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화사한 꽃송이로 봄을 알리는 산수유.

 
[고양신문] 고양시 일산에서 20년 넘게 살았습니다. 호수공원 나이 만큼입니다. 광주, 서울, 성남, 서울 등으로 워낙 떠돌며 살다보니 가장 오래 살았던 곳이 고양시 일산입니다. 그러니 제 딴에는 제2의 고향이니 하며 고양시 일산을 항상 자랑하며 살았습니다. 걷기에도 좋고, 산책하기 좋은 호수공원이 있어서 사람 살기 좋은 곳이라고 지인들에게 고양시 일산을 은근히 뽐내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호수공원을 산책하며 나무 관련 책도 냈으니 어쩌면 일산 호수공원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셈입니다.

2017년 2월 중순에 호수공원 관리팀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호수공원 시민참여위원을 모집하니 지원서를 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전혀 몰랐던 정보여서 1년에 회의는 몇 번 하며,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습니다. 마감 시간이 많지 않아서 지원 신청서와 자기 소개서를 꼼꼼히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얼마 뒤 시의회 의원이 심사위원이라며 전화를 했습니다. 열심히 하실 것이냐 등 몇몇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고 “정말 열심히 하고 싶어서 지원서를 냈지 그렇지 않으면 내겠느냐”고 심정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2월 말입니다. 가문의 영광(?)으로 내세울 고양시장 공문서를 받았습니다. 등기우편물로 받은 서류에는 ‘100만 행복도시, 600년 문화도시’를 이끄는 고양시장 직인이 붉게 찍혀 있었습니다. 우편물을 받을 때만 해도 ‘고양시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나도 고양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를 위해 뭔가 조금은 보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서울에서 근무하고 대개의 활동이 서울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고양시정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시민참여위원 위촉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더욱이 호수공원 나무 책 출간 경험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우편물을 뜯고 내용물을 보니 ‘제1기 고양시 호수공원 시민참여위원회 위원 위촉 알림’이라는 제목을 단 공문서가 있었습니다. “우리 호수공원을 시민공원으로 활성화하고, 생태‧관광자원화 등 호수공원의 활성화 방안, 주요 추진사업에 대한 적합성 및 타당성 검토, 생태공원화 사업 발굴, 공원 관리 및 생태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호수공원에 대한 지속적인 자문을 수행하기 위하여” 시민참여위원으로 위촉한다는 내용이 그럴싸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붙임으로 “향후 회의 개최 시 위촉장을 별도로 배부한다”고 적어 놓았습니다. 아직까지 나는 정식으로 위촉장을 받지 못한 시민참여위원이었던 것입니다.

공문을 보내 생색이나 내면서 1년이 훌쩍 지나도록 회의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회의를 한다는 연락을 기다렸지만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입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 심합니다. 고양시장과 고양시는 시민참여위원 제도를 만들고, 오히려 건전한 시민을 우롱했습니다.

고양시장과 고양시가 내세우는 정책들이 대개 비현실적이고 뜬구름 잡는 정책들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내가 위촉 받은 ‘호수공원 시민참여위원’ 제도는 그 도가 너무도 지나칩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어서 다른 분야 시민참여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몇몇 분에게 고양시의 시민참여위원 제도 운영 실태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위촉하고 1년에 한 번 회의하고 회의비 받고 밥 먹고 사인하고 끝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설치와 운영 조례까지 만들고 제1기 고양시 호수공원 시민참여위원회 서류를 받아 심사과정까지 거쳤으면서도 필요 없는 제도에 돈과 시간만 낭비한 꼴입니다. 고양시장과 고양시는 제발 정신 차리고 무슨 정책을 입안하거나 추진할 때 제대로 운영했으면 합니다. 시장이 중앙정치에만 관심을 두고 엉뚱한 데 신경 쓴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니었음을 나는 실감했습니다. 하나를 자세히 보면 핵심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열렸던 열매와 봄에 새로 핀 꽃이 함께 매달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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