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이 바라본 미국은 ③

버지니아텍에서 사고가 있었던 월요일 아침, 고양신문에 쓸 칼럼을 위해서 센터빌에 있는 선배집에 갔다. 미국의 초등학생들의 생활에 대해서 얘기를 듣기 위해서이다. 점심도 함께 먹고, 얘기도 하고,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TV를 틀었더니(영어가 짧아서 자막만으로 뉴스를 대충 이해한다) 버지니아텍에서 학살사건이 났다는 긴급 뉴스가 계속 나온다. 인터넷에 접속했더니, 총기난사사고로 많이 죽고, 다쳤단다. 아시아계라고 하는데, 중국계인 것 같다는 얘기다. 남편과 미국의 총기소유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늦게까지 뉴스를 틀어놓았다. 다음날인 오전 9시 30분, 영어수업에 가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데, 경찰의 공식발표가 나온다. 한국계인 조승희 씨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수업을 받기위해 교회로 갔다.(영어를 배우는 곳은 미국 감리교회이다.) 같이 수업 듣는 영주권자 아주머니를 만났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딸 걱정부터 시작하신다.
“웬일이니,, 한국애래.”
10시에 시작해서인지, 학생들과 선생님은 공식발표를 듣지 못한 것 같다. 남편이 주미대사관 직원인 아주머니는 “범인이 한국계인 것 같다”며 남편이 새벽에 호출을 받고 나갔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분위기가 뒤숭숭 하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미국에 있는 한국여성들이 만든 홈페이지는 한동안 접속이 되지 않았다. 화요일 오후부터는 부모가 자살했다는 소문이 홈페이지에 돌기 시작했고, 무서워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학생, 어린 아이들이 걱정된다는 엄마, 마켓에서 “당신 망할 한국 사람이냐?” 고 물어보는 백인에게 “Chinese, No English" 라고 말하고는 도망치듯 왔다는 사람. 며칠 동안 문단속 하고 집에 있어야겠다는 사람.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었다. 오늘 영어수업에는 6명이 넘는 한국 학생 중에 2명밖에 오지 않았다. 영어선생님인 Fay는 쉬는 시간에 나와 또 다른 한국 아주머니를 안아준다. 뉴스를 보고 “My Korean friends”가 걱정이 되었다며 이것은 한국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질환(Mental Ill)이 있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이고,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도 총을 살 수 있고, 사람을 한 번에 많이 죽일 수 있는 반자동총이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한국동포사회가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며,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부모가 너무도 열심히 일을 해서 자식들을 힘들게 교육시켰고 누나는 아주 좋은 대학인 프린스턴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더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를 위로해준다.  “이 문제가 인종문제로 바뀔까봐, 한국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더니, 절대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은 미국사회의 문제라고 얘기한다.
미국의 언론들은 이 사건이 한국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총기문화가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9.11 이후에 아랍계들이 받는 불평등(공항에서의 검문, 일상생활에서의 시선들)을 옆에서 지켜본 한국인으로서는 “앞으로 한국계에 대한 인식에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다” 라고 말하기 힘들 것 같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한국아이들은 “너도 우리를 총으로 쏠거냐” 라는 놀림을 받고 있고, ‘한국인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나는 8월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지만,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한국동포들, 특히 아이들이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제발 이 문제가 인종주의로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제발 한국정부와 언론이 과잉반응 하지 않으면 좋겠다. 지금은 애도와 조문이 필요한 것이지, 사과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승희는 한국에서 살아온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미국에서 보낸 ‘Korean American’이다. 한국정부가 사과를 하는 것은 미국에 있는 많은 한국인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

김혜련·전 고양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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