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이 바라본 미국은 ⑦

13년 전, 43% 지지로 당선된 클린턴 대통령이 제일 먼저 시작했던 일은 ‘의료보험개혁’이었다. 퍼스트 레이디였던 힐러리가 의료개혁 위원장으로써 모든 일을 총괄했다. 힐러리는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1300여 쪽에 달하는 법안을 만들고, 전국을 돌면서 의료개혁법안을 설명했다. 결과는 모든 사람이 의료보험을 가지는 신세계를 꿈꾸었던 힐러리와 클리턴의 처절한 실패였다. 힐러리는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에서 당시의 실패원인이 의사협회와 보험회사의 로비, 그리고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었다고 쓰고 있다.

3억의 미국인구 중 5000만 명 정도가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 의료보험료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비싸고, 가입하기도 쉽지 않다. 한 변호사 가족은 5인 가족의 보험료로 일년에 1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는데, 그나마 치과치료는 제외되고, 보험료로 커버되는 의료비의 한도가 정해져있다.

미국의 의료비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비싸다. 응급실에 한번 가면 1만 달러는 기본이다. 보험 없이 출산하는 비용은 자연분만 1만 달러, 제왕절개 2만 달러가 공식이다. 아기가 변비에 걸려서 닥터오피스에 갔더니, “푸룬주스 드세요” 라는 말 한마디 듣고 100달러를 내고 오기도 한다. 보험 없이 약을 지으면 20달러는 훌쩍 넘어간다.

이곳 사람들은 어지간해선 병원에 가지 않는다. 감기나 몸살기운이 있으면 타이레놀이나 아스피린으로 해결한다. 영주권이 있는 한국사람들은 1-2년에 한번씩 한국으로 종합검진을 받으러 온다. 한국의 의료보험을 부활시킨 다음, 그동안 미뤄두었던 수술도 하고 간다. 비행기 값을 포함해도, 미국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고 한다. 여행사에서는 건강검진 겸 고국방문 여행패키지를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김혜련·전 고양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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