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통신원 생생통신]

나눔 실천과 재활용으로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 만들어
학생들이 직접 기획, 운영하고, 10% 운영비용 받아
학부모, 교사, 학생 함께 참여해 소통하고 추억 쌓아

[고양신문] 오슬로의 9월 말, 주말이면 벼룩시장, 가을 바자회와 축제가 열리고, 곧 다가올 긴 겨울맞이 준비로 분주해지는 계절이다. 

오슬로 인근 오스(Ås)초등학교 오후 학교 풍경. 방과후 학교를 운영 중이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오슬로 인근 오스(Ås)초등학교 오후 학교 풍경. 방과후 학교를 운영 중이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하루도 그림자도 점점 짧아지는 이즈음, 북위 59도 오슬로의 하루 시작은 점차 빨라진다. 해가 일찍 지니 아침을 일찍 열어야 보다 알찬 하루를 만들어 갈 수 있어서다.

오스(Ås)초등학교 오후 풍경. 오후 4시 즈음이면 길게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오스(Ås)초등학교 오후 풍경. 오후 4시 즈음이면 길게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웨이에서는 가을이 되면 각 지역 학교마다 환경 보호와 나눔을 실천하는 중고마켓 바자회가 활발하게 열린다. 아이들이 입던 옷가지부터 책, 장난감, 인형, 신발, 가방 등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는 문화가 일상이다.

가을 바자회 입구에 운영시간 표지판이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학교 가을 바자회, 재활용마켓(Brukt Marked) 입구에 운영시간 표지판이 있다. 분홍색 옷을 입은 바자회 운영진이 보인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재활용 마켓(Brukt Marked)은 각 지자체 학교마다 봄, 가을 연례 행사로 진행된다.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날 드뢰박(Drøbak) 도시의 사이스텐 중학교(Seiersten ungdomsskole)에서 열린 가을 바자회를 찾았다.

주말 이른 아침, 알록달록한 옷가가지와 중고 장난감이 학교 체육관에 줄지어 놓여있다.

재활용 마켓은 아이들 연령에 따라 다양하다. 9~10살 아이들을 위한 재활용 옷 사진.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재활용 마켓은 아이들 연령에 따라 다양하다. 9~10살 아이들을 위한 재활용 옷 사진.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9시 가을 바자회가 시작되는 시간이면 유모차를 끌고, 어린 아이 손을 잡고 바자회를 찾는 부모들로 행사장은 붐빈다. 행사장 바닥을 기어 다니는 어린아기 모습도 눈에 띈다.

재활용 마켓에 연령별 아이들 옷이 진열돼 있고, 0~2살 아이옷 코너 바닥에 아이가 기어서 바구니를 확인하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재활용 마켓에 연령별 아이들 옷이 진열돼 있고, 0~2살 아이옷 코너 바닥에 아이가 기어서 바구니를 확인하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연령별 재활용 옷코너가 학교 체육관 한 곳을 넓게 차지하고, 복도로 이어지는 옆 체육관엔 장난감, 인형, 서적, 신발 코너가 있다. 

학교 재활용마켓 장난감 , 인형, 서적, 신발 코너.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학교 재활용마켓 장난감 , 인형, 서적, 신발 코너.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특히 도서코너와 신발코너는 도서 분야별, 신발 사이즈별로 잘 분류돼 있어 인기가 많다. '딱 한 번 사용한 신발' 같은 위트 넘치는 손글씨 라벨과 함께 판매 가격이 적혀있다. 

겨울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해 뿌듯한 마음으로 계산대로 향했다. 100크로네(100NOK, 한화 약 1만5500원)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판매 가격은 판매자가 직접 정해서 테크로 붙여놓는데, 주최 측이 10%의 운영비용을 추가해서 판매를 한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아나바다 재활용 가을 바자회'의 운영 수익은 지구 환경을 생각하며, 관련 단체 기부와 행사진행에 사용된다.

가을바자회, 재활용마켓에 운영진들이 분홍색 옷을 입고 제품 설명과 계산을 하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가을바자회, 재활용마켓에 운영진들이 분홍색 옷을 입고 제품 설명과 계산을 하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운영진들은 분홍색 조끼를 입고, 각 제품에 대한 설명과 계산을 담당한다. 모두 고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의 자원 봉사로 운영 되고, 이날 참석한 운영진이 25명 가까이 될 정도로 바자회 규모가 크다. 

가을 재활용 마켓의 운영비용을 10% 추가로 받는다는 문구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웨이 학교 가을 바자회는 단순히 쓸모없는 물건을 처분하는 자리가 아니다. 작아져 더 이상 입지 못하는 옷에 따뜻한 손글씨를 더하고, 저마다의 추억을 나누는 자리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소통하고 추억을 쌓는 가을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바자회 인근 학교 등교길 표지판.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학생들이 바자회장 입구에 밤을 멋지게 까 놓았다.

학생 가을 바자회장 입구에 너도밤나무 열매가 놓여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너도밤나무가 매년 새롭게 태어나듯, 학생들의 바람이 담긴 '재활용 아나바다 물건들'도 봄과 가을마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태어난다.

가을 바자회장 인근 놀이터. 파란 하늘과 낙엽이 조화를 이룬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가을 바자회장 인근 놀이터. 파란 하늘과 낙엽이 조화를 이룬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지구 환경도 지키고, 훈훈한 정도 나누는 학생들의 가을 바자회 나눔 축제가 있어, 가을날이 더욱 아름답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오곡백과 풍성한 한가위 명절처럼 노르웨이 학생들의 재활용 나눔 행사가 풍요롭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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