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길을 묻다④
이기웅 열화당 대표
[고양신문] 창간35주년 기획 ‘독자에게 길을 묻다’ 네 번째로 만난 독자는 출판사 열화당의 이기웅 대표다. ‘즐겁게 대화 나누는 곳’이라는 의미의 열화당(悅話堂)은 1971년 설립돼 미술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 분야의 책을 내고 있다. 열화당 사옥내 열화당책박물관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동서고금의 책들을 상설전과 기획전을 통해 책의 문화를 나누고 있다.
이기웅 대표는 출판단지문화재단의 명예이사장으로 한국 출판업을 이끌어왔다. 이 대표에게 책과 종이의 미래를 물었다.
▍고양신문 독자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양신문 창간 시기와 제가 서울에서 고양시로 이사왔던 때가 비슷합니다. 신문이 하나 만들어지고 올바로 서기 참 어렵습니다. 고양신문이 거침없고 끈질기게 논쟁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좋았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신문을 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죠. 조그만 기사까지 읽어보는데 눈이 밝지 않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으면 발견 못하는 것들까지 조명해주는 기사를 흥미롭게 봐요. 기자들이 뛰는구나, 느끼죠.
▍출판일을 일생 동안 해오셨으니 종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아요. 종이신문이 갖는 힘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요즘에는 주로 TV나 디지털 매체를 통해 기록하죠. 물론 그것도 힘이 있지만 문자를 기록으로 남게 하는 종이는 남다르거든요. 신문 경영은 해보지는 않았지만 출판을 해본 입장에서 종이에 대한 애정은 비슷하리라 느껴요. 출판은 손끝에서 씨를 키우는 과정이에요. 교정을 보고 알맞은 디자인과 함께 종이에 넣고 적절한 부수를 찍어 세상에 넓게 피도록 하는 것이 출판이거든요.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출판도시를 기획한 이유는.
우리는 계속해서 농사를 지어야 해요. 책농사, 쌀농사, 사람농사.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살찌우는 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글(말)과 쌀이에요. 책농사와 쌀농사가 잘 돼야 사람농사도 잘 짓게 되죠. 책농사를 잘 짓기 위한 건강한 편집자를 길러내는 것은 물론 도서출판과 물류까지 효율적으로 하기 위함입니다.
▍편집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책 농사를 짓는 사람이죠. 씨앗을 갈무리했다가 건강한 씨로 만들고 온도와 햇빛 등 모든 조건이 맞았을 때 싹을 틔우고 그걸 길러내야 하죠. 책도 단계가 있습니다. 씨앗으로 싹 터서 원숙한 책 한 권을 내는 게 쉽지 않아요. 건강한 생명력을 가져야만 제대로 된 책의 방향을 잡을 수 있어요.
책은 사람의 마음에서 크는 거예요. 책값을 많이 받아 매출을 올리자는 마음보다 책을 사회에 던져 사람농사를 하자는 마음이 앞서야 건강한 책이 나오죠. 그게 우리 편집자가 해야 할 일이에요.
▍출판도시는 단순히 책의 공간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럼요. 출판도시 안에는 조각가들이 작업하는 공간도 있어요, 도서관을 비롯해 북카페도 있고 활판공방, 박물관 등 문화 공간이 가득해요. 문화 동네가 따로 있지 않아요. 문화도 있고 삶도 있고 다양한 것들의 개념이 모인 게 문화가 가능한 동네죠.
▍지역신문도 농사를 짓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기자들이 건강해야 건강한 신문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 원리를 잊지 않아야 해요. 공동의 생각들이 모이고 척박한 땅에서 옥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고양신문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신문 농사를 잘 짓고 있는 고양신문에 격려를 보냅니다. 일주일마다 한 번씩 신문을 구성하고 내는 게 참 어려운 거예요. 앞으로도 도시의 결함이나 위험, 문제를 끊임없이 고발하고 속속들이 조명해 줬으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