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의 호수공원 통신>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고양신문] 서울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가까이 서울적십자병원이 있습니다. 이곳 정문 왼쪽 화단에서 대한적십자사 총재(현 회장) 기념식수 팻말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소나무 앞입니다. 김 아무개 총재는 2015년 11월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입원병동 외벽 리뉴얼공사 준공 기념’입니다. 원래는 반송을 심고 반송 앞에 팻말을 꽂았습니다. 이 반송이 얼마 전에 말라 죽자 고사한 반송을 뽑고, 팻말만 소나무 앞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말라죽은 반송을 어떻게 할까, 팻말을 어떻게 처리할까를 계속 살펴왔던 제 눈에 그 장면이 딱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하긴 반송이나 소나무나 모두 소나무과 나무이니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김 회장은 지난 6월 대한적십자사 회장직을 사퇴했습니다.

대한적십자 전 총재가 기념식수한 나무가 말라죽었다. <사진제공=김윤용>
기념식수 팻말이 엉뚱한 나무에 옮겨져 꽂혀있다. <사진제공=김윤용>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도산서원에 금송을 기념식수 했습니다. 1970년 12월입니다. “이 나무는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청와대 집무실 앞에 심어 아끼시던 금송으로서 도산서원의 경내를 더욱 빛내기 위해 1970년 12월 8일 손수 옮겨 심으신 것입니다.” 하지만 도산서원 금송은 가짜라고 합니다. 원래 청와대에서 옮겨와 심었던 금송은 말라죽었고, 절대권력자가 심은 나무 관리를 못한 공무원들이 처벌을 두려워해 몰래 같은 수종 다른 나무를 심었다는 것이지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아산 현충사에도 금송을 기념식수합니다. 도산서원 금송을 심은 시기와 비슷합니다. 금송은 일본 특산종인 나무, 일본 천황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무 이름에 ‘소나무 송’이 붙었지만 소나무과가 아니고 금송과로 분류하는 나무입니다.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현충사에 일본 특산종인 나무를 심어 놓아서 사적지 특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금송을 당연히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금송은 소나무와는 완전히 다른 나무다. 일본 특산종이며 일본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나무라고 자랑하고 있다. 사진은 일산 어느 초등학교 교문 옆 금송. <사진제공=김윤용>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해 5월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충효당에서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이곳에 심은 나무는 경상북도가 준비한 주목(朱木)이었습니다. 이어 경북도청 신청사에 들러 금강송을 기념식수 했습니다. 주목은 ‘나무의 제왕’이고 으뜸가는 소나무인 금강송을 기념식수 나무로 선택했으니 사람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은 반기문 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한창 주가를 올릴 때였습니다.

‘기념’이란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뜻 깊은 일이나 사건을 잊지 않고 마음에 되새김’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기념’이란 말을 잘못 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양군에서 보았던 홍수기념비가 그렇고, 일산 강선공원에서 볼 수 있는 홍수흔적기념비, 서울 용산에 위치한 전쟁기념관 따위가 그렇습니다. 나무를 심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념식수가 기념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높은 분(?)들이 치적을 내세우기 위해 하는 이벤트성 기념식수는 문제가 많습니다.

호수공원에도 기념식수한 나무들이 많습니다. 고양시 상징 나무가 백송이어서인지 대체로 백송을 많이 심고 비싼 표지석을 세웠습니다. 천편일률이어서 식상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선지 시민들도 무관심합니다. 시장, 시의회의장 등 높은 분들이 제 실적을 내세우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호수공원에는 시민기념식수 제도가 있습니다. 결혼기념, 고희기념, 탄생기념 따위 자비를 들여 한 그루 나무를 심고 기념하는 시민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고양시장, 시의회의장 등이 시민들처럼 자비를 들여 기념식수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육지에서 자란다고 육송, 강한 나무라고 (금)강송으로도 부른다. 잎이 두 개씩 모여난다고 해서 이엽송이라고도 한다. <사진제공=김윤용>

 

백송은 말 그대로 흰소나무다. 나무 몸통이 얼룩무늬 비슷하게 벗겨진다. 흰 바탕 색깔이 두드러진 경우는 드물고 녹색이 주로 나타난다. 잎이 세 개씩 모여난다고 해서 삼엽송이다. <사진제공=김윤용>
반송은 줄기가 몸통 아래쪽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나무 모양이 '소반'을 닮았다고 반송이다. 소나무와 같이 이엽송이다. <사진제공=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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