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길을 묻다]
① 정범구 전 주독일대사
[고양신문] 창간 35주년을 맞은 고양신문이 다시금 매무새를 여미고 독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지역신문에 있어 독자는 두려워해야 대상인 동시에, 믿고 기대고 함께 걸어가야 할 든든한 벗이기 때문입니다. 첫 독자는 2000년대 초반 일산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고양의 오랜 이웃인 정범구 전 주독일대사입니다. <편집자 주>
❚인사를 전해달라.
이웃으로서, 그리고 누구 못잖은 애독자로서 고양신문 창간 3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고양신문의 남다른 점은 시민들을 독자의 위치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언론이라는 점이다. 신문이 창간된 1989년은 일산신도시 계획이 막 발표되던 때인데, 고양신문은 토박이 정주민들과 새로운 입주민들이 어우러지는 도시를 만드는 데 기여해왔다. 참 고마운 일이다.
❚독일과의 인연이 깊은데, 유럽에서 지역신문 위상과 역할은 어떤가.
인구 7만 명의 작은 도시 마부르크에서 유학생활을 했는데, 주간 로컬잡지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늘 풍부한 정보와 수준 높은 칼럼이 실려서 지역은 물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대략 알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지역신문을 눈여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중앙언론과 비교해 지역신문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은 뭘까.
아래로부터의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언론은 위로부터의 시선에 고정돼 있다. 반면 지역언론은 이웃들과 눈높이를 맞추기에 적합하다. 물론 지역신문이 다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건 아니다. 특히 고양이라는 도시는 지역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너무나 폭넓은 범위를 아우르고 있어서, 어떤 독자층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를 결정하기가 무척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정확한 지적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양신문이 출발할 때의 고민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고양에는 이 도시를 고향이라 여기는 이들과, 타지에서 이주해 지역에 관심이 적은 이들이 뒤섞여 살아간다. 이들을 어떻게 하나로 엮어서 고양시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갈 것인가가 과제다. 그러려면 결국 ‘사람의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일에 고양신문이 선도적으로 앞장서주기를 기대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지면이 있다면.
매달 연재되는 ‘사람도서관’ 시리즈가 눈에 띈다. 이웃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어있어서다. 아울러 ‘구도심 답사’와 같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연재도 좋은 기획이다. 고양시가 어떤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져 왔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역의 여러 업소들을 소개하는 기사도 재밌게 읽고 있다. 일상과 밀착된 정보를 통해 지역에 흥미를 갖게 되고, 사람들이 연결된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래도 정치·행정 이슈에 치중하게 되는데.
정치·행정 이슈는 당연히 챙기고 가야 하지만,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지면신문 1면 기사는 지금보다 가독성을 높여주기를 바란다. 특히 요즘처럼 다양한 매체가 경쟁하는 시대에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뽑고, 제목과 사진이 한눈에 쏙 들어오게 편집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아쉬운 점을 더 지적해 달라.
미안한 얘기지만, 구독 확장에 대한 고민이나 노력이 별로 안 보인다. 아무리 신문을 잘 만들어도 읽어줄 독자가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독자를 늘리려면 일반 시민들이 고양신문을 접할 기회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시민 호응이 높은 걷기축제 같은 행사장에서 신문을 나눠주고, 관심을 보이는 예비독자에게는 일정 기간 무료 배송도 약속해주면서 구독을 적극적으로 장려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전하고픈 이야기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역의 민의를 지키고 공론장을 꾸준히 만들어온 고양신문에 다시 한 번 감사와 축하를 전한다. 사람 나이 35세가 되면 생물학적 전환점이 찾아온다고 한다. 창간 35주년을 맞은 고양신문도 전반적 전환의 계기를 모색하기를 기대한다. 더 많은 고양시민들이 “고양시에는 고양신문이 있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