부 445㎢보다 4배 정도 넓어 적극적인 산업기반 확충에 큰 한계가 있다. 접경지역이면서 인구감소를 겪는 낙후지역임에도 북부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개발 및 지원정책에서 제외되기 일쑤이다. 특히 성장촉진지역 선정, 개발부담금 감면 등에서 제외되어 충분히 개발된 남부와 달리 인프라가 부족한 북부는 ‘같은 경기도’로서 필수적인 지원마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기북부와 경기남부 현황비교. 북부의 산단물량과 도로예산은 눈에 띄게 적다. 자료=경기북부특별자치도추진단
경기북부와 경기남부 현황비교. 북부의 산단물량과 도로예산은 눈에 띄게 적다. 자료=경기북부특별자치도추진단

이런 한계 때문에 도지사들도 북부보다는 남부지역 개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오 부지사는 “북부는 남부보다 개발이 10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4년마다 지방선거라는 심판대에 오르는 도지사들은 장기적인 북부 인프라 확충보다 단기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남부 위주로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남부와 북부의 특성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경기도’라는 큰 범주 하에 도 사업들이 진행되다 보니 북부는 사실상 도정으로부터 소외된 상태이다.

대부분의 도 공공기관이 남부지역에 밀집해있다는 점 또한 비중 있게 지적된다. 현재 29개의 도 공공기관 중 26개가 남부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수원시만 하더라도 경기복지재단, 경기주택공사 등 무려 16개의 공공기관이 위치해 있다. 서울과 인천이 경기도 중간에 있어 북부와 남부 지역 간 자유로운 접근도 어려운데,  대다수 기관이 남부에 자리 잡기까지 해 북부 도민들이 민원 신청, 공론장 등의 도 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혜택과 지원으로부터 단절된 북부를 위한 해결책이 바로 ‘경기도 분도’이다. 경기북도를 설치하여 북부 문제만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공공기관을 북부에 신설해 만족스러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더 나아가 도는 일반적인 ‘분도’가 아닌 혜택과 권한이 더 많이 주어지는 ‘특별자치도’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왜 ‘경기북도’ 아닌 ‘특별자치도’인가

일반적인 광역자치단체와 달리, 특별자치도는 말 그대로 전보다 강화된 ‘특별한 자치’가 보장된다. 도지사가 대부분의 업무를 직접 관할하기에 중앙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이 정책을 추진한다. 또한 ‘특례’ 권한을 통해 예외적으로 행·재정 및 산업 분야에 특수한 제도와 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다. 이로써 경기북부가 중앙부처로부터 보다 적절한 지원을 받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여 고질적인 개발 및 행정서비스 문제를 해결해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 '분도' 아닌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이유는 '실질적 특례 확보'에 있다. 자료=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
단순 '분도' 아닌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이유는 '실질적 특례 확보'에 있다. 자료=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

가장 눈에 띄는 기대효과는 단연 산업단지 물량 확보이다. 현재 경기북부 지역의 산업단지 면적은 1만8032㎢로, 전체 면적 중 7.2%에 불과하다. 이는 남부 산단 면적 21만1991㎢에 비해 약 13배 정도 적은 물량이다. 만약 경기북부가 특별자치도로 분리된다면, 수도권으로 한정되어 있던 산단 물량 제한에서 벗어나 경기북부만의 물량을 확보 가능하다. 또한 기존에 개발이 더뎠던 점을 고려해 특례를 통해 더욱 공격적으로 물량 확보 및 기업 유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장점으로 꼽힌다.

도로교통 인프라 구축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경기북부의 도로보급률은 1.09로 경기남부는 물론 충남, 전남 등 지방지역보다 낮다. 그러나 지난 경기도 도로예산투자금은 2004년에 비해 총예산 중 4.6%에서 현재 0.6%로 대폭 감소했다. 오 부지사는 “산업단지를 유치하지 않더라도 경기북부는 서울 및 인천과 가까워 도로 및 철도 시스템만 개선되면 기업, 보급인력 등이 자동으로 유입된다”라며 “효과적인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선 높은 수준의 ‘자치’가 있어야 제약 없이 사업을 속전속결로 진행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기존 광역자치단체 수준에서는 규제 완화 및 예산을 투입하는 데에 한계가 있지만, 특별자치도는 자유롭다는 것이 오 부지사의 의견이다. 그는 “그동안 제도적 한계로 경기북부에 꼭 필요한 것들을 도입하지 못해 북부 주민들의 행정만족도가 현저히 낮아졌다”라며 “지난 40년의 개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반적인 ‘분도’보다는 효율적·독립적으로 사업 추진이 가능한 ‘특별자치도’가 적절하다”라고 주장했다.

 

’특례시’와 ‘특별자치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고양특례시'와의 관계 설정. 자료=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고양특례시'와의 관계 설정. 자료=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

특별자치도를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특례시의 혜택을 도가 뺏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양특례시가 기존에 행사해온 권한을 특별자치도가 흡수해, 도내 타지역에 배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이다. 하지만 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로부터 권한 일부를 가져오는 것이고, 특례시는 특별자치도로부터 권한 일부를 가져오는 구조이므로 특례시와 특별자치도는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즉, 특별자치도가 설치된다고 하더라도 고양특례시의 권한이나 혜택까지 흡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별자치도는 ‘고양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지원한다. 경자구역 지정에 있어 수도권인 경기도는 지역균형발전 논리에 따라 불리한 상황으로 비수도권 낙후지역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특별자치도 설치는 경기북부 개발 필요성을 인정해 경자구역 확대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는 자연스레 고양 경자구역 확대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특별자치도 설치 추진목적과 연계해 도, 고양시, 경제단체 등이 협력한다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적극적인 주민참여 절실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크게 △비전제시 △범 도민 공론화 △특별법 추진 및 제정 △출범 준비 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도민 공론화 단계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와야 주민들의 생생한 요구를 수용해 적절한 특례 조항들을 협의할 수 있다. 도는 올해 4월 중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한 뒤, 4월부터 12월까지 ‘찾아가는 도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론조사와 숙의토론회를 통해 주민들의 현장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 단계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관한 특별법’ 추진 및 제정 또한 주민투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도민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모든 경기도민 대상 투표를 실시할지, 북부 도민만 대상으로 할지는 현재 미정으로 주민투표법 제8조에 따라 추후 행정안전부에서 결정한다. 이 부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성패 여부는 도민들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실행에 옮기느냐에 달렸다”며 “우리 이웃들이 함께 고민해야 지역사회가 겪어온 만성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별자치도 추진단이 당초 계획한 추진일정. 자료=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
특별자치도 추진단이 당초 계획한 추진일정. 자료=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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