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생생통신]
따뜻한 겨울에 스키장 개장지연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는 스키광들 울상
바퀴 달린 롤러스키로 아쉬움 달래
[고양신문] 겨울왕국 노르웨이는 12월 중순을 지나, 크리스마스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있다. 해가 점점 짧아져 일찍 어둠이 찾아오면, 도심 곳곳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크고 작은 크리스마켓이 열린다. 노르웨이 남부 지역은 따뜻한 12월 날씨에 눈(雪)을 찾아보기 쉽지않다.
예년처럼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그리며, 겨울 스포츠 용품을 꺼내야할 시기지만, 올해는 평년보다 높은 평균 기온에 눈 보다는 겨울비가 많이 내리는 12월이다.
12월은 오슬로 도심 인근 피오르드(Fjord)에 살얼음이 얼 시기인데, 지난해에 비해 훨씬 온화한 날씨에 올해는 아직 얼음이 얼지 않았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는 북유럽 속담이 있을 정도로 스키 시즌을 기다렸던 현지인들은 따뜻한 겨울에 울상이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엔알코(NRK)는 올 12월 들어 예년보다 훨씬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스키, 방한 재킷, 장갑, 모자 등의 판매가 저조하고 스키장 개방이 늦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2월 중순기준 노르웨이 51개의 스키리조트 중에 남부 노르웨이 호브덴(Hovden) 리조트를 포함한 17개 스키장만 개장을 했다.
온화한 겨울은 노르웨이 남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부 노르웨이에서도 12곳 중 2곳만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상 기온에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인공 눈 제설기도 무용지물인 지역이 있어 일부 스키장은 개장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할 전망이다.
한편 북유럽 노르웨이는 오랫동안 ‘눈과 얼음의 땅’으로 안정적인 적설량을 바탕으로 겨울 스포츠와 스키여행의 대표적인 국가다. 또한 현지인들에게 겨울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동계스포츠 이전에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도심 외곽의 작은 마을의 경우 눈이 많이 와 대중교통이 불편해지면 학생들은 노르딕 스키나 설매를 타고 학교에 통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어지는 따뜻한 겨울은 기존의 겨울왕국 개념을 흔들고 있다. 스키 시즌이 시작돼야 할 시점에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스키장은 개장을 미루고, 스키용품 매장은 쌓이는 재고에 울상이다.
노르웨이 생활대학(NMBU) 인근의 겨울용품 나눔 중고마켓을 찾았다. 예년과 달리 스키와 겨울용품이 쌓여있다. 현지 담당자 이야기로는 스키용품 기부는 늘어나는데 중고 구매를 찾는 이는 아직 적다며, 스키용품이 쌓여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편 노르웨이 스키협회와 각 지역별 스키클럽은 점점 짧아지는 겨울 스키시즌에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노르웨이 남부 산데피오르드(Sandefjord)의 스키클럽은 눈 부족에 맞춰 롤러스키 시설과 인공눈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롤러스키는 바퀴가 달린 스키로 눈 없이도 탈 수 있어 사계절 노르웨이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레저스포츠다.
눈 없이 따뜻한 노르웨이의 초겨울은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스키장이 열리지 않는 노르웨이 초겨울은 단지 레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 전체가 기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일 것이다.
북유럽에서 울리는 이 경고음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지구 환경을 생각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한편 노르웨이 학생들은 다음주 크리스마스 주를 시작으로 2주간의 짧은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다시금 노르딕 스키를 타고, 개썰매를 끌고 등하교하는 학생들을 만나는 새학기, 새학년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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