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시 기획을 시작하며

[고양신문] 위대한 실패를 말할 때, 섀클턴 원정대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1914년, 어니스트 섀클턴이 이끌던 인듀어런스 호는 남극대륙 웨들 호에서 부빙에 갇혀 그만 좌초하게 됩니다. 배가 좌초되었다고 해서 의지까지 좌초되지는 않았습니다. 남극의 혹독한 추위와 식량 부족을 이겨내는 18개월 동안의 사투 끝에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영화 <아폴로 13호>도 떠오릅니다. 달 탐사를 위해 떠난 아폴로 13호는 산소탱크가 폭발하는 사고를 당합니다. 두 명을 위해 설계된 착륙선으로 옮겨 세 명이 살아 돌아와야 합니다.

옮겨간 착륙선에서 이산화탄소가 위험한 수치까지 올라가는 아찔한 순간이 닥칩니다. 필터가 없으면 대원들은 이제 곧 의식을 잃게 됩니다. 한 가닥 희망은 사령선에 있는 필터. 이 필터를 가져와 착륙선에 붙여야 합니다. 그런데 사령선의 필터는 육각형, 착륙선의 부품은 원통형입니다. 지구의 통제본부에 있는 로켓 과학자들이 어떻게든 우주선 안에 있는 부품만 써서 새로운 공기 필터를 무조건 만들어 그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호스와 골판지와 비닐봉투 따위를 테이프로 붙인 임시 필터. 밤새 잠 한숨 못 잔 표정의 로켓 과학자가 이 임시 필터를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등장하는 장면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와~, 하며 박수를 치는 것도 모자라 달려가 힘껏 포옹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참 대단한 로켓 과학자!

그런데 로켓 과학자가 이렇게 늘 멋진 해법을 내놓지는 못 하는 듯합니다.
미국 우주 로켓 센터는 앨라배마 주의 헌츠빌에 있습니다. 달 탐사를 이끈 추진체인 새턴 5호 로켓뿐만 아니라 우주왕복선도 전시되어 있고요. <제3의 부의 원칙>의 저자 대니얼 크로스비는 로켓 센터에 전시된 우주 왕복선을 보고 조금 실망했다고 말합니다. 우주왕복선은 비행기 모양의 궤도선, 고체 로켓 부스터, 외부 연료 탱크,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에 궤도선과 고체 로켓 부스터는 눈부신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연료 탱크만 누렇게 녹슨 것처럼 보인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엔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주왕복선이 처음 두 번 비행을 한 뒤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해 무게를 600파운드(약 270킬로그램) 정도 줄여야 했습니다. 로켓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려들었죠. 최첨단 재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공기역학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들을 궁리했습니다. 하지만 해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해법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습니다. 어느 날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로켓 과학자들의 노력에 이런 말로 응수합니다. “탱크에 페인트칠을 꼭 해야 하나?” 연료 탱크에 칠하는 페인트의 무게가 딱 600파운드였습니다.

건강백세네트워크와 고양신문이 새로운 기획을 시작합니다. 이 기획이 건강한 생활을 위해 소중한 지혜를 찾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로켓 과학자가 놓친 해법을 찾은 노동자처럼.

                              임영근 건강백세네트워크 대표

* 건강넷은 생명과 건강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하는 '건강백세네트워크'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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