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저자

 

칼럼지기 김윤용 작가.
조지 오웰이 쓴 소설 『1984』. 모두가 알고 있는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 가운데 하나입니다. 『1984』에는 세계를 다스리는 3대 초강국이 나옵니다. 세 나라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소설 무대인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는 독재자 ‘빅 브라더’가 권력을 휘두르며 국가를 통치합니다. 행정 4부인 진리부, 평화부, 애정부, 풍부부를 통해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합니다.

행정 4부 명칭은 상징적인데, 진리부(과거·사상 통제부), 평화부(전쟁부), 애정부(독재법·질서 유지부), 풍부부(물자빈곤 숨기기부)입니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진리부 기록국에서 일합니다. 독재권력을 절대화하고 유지시키기 위해 과거를 조작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소설 『1984』 핵심 문장을 기억하겠지요. 사람들이 많이 알고 인용하는 문장입니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그래서일까요? 박근혜 정권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아직까지도 청와대 눈치를 보며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자들과 국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데도 말입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나쁜 교과서’입니다. 국민들은 “박통, 불통, 졸속, 위법, 밀실교과서”라며 폐지를 주장합니다. △죽은 박정희를 살려내려는 교과서 △독재 문제는 변명하고 경제발전만 강조하는 교과서 △5·16군사쿠데타에 대해서는 “부득이 했다”며 변명하는 교과서 △10월 유신을 ‘경제개발계획’으로 합리화는 교과서…. 한 마디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교과서입니다.

지난 해 4월 자유경제원에서는 『용어전쟁』이란 책을 냈습니다. “대중의 논리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사회를 보는 시각을 왜곡하는 용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히면서 말입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용어를 몇 가지 살펴볼까요?
△한국전쟁(6·25 남침전쟁) △참교육(민중혁명교육) △혁신학교(세금투입 특권학교) △학생인권조례(학생갈등조례) △자사고(세금절약학교) △양심수(사회주의 사상 신봉 사범) △정글자본주의(상생경제) △재벌(기업집단) △낙수효과(소득창출 효과) △약육강식자본주의(조화자본주의) △승자독식자본주의(소비자선택 자본주의)….

아시다시피 자유경제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6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부설 자유기업센터로 출발했습니다. 1997년 사업 독립성을 위해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분리했지만, 현재까지 예산 대부분을 전경련에서 지원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벌기업들 모임입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도 직접적으로 개입해서 국민들이 분노하는 단체입니다. 1500만 촛불국민들이 두려워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모임입니다.

가진 자들은 권력과 자본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역사전쟁과 용어전쟁을 반복해서 시도할 것입니다. 역사전쟁, 용어전쟁에서 이기는 쪽이 세상을 지배합니다. 2017년 2월 촛불집회와 호수공원 산책에서 떠올린 생각입니다.

 

주말마다 이어지는 촛불집회에서는 올바른 국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의제들이 자유분방하게 분출된다.


겨울 호수공원 풍경 (사진=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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