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의 호수공원 통신>

연재를 시작하며 : 저는 여전히 호수공원을 걷고 있습니다. 나무를 보고, 풍경을 느끼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걷기는 참 잘 어울립니다. 한 달에 한 번 ‘호수공원 통신’이라는 글을 통해, 호수공원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을 고양신문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나무가 있는 풍경, 사람이 있는 풍경을 세상 이야기와 함께 편지글처럼 잔잔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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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영어 약자 AI가 사람들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지난해,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둔 바둑은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딥러닝 기술을 탑재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싱겁게 이기고 말아서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움까지 느꼈습니다. 대국을 시작하기 전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했어도 무한한 경우의 수가 있다는 바둑에서 인간 지능을 뛰어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세돌 9단은 단 한 번 이기고 인공지능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인공지능을 주축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인류가 지금 돈벌이로 삼고 있는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등에게 사람들은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미래의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며 교육계에서도 법석을 떨었습니다.

닭띠 해에 닭들은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닭들은 무조건 살처분합니다. 살처분한 닭이 26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오리 등까지 포함하면 300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시대라면서도 대책이 없습니다. 닭들의 죽음은 기업형 사육환경 때문입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해 A4용지보다 좁은 닭장에 닭을 가두고, 밤낮없이 전등을 켜서 알을 낳게 하는 사육방식이 문제입니다. 공장형 밀집사육 환경에서 닭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면역력이 떨어집니다. 이러니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이겨내지 못합니다. 닭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친환경 농장에서는 피해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좁은 공간에 닭들을 가두고 알을 낳게 하는 자본의 탐욕, 인간의 탐욕이 닭들을 혹사시킨 결과겠지요. 닭들의 무덤은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라고 경고하는 듯합니다.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을 습격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자연이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는 무엇일까.

동화작가 황선미의 베스트셀러 『마당을 나온 암탉』. 이름이 없던 양계장 암탉은 항상 닭장 너머 자유를 생각합니다. 알을 품어 생명을 키울 꿈을 키웁니다. 봄철 아까시나무 꽃이 필 무렵 암탉은 아까시나무 부드러운 푸른 잎이 부러워 스스로 ‘잎싹’이라 이름을 짓습니다. 달걀을 낳지 못하는 암탉 ‘잎싹’은 결국 양계장 주인에게 버려져 닭의 무덤에 던져집니다. ‘잎싹’은 닭의 무덤에서 살아남습니다. 아마도 흙냄새를 맡고 살아났겠지요. 암탉 ‘잎싹’은 청둥오리알을 품어 생명을 기릅니다. 그리고 죽음까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요.

인공지능시대,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동물 등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 서로가 서로에게 공감하는 능력,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마음 따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결국 교육의 기본은 여전히 같습니다.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 잎싹.

2016년 1월 13일 호수공원 풍경. (사진=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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