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이 포근히 내려앉은 호수공원의 겨울 풍경. <사진제공=김윤용>

 
[고양신문] 개띠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형편없는 우리 세상과 개를 비유해 얘기해서 견공들에게 미안합니다. 반려견을 키우시는 분들 마음에 불편을 끼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널리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게 나라인가’라고 외치던 때가 있었습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였습니다. 나라를 개판으로 만들었던 정치인들이 득세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박근혜씨가 나라를 통치할 때 벌어진 일들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의혹이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습니다. 반칙과 불법을 맘대로 저질렀던 시기였습니다. 결국 박근혜씨는 탄핵을 받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지하경제의 활성화’라는 말실수를 할 때부터 그가 맘속에 품었던 생각을 눈치 챘어야 했습니다.

박근혜씨와 한패였던 정치인과 기업인, 그리고 관료들은 1700만 촛불국민들 위세에 눌려 숨죽였습니다. 국민들 눈치를 살폈습니다. 정치인들은 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당 이름을 바꾸고 배를 갈아탔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변화한 것은 없습니다.
 

촛불 민심은 적폐로 쌓아 올린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렸다. 고양시민들도 화정역 광장 등에서 촛불을 들었다.

 
우리는 우리를 위협하는 개들을 촛불민심의 힘으로 물에 빠뜨렸습니다. 개들이 슬픈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봅니다. 최대한 불쌍한 눈빛을 하고 있습니다. 지켜보는 우리에게 살려달라고 하소연합니다. 아마도 짠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만하면 됐지 않냐, 그만하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물에 빠진 개가 다시 물에서 나와 우리를 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해코지하는 개는 버르장머리를 확실히 고쳐주어야 합니다. 박근혜씨는 교도소 독방에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돕는다”고 했던가요. 앰브로스 비어스가 『악마의 사전』에서 풍자한 ‘기도하다’를 알려주고 싶습니다. “스스로 가치 없다고 자백하는 단 한 사람의 탄원자를 위하여 우주의 법을 무효로 해달라고 청원하다.”

‘위대한 사상가이자 중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렸던 루쉰은 “물에 빠진 개는 두들겨 패라”고 했습니다. 린위탕이 ‘페어플레이 정신’을 내세우며 ‘물에 빠진 개를 때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을 때, 루쉰이 한 반론입니다.

오는 6월 13일은 지방선거일입니다. 주민자치와 주민참여라는 몽둥이로 이들을 사정없이 두들겨 팼으면 합니다. 루쉰은 ‘대나무 몽둥이’로 때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저는 물푸레나무 몽둥이를 권하고 싶습니다.

조선시대 죄인 볼기를 친 형구로 곤장이 있습니다. 이 곤장을 물푸레나무로 만들었습니다. 나무 질이 단단하며 탄력이 좋습니다. 지금은 야구방망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회초리, 도리깨, 도끼자루, 괭이자루 등 쓰임새가 다양했다고 합니다.

물푸레나무는 큰키나무로 가지를 꺾어 물에 담그면 물이 푸르게 변한다고 해서 이름이 왔습니다. 그래서 수청목(水靑木)이라고도 합니다. 이상국 시인은 시 ‘물푸레나무에게 쓰는 편지’에서 “너의 이파리는 푸르다 / 피가 푸르기 때문이다”고 쓰고 있습니다. 물푸레나무 특징을 잘 짚어냈습니다. 나무껍질은 세로로 갈라지고, 흰색 가로무늬가 나타납니다. 잎은 마주 나며 홀수깃꼴겹잎입니다. 작은 잎은 5~7개이고 잎 끝은 뾰족합니다. 꽃은 봄철에 원뿔모양 꽃차례에 하얗게 모여 핍니다. 열매는 날개 열매이고 가을에 갈색으로 익습니다.

호수공원 만국기 광장 옆에서 카페 방향으로 가면 중간쯤 녹지에 물푸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학괴정에서 자연학습원 방면으로 걸으면 덩굴식물 터널이 있는데, 터널 안쪽 호숫가에 물푸레나무를 심어 놓았습니다. 그리도 춥던 날씨가 조금씩 풀리고 있습니다. 곤장과 몽둥이는 잊고 예쁘고 멋진 물푸레나무를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개나리, 미선나무, 수수꽃다리, 물푸레나무, 이팝나무, 쥐똥나무 따위가 모두 물푸레나무과로 분류하는 나무들이다. 사진은 물푸레나무 잎과 열매. <사진제공=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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