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얼마 전 아내에게 선언을 했습니다. 올해엔 반드시 무좀을 뿌리 뽑겠다고. 참 잘했어요~ 격려해 주더군요. 무좀약을 찾아보니,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이 라미실하고, 터비뉴였어요. 라미실이란 약은 바르다 포기한 적이 있어서 터비뉴를 샀어요. 주성분은 라미실과 똑같은 항진균제인 ‘테르비나핀’이었어요. 

그런데 성분을 자세히 보고 깜짝 놀랐어요. 주성분만이 아니라, 다른 약들도 통으로 여러 개가 들어가 있는데, 일단 ‘리도카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흔히 쓰이는 국소마취약인데요. 제가 맨날 리도카인으로 마취한 후 이 뽑고, 수술하거든요. 아니 이게 왜 들어있을까? 가려움을 마취하려고? 오 마이 갓! 물론 급할 땐 한번 쓸 수 있겠지만 매일 리도카인을 바른다? 

그다음, 대표적인 진통소염제‘에녹솔론’. 통증 느끼지 말라고 넣는 거겠죠. 항히스타민제‘디펜히드라민’도 있네요, 가렵지 말라고 넣었을 거고요. 마지막으로‘이소프로필메킬페놀’. 요건 일종의 방부제로 보여요. 무좀약 하나만 보아도, 참 여러 곳에서 약물이 과용되고 있구나 싶어요. 실제 무좀균과 직접 연관된 성분은 항진균제인 ‘테르비나핀’ 하나인데 이것을 보충하려고, 증상을 잠시라도 완화 시키기 위해 다른 것들을 통으로 넣는 거죠. 저는 약을 통으로, 세트메뉴로 처방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먹는 약만이 아니라 바르는 약에도 이런 일이 있네요. 치과나, 이비인후과를 포함해 약을 많이 처방하는 병의원에서도 항생제가 필요할 때 항생제만 넣은 게 아니라 진통소염제도 넣고, 진통소염제가 위에서 자극 주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소화제까지 집어넣는 세트메뉴 처방을 많이 해요. 이 현상이 흔히 바르는 연고에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학병원 피부과의 무좀 치료 관련 글을 보고 더 놀랐어요. 한 대학병원 피부과는 무좀이 심하면 항진균제를 3개월 복용해야 한다고 권하더군요. 3개월? 대학병원까지 갈 정도면 심할 테지만, 그래도 무좀 때문에 3개월간 약을 먹을 수 있을까요? 저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 가지 이유를 꼽아 볼게요. 

첫째, 항진균제를 3개월 정도 먹으면 간이 상할 수 있어요. 진균은 세포막을 만들기 위해 콜레스테롤 계통의 생화학물을 만드는데, 항진균제는 이 과정을 차단해 균을 죽이는 약이에요. 문제는 이와 비슷한 생화학과정이 인간의 간에서도 진행되기에, 간 독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죠.

둘째, 항진균제는 단기적·직접적으로 간을 해칠 수 있고, 장기적·간접적으로는 내 몸 전체를 해칠 수도 있어요. 우리 몸을 세균 진균을 포함한 통생명체로 본다면, 항진균제를 3개월 먹는 것은 항생제와 마찬가지로, 통생명체 전체를 위협하는 처방이라 할 수 있어요. 초가삼간을 넘어 동네 전체를 태우는 격입니다. 

셋째, 곰팡이들이 박멸되어 무좀이 완치될 수 있을까요? 제가 무좀을 치료한 임상경험이 없어서 단언할 순 없지만 원리적으로 보면 박멸은 불가능해요. 완화될 수는 있겠죠. 곰팡이는 우리 생활 주변에, 내 몸에 늘 있거든요. 

무좀을 완화하려면 발을 깨끗하게 씻고(곰팡이의 먹을거리를 없애고), 잘 말리고(곰팡이가 분해할 때 필요한 수분을 없애고), 생활습관을 고쳐야 해야 해요. 거의 모든 병이 그럴 겁니다. 치과의사인 저는 구강질병이 생활습관병이라고 단언할 수 있어요. 무좀도 그래요. 생활습관을 고쳐야 나아질 수 있어요.  

김혜성 건강넷/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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