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통신원 생생통신]

35년간 노르웨이 이끈 하랄 영면
12일간 이어진 국민적 추모 물결
군사 퍼레이드 대신 시민과 작별
호콘 8세 즉위, 새 왕실 시대 열어

[고양신문] 35년간 노르웨이를 이끌며 국민적 지지와 존경을 받아온 하랄 5세 국왕 (King Harald V)의 장례식이 서거 12일 만인 9일 오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대성당에서 진행됐다.

8월 28일 서거 이후에 오슬로 중앙역 내부에 '하랄 5세' 국왕을 기리는 디지털 사진이 걸려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8월 28일 서거 이후에 오슬로 중앙역 내부에 '하랄 5세' 국왕을 기리는 디지털 사진이 걸려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지난 8월 28일 향년 89세로 세상을 떠난 하랄 5세 국왕은 노르웨이의 '국민의 왕'으로 지지를 받아왔다. 12일간의 애도기간 동안 각 지자체들은 오슬로 시청사를 비롯해 도심 마을광장, 도서관, 극장, 성당 등 공공장소에 추모 공간을 만들었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국왕의 서거를 애도하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노르웨이 오스(Ås) 지자체 도서관에 '하랄 5세' 국왕 애도기간 동안 추모관련 시간이 공지되어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웨이 오스(Ås) 지자체 도서관에 '하랄 5세' 국왕 애도기간 동안 추모관련 시간이 공지되어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9일 정오에 노르웨이 왕궁을 출발한 국왕의 운구 행렬은 시민들의 추모행렬 속에 오슬로 대성당으로 이동했다. 오슬로 대성당에서 진행된 장례 예배에는 세계 각국 정상과 북유럽 왕실 인사, 그리고 수많은 추모객들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조의를 표했다. 

노르웨이 왕궁 하랄5세 국왕 장례식 추모행렬. 공영방송 NRK 보도자료 캡처
노르웨이 왕궁 하랄5세 국왕 장례식 추모행렬. 공영방송 NRK 보도자료 캡처

또한 노르웨이 공영방송 엔알코(NRK)에서 생중계된 장례식 장면은 지자체마다 설치된 공공장소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시민들이 함께 시청하며 슬픔을 함께 나눴다. 

오후 1시 오슬로 대성당 장례 예배를 진행하는 동안 노르웨이 학교 학생들은 수업을 잠시 멈추고,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가졌고, 서민들과 함께한 '국민의 왕'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국왕의 30년지기 친구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오슬로 대성당에서 진행된 '하랄 5세' 국왕 장례식에 각국의 귀빈들이 함께하고 있다. 공영방송 NRK 보도자료 캡처
오슬로 대성당에서 진행된 '하랄 5세' 국왕 장례식에 각국의 귀빈들이 함께하고 있다. 공영방송 NRK 보도자료 캡처

대성당 장례 예배 후 하랄 국왕의 관은 오슬로 대성당을 출발해 북유럽 중세와 근대역사의 부침이 있는 아케르스후스(Akershus) 요새 내 왕실 왕릉으로 운구돼 안장됐다.

아케르후스 요새는 평화의 시기에는 국왕이 거주한 성으로 전쟁의 시기에는 요새로 활용되며, 현재는 국방부 행정 부서와 참모 본부가 자리잡고 있다.

노르웨이 '하랄 5세' 국왕이 안장된 아케르후스 요새.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웨이 '하랄 5세' 국왕이 안장된 아케르후스 요새.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이번 하랄 5세 국왕의 장례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대신 도보 운구와 시민들의 조문등 절제와 소통을 강조하는 북유럽 특유의 장례 문화로 검소하게 진행됐다.

한편 하랄 5세의 서거에 따라 그의 아들 호콘 왕세자가 '호콘 8세'로 즉위하며 노르웨이 왕실은 새로운 국왕을 맞이했다. 호콘 8세는 국왕 승계 연설을 통해 증조부 때부터 이어져 온 '모든 것은 노르웨이를 위해(Alt for Norge)'라는 슬로건을 계승하며 국민을 위한 봉사를 다짐했다. 

노르웨이 오스(Ås) 지자체 도서관에 '하랄 5세' 국왕의 디지털 사진이 걸려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웨이 오스(Ås) 지자체 도서관에 '하랄 5세' 국왕의 디지털 사진이 걸려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한편 호콘 8세 이후의 향후 왕위는 그의 첫째 딸인 잉그리드 알렉산드라 공주가 이어받을 예정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성별 구분이 없는 평등하고 투명하게 안정적인 승계 시스템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왕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국가의 상징적 중심점 역할로 특권을 내려놓고 서민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소탈하게 국민과 소통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스(Ås) 지자체 도서관에 '하랄 5세' 국왕 관련 특별 도서전시를 하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웨이 오스(Ås) 지자체 도서관에 '하랄 5세' 국왕 관련 특별 도서전시를 하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한편 노르웨이는 지난 7월 '모든 것은 노르웨이를 위해(Alt for Norge)'를 강조하며 '루루루(Ro! Ro! Ro!) 떼창 응원과 함께 축구 월드컵 8강 신화를 이뤘다. 또한 지난 8월 말 국왕의 서거의 슬픔 속에서도 갈등을 중재하고 통합을 이끌며 안정적 왕위 계승을 이뤘다.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며, 하나된 노르웨이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은 계속되고있다. 

슬픔 속에서도 신뢰와 연대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세대교체를 이뤄가는 노르웨이의 모습은, 사회적 갈등 해소와 신뢰 회복이 절실한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과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월드컵 4강 신화 때처럼 하나된 대한민국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