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귀가쫑긋' 강연
'세계의 위기와 K철학의 중요성' 주제
“인간은 결국 희생과 사랑을 그리워한다”
[고양신문] “돈! 돈! 돈!” 하며 괴물이 되어가는 현대인에게 한국은 어떤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까. 지난 2일, 고양시 인문학 모임 ‘귀가 쫑긋’ 7월 월례강좌 제168회 강연에서 한국 철학의 석학 이기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세계의 위기와 K-철학의 중요성’을 주제로 우리 사회의 혼란을 진단하고 그 해법을 한국 고유의 철학에서 찾았다. 이 교수는 세계적인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예로 들며 인간의 처절한 욕망을 조명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결국 주인공이 막대한 상금을 포기하고 한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결말을 맞는다. 이러한 주인공의 선택엔 한국인의 깊은 정서, 즉 따뜻한 희생과 사랑의 마음이 담겨있기에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맹목적인 욕심을 넘어 인간 본연의 희생과 사랑을 갈구하는 메시지가 한국인의 정서를 통해 전달됐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국인들이 이제 세계를 이끌어갈 때가 왔다는 핵심 메시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인성 파괴된 대한민국은 위험하다”
이 교수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사가 외침보다는 내부 갈등으로 인해 왕조가 교체됐음을 지적하며, 현재 한국 사회의 극심한 정치적 분열 양상을 우려했다. 현대 사회는 돈에 대한 무한한 집착으로 인해 인성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괴물로 변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르네상스 이후 서구 근세 문명이 물질주의와 약육강식의 논리를 확산시킨 결과이며, 과학 만능주의와 무한 경쟁이 교육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좌파와 우파 모두 결국은 ‘욕심’을 채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욕심은 채울수록 커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1억원을 벌면 10억원, 100억원, 나아가 1000억원을 향해 욕심은 끊임없이 커져 결국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법을 지키는 선에서 욕심을 채우려던 이들마저 결국엔 법을 어겨서라도 욕심을 채우려 하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도 보였다.
돈 아닌 ‘마음’으로… K-콘텐츠가 던진 희망
이 교수는 서구 물질 문명이 ‘몸’을 중시하는 음(陰)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마음’을 중시하는 양(陽)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를 휩쓰는 한류 열풍을 단순한 문화 현상으로 보지 않고, 역사적 전환점의 신호로 해석했다. K-POP, 드라마, 영화 등 한국의 콘텐츠에서 나타나는 희생과 사랑의 메시지가 물질주의에 지친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잔인한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결국 주인공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결말을 맞이하는 <오징어 게임>의 사례는 전 세계인들이 진정으로 그리워한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봤다. 영국 역사학자 토인비의 “지구 이주 시 한국의 효 사상을 가져가자”는 말을 인용하며, 한국이 지금 “만년에 한 번 오는 기회”를 맞이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제력, 문화 예술은 물론, 한국 철학의 창출이 절실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마음 속 욕심 버리고, 본심 지켜야
이 교수는 인간의 마음이 변치 않는 ‘본심(本心)’과 외부에서 들어와 끝없이 커지는 ‘욕심(慾心)’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복한 마음을 찾을 수 있을까. 그는 몸을 '집'에, 마음을 '집에 사는 사람'에 비유하며, 몸의 가치는 그 속에 깃든 마음의 가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몸만 챙기기에 급급한 현대인들은 결국 경쟁, 긴장, 피곤 속에서 쓸쓸한 노년과 절망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바보’의 삶을 살게 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본심을 회복하고 욕심을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전통의 심학(心學)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K-철학’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퇴계와 율곡 등 선조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현대인이 실천할 수 있는 철학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는 석가모니, 예수, 공자 등 성현들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일상에서 자신의 마음이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본심에서 나온 것인지 끊임없이 성찰하며, 명상과 수련을 통해 마음을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욕심을 다스리고 본심을 회복해 인간들이 ‘한마음’이 되면 경쟁은 여유로, 긴장은 느긋함으로, 피곤은 건강으로, 쓸쓸함은 기쁨으로, 절망적인 죽음은 희망적인 영생으로 변모한다는 게 이 교수의 말이다. 나아가 욕심이 사라지면 창의력이 증진되어, 한국인이 가진 창의력에 욕심 없는 마음까지 더해지면 세계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한국인의 잠재된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현재 대한민국이 돈과 물질에 대한 욕심에 눈이 멀어 따뜻한 마음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는 'K-철학'이 △세계 역사를 선도하고 △세계인을 행복하게 인도하며 △세계평화를 달성하고 △지구를 살리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인들이 먼저 따뜻한 본심을 되찾고 'K-철학'을 완성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역설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