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길을 묻다]
②김용주 34년 독자
90년부터 자전거포 운영, 은퇴 잊은 현역
매주 신문 꼼꼼히 읽으며 지역 소식 접해
사이클동호회, 꽃길 등 봉사활동도 부지런
“신문 더 많이 봐야 주민들 힘 커질 텐데…”
[고양신문] 창간35주년 기획 ‘독자에게 길을 묻다’ 두 번째 만난 독자는 원당 상업지구 골목에서 자전거판매·수리점을 운영하는, 고양신문의 34년 독자 김용주 어르신이다. 간판에는 ‘통합자전거대리점’이라고 적혀있지만, 오밀조밀한 가게의 풍경은 ‘자전거포’라는 예스러운 이름에 더 잘 어울린다. 주인장의 나이는 올해로 85세. 은퇴를 해도 몇 번 했을 연세지만, 여전히 아내(손경숙)와 함께 매일같이 자전거포로 출근해 바쁘고 재미난 하루를 보낸다.
부지런한 출퇴근이 하루의 루틴이라면, 한 주의 중요한 루틴은 바로 고양신문을 읽는 것이다. 신문이 배달되면 흔한 돋보기안경도 쓰지 않고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모든 기사를 빼놓지 않고 읽는다고 한다. 자전거를 수리하는 손도, 신문을 읽는 눈도 늘 한결같다.
❚본인 소개를 해 주세요.
고향은 전북 남원인데, 젊은 시절 자전거수리 기술을 배워서 서울 은평구에서 일했어. 그러다가 원당에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포가 매물로 나왔다는 얘길 듣고 얼른 달려와서 인수했지. 그때가 1990년 7월이니까 고양군 시절이야. 당시 주교동이 고양군의 중심지였는데, 있을 거 다 있어서 살기 좋은 동네구나 싶더라고.
❚고양에 오자마자 고양신문을 구독하셨네요.
이사를 와서 가게까지 열었으니, 동네를 잘 알아야겠다 싶었어. 그래서 지역신문을 하나 봐야겠다 생각했지. 받아보니까 구석구석 재밌는 얘기들이 많이 나와서 참 재밌는 거야. 고양신문 덕분에 금세 고양사람이 된 셈이지. 독자가 되니까 가끔씩 취재도 나와주더라고. 지금 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아 사장이 그때는 막내 기자였어. 35주년을 맞았다니 참 대견해.
❚지역에서 봉사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1994년에 주교동 생활체육공원(현 성사체육공원)이 개장을 했는데, 정비가 덜 돼 좀 황량하고 사람들도 별로 안 오더라고. 그래서 내가 ‘고양시사이클동호회’를 만들었지. 매일같이 스무 명 정도가 체육공원에 모여 서삼릉, 서오릉, 필리핀참전비, 일산호수공원 등 하루에 한 코스씩 달린 거야. 자전거만 탄 게 아니라 체육공원 청소도 하고 꽃도 가꿨어. 참 보람도 있고 재미났지.
꽃가꾸기는 혼자서도 많이 했어. 예전에는 지금처럼 시에서 꽃길 가꾸고 그런 게 별로 없었거든. 그래서 체육공원이랑 공양왕릉, 쇠기(수역이)마을에 금당화 꽃길을 오랫동안 가꿨어. 그런데 나중에는 시에서 관리가 귀찮아서인지 자꾸 꽃밭을 밀어버리는 거야. 정말 화가 났었는데, 고양신문이 기사로 써 줘서 조금 풀린 적도 있어(웃음).
❚85세의 나이에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으시다니, 대단하세요.
아직 몸 건강하고, 평생 써먹은 기술이 있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사실 먼저 가게는 호국로 길가에 있었는데, 5년 전 건물주가 바뀌면서 여기로 가게를 옮겼어. 그때 가게를 정리할까도 생각했는데, 놀면 뭐하나 싶더라고. 매일 나갈 곳이 있고, 여기 나오면 단골 손님들도 만나고 재밌지 뭐. 근데 사실 자전거포가 요즘 인기가 없기는 해. 다들 고쳐쓰고 이러지를 않으니까, 기술 배우려는 사람도 없고. 재고 다 털면 그만둬야지 싶다가도, 한 해만 더 해보지 뭐 하며 여태까지 온 거야.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몇 년 전까지도 성사체육공원에서 체조코치를 했어. 새벽마다 주민들과 함께 30분씩 체조를 하고 하루를 시작했지. 근데 생활체육지도자에 나이제한 규정이 생기면서 하는 수 없이 그만뒀어. 물론 혼자서는 여전히 꾸준히 자전거도 타고 체조도 하지. 자전거는 주로 대장천을 따라서 대장천습지공원까지 다녀 와. 백로 왜가리 청둥오리는 부지기수고, 저어새도 자주 봐. 봄에는 팔뚝만한 잉어들이 가득하고. 그런 모습 보고 오면 활기가 생기지.
❚요즘 고양신문에서 관심 있게 보신 기사는 뭔가요.
아무래도 시청 문제지 뭐. 원당 사람들은 신도시가 생기면서 이런 저런 것들이 죄다 옮겨가서 박탈감이 심해. 그런데 마지막 남은 시청까지 옮겨가겠다니 참을 수가 없는거야. 원래 계획대로 시작했으면 벌써 번듯한 시청 건물이 섰을 텐데 너무 속상해. 그나마 고양신문이 계속 써 줘서 참 고마워. 사람들이 더 많이 신문을 봐야 힘이 생길 텐데,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자꾸 줄어드는 것 같아서 아쉬워.
❚34년 독자, 신문을 만드는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네요.
고양신문 한 달 구독료 1만원이면 수박 한 덩이 값도 안 되잖아. 그 값으로 매주 고양시 소식을 두루두루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더 많은 독자들이 신문을 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신문 만들어주시기를 바라. 나중에 가게 정리할 때 아동용 자전거 몇 대 고양신문에 기증할 테니까, 아이들 키우는 젊은 독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