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역세권 개발계획 발표 무엇이 문제인가

5일 발표된 대곡역세권 개발계획안
5일 발표된 대곡역세권 개발계획안

[고양신문] 고양시 도시개발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대곡역세권 개발 계획이 정부 주택공급 대책의 후속 조치로 발표됐다. 국토교통부는 5일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8·8)’에 따른 신규 택지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대곡역 주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199만㎡(60만3000평)를 해제해 주택 9400세대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대곡역 일대에 대한 개발구상이 마침내 실체화됨에 따라 지역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15년간 답보상태에 있었던 이 지역에 대한 청사진이 마침내 그려질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반면, 신중을 기해야 할 대곡역세권 개발계획이 정부 주택공급 정책에 등 떠밀려 ‘졸속’발표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일산과 덕양을 잇는 고양시 중심부이자 수도권 서북부 최대 교통요충지인 만큼 향후 개발계획 과정에서 시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일산TV, 창릉 마무리도 안됐는데
덜컥 발표된 대곡역세권 개발계획

이번에 국토부와 고양시가 발표한 대곡역세권 개발계획안에 따른 그린벨트 해제면적은 총 199만㎡(60만3000평)로 서측으로는 경의중앙선을 경계로 일산신도시, 동측으로는 화정지구와 시청사 원안 예정부지를 각각 마주하고 있다. 이번 계획의 중심인 대곡역은 올해 말 개통예정인 GTX-A와 교외선을 비롯해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등 5개 철도노선이 모이는 곳으로 고양시 내에서도 개발가치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때문에 이미 십 수년 전부터 이곳에 복합환승센터 설치와 함께 업무시설 유치 등 자족기능을 담은 개발 계획이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2016년 대곡역 복합환승센터를 골자로 한 ‘대곡역세권 개발사업’이 처음 제안된 이후 10년 가까이 해당 사업은 답보상태에 머물렀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자족기능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양시와 주택개발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우선인 사업주체간의 입장 차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양시는 2019년부터 대곡역세권 개발의 사업시행자로 LH를 염두해 왔으나 양자간의 입장차이로 사업이 진척되지 못했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2022년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 당시 조정래 전 도시계획정책관은 대곡역세권 개발에 대한 김미경 시의원의 질의에 대해 “LH같은 경우에는 공동주택 관련 사업을 추진하려 하다 보니, 이 점이 현 시 행정부의 정책과 상충해 LH가 사업참여를 어려워하는 입장”이라며 “시는 LH의 참여를 원하고 있지만, 서로의 입장이 공유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대곡역세권 전경. 맞은편에 화정지구 아파트 단지가 마주하고 있다. 
대곡역세권 전경. 맞은편에 화정지구 아파트 단지가 마주하고 있다. 

대곡 역세권 개발사업이 후순위로 밀린 또 하나의 이유는 창릉신도시와 일산테크노밸리 등 앞서 발표된 대규모 개발계획이 존재하는 만큼 순차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임홍열 시의원은 “민선7기 당시 계획에 따르면 일산테크노밸리와 창릉신도시가 완공·분양이 완료되고 자리잡는 기간을 약 5년 정도로 잡고 그 후에 대곡역세권 개발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 그래야 앞선 개발사업을 통해 충당된 사업비를 대곡역 개발에 투자할 수 있고 기존 개발 부지들과의 시너지효과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앞선 사업들이 채 완공되기도 전에 준비도 안된 대곡역세권 사업이 덜컥 발표되다 보니 기존에 계획했던 순차적인 개발 스케쥴이 다 꼬여버린 상황”이라며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신규 인프라 없이 개발이익만
LH사업계획안 수정 보완되야 

국토부의 대곡역세권 주택공급 발표 당일인 5일 이동환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곡역세권을 주거 위주의 주택공급 정책이 아닌 자족성이 풍부한 ‘지식융합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체 사업지 중 주거비율을 20%내외로 최소화하는 한편 대곡역 주변에는 복합환승센터와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등 자족시설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취재 결과 국토부는 지난 8월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발표 이후 고양시와 대곡역세권 개발에 대한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시가 발표했던 대곡역세권 사업의 개략적인 개발구상은 사업시행자를 맡게 될 LH가 가져온 그림으로 사실상 이 사업 또한 고양시가 아닌 LH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LH제안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이후 구체적인 개발계획 또한 LH주도로 진행된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주택비중 20%제한과 복합환승센터 설치, 자족특화단지 개발 등의 내용은 우리 시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곡역세권 개발사업은 고양시가 알짜배기 땅에 약 1만호의 주택공급을 떠안게 된 반면 정작 정부로부터 얻은 성과들은 크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창릉 3기 신도시 발표 당시 광역교통망인 고양선을 받아낸 것과도 대비되는 부분이다. 

김준우 대구대 도시설계학(건축학과) 교수는 “앞선 신도시 사업들과 달리 이번 대곡역세권 사업부지는 이미 도시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사업주체인 LH입장에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며 “고양시 입장에서는 주택공급에 따른 추가 광역교통계획망 등과 같은 성과물을 받아왔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쉽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또한 이번 사업부지 선정과 관련해 △대곡역 북쪽에 위치한 취락지구가 모두 수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점 △경의중앙선 반대편이 모두 개발계획에 빠짐으로서 향후 도시확장 문제와 관련해 고양시가 모두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점 △반면 LH는 사업리스크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신 화정지구 맞은편 농지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막대한 개발이익만 챙길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김준우 교수는 “무엇보다 대곡역 개발사업은 도시계획적 시각에서 보면 일산 생활권과 덕양 생활권을 연결하는 기능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사업안 대로라면 덕양 생활권의 확장에 그쳐버리게 된다”며 “향후 논의과정에서 일산 생활권과 연결할 수 있도록 사업계획을 확장하는 안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자족기능’ 확대 구체적 방안 필요
자족기능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계획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지역구인 한준호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이동환 시장이 대곡역세권 자족용지 내 공업지역 물량 배분을 통해 2만평 규모의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지정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 이 물량은 기존 덕은지구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에 불과하다. 고양시에 마지막 남은 공업물량이고 창릉지구 자족용지에도 배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곡역세권 사업에만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라며 “협상과정에서 정부에 추가적인 공업물량 확보 등 자족기능을 위한 구체적인 약속을 받았어야 했는데 정작 얻어낸 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의원실 관계자는 “이동환 시장은 이번 발표를 두고 자화자찬 할 것이 아니라 당장 창릉신도시 자족용지와 향동·덕은지구 지식산업단지 내 기업유치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금도 텅텅비어 있는데 대곡역세권 개발까지 하겠다고 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고양시가 성과로 이야기하는 ‘주거비율 20% 제한’ 또한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홍열 시의원은 “저밀도 주거개발이라고 하지만 당장 원흥·삼송지구 개발과 창릉 개발사례를 보더라도 LH는 당초 계획과 달리 주택공급을 늘리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대곡역세권은 고양시 입장에서 ‘최후의 보루’와 같은 사업지역인 만큼 절대 LH에게만 맡겨둬서는 안된다”며 고양시의 주도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발표된 대곡역세권 개발계획의 후속일정에 대해 2026년 상반기 지구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입주를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발표된 창릉 3기 신도시 사업이 아직 착공도 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대곡역세권 개발 사업절차 또한 정부 발표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춘열 고양시 풀뿌리공동체 정책위원장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번 대곡역세권 사업은 국토부의 주택공급계획에 따라 졸속으로 발표된 측면이 크다”며 “무리하게 사업절차에 따르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양시 미래비전에 적합한 대곡역세권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방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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