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이 바라본 미국은 ⑨

남편의 뉴욕출장길에 동행을 했다. 친분이 있는 한국인 변호사 댁에 묵게 되어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사교육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요즘 자녀들을 아이비리그 대학에 보내려는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들에게 탁구를 시키는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비리그의 대학에 진학을 하려면, 봉사활동, 클럽활동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해야하는데 그중 꼭 필요한 활동은 운동이라는 것이다. 미국아이들은 농구, 축구(미식축구), 골프 등을 많이 하는데, 한국아이들은 미국아이들의 체력과 체격에 밀려, 미국의 대중적인 스포츠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어떤 운동을 시킬 것인지 고심하던 A씨는 아이비리그 진학 시, 비인기 종목인 운동을 하게 되면 플러스 알파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우연히 A씨는 한국 대표팀을 가르쳤던 탁구코치를 만나게 됐다. 그는 뉴욕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고, 그를 만난 A씨는 무릎을 쳤다고 한다. 탁구는 체격이 작은 한국 사람들에게 유리하고, 미국인들은 거의 하지 않는 진정한 비인기 종목인 때문이었다.

A씨는 중국인 코치에게 학생들은 모아주고, 자녀의 탁구 레슨을 시작했다.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학원이나 토플시험같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미국에 있는 학부모나 한국의 학부모나 똑같은 모양이다.

한국의 사교육을 견디다 못해 아이를 미국으로 보내도 사교육을 피할 수 없다. 여름방학 전부터 한국 신문에는 여름방학 학원프로그램 소개 광고가 넘쳐난다. 하버드대학 출신 원장 직강, 명문 사립고등학교 준비반, TJ 과학고 준비반. 단어암기반, SAT 준비반, TOEFL-IBT 준비반. 새 학년에 배울 단어 완전 정복, 매주 금요일 모의고사시험, 문제풀이반 운영….

영어가 부족하다면, 여름방학에 ESL 프로그램을 들어야 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운동도 배우러 다녀야한다.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학원 보내고, 탁구까지 가르쳐야하고 아이들을 태우고 다녀야 하는 미국에 있는 한국부모들의 모습도 한국과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교육 때문에 미국으로 아이들을 유학 보낸다는 것이 머쓱할 지경이다. 사교육이 존재하지 않는 교육시스템이 가능할까? 그런 것은 미국이라도 가능하지 않은 듯 하다.

혹자는 미국의 교육시스템은 대학을 제외하고는 한국보다 특별히 낫지도 않다는 말도 한다. 할렘가가 있는 뉴욕시티(맨하탄이라 불리는)와 워싱턴DC의 공립학교 학생들의 낮은 학력수준은 시급히 해결해야할 지역의 중요한 문제가 된지 오래고 미국의 중산층이상의 아이들은 비싼 학비를 내는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자녀를 위한 (한국)부모들의 노력의 끝은 어디인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고민스러운 일이다. <끝>


김혜련 /전 고양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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