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인간의 생로병사는 삶의 변화단계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생로병사의 구체적 내용은 기와 진의 움직임입니다. 진은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이고, 기는 물질에 작용하는 에너지입니다. 인체는 기와 진이 맞물려 돌아가는데, 그 특성에 따라 외부발현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 다름이 그 사람의 특성이고 체질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의 모든 생명체도 그 기와 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식물을 봅시다. 나무나 풀을 보았을 때, 특히 잎이나 꽃을 보았을 때 즙이라 표현하는 진액이 있습니다. 인체의 70%가 수분이 있듯이 모든 식물체는 수분이란 진액이 있는데 양과 질의 차이가 있습니다. 생명체의 진액은 응축의 형태로 식물의 성장 모형을 규정합니다. '당귀'는 응축이 강해 원형의 모형으로 자라지만 '천궁'이란 풀은 응축이 아닌 발산으로 방형이라는 틀을 만듭니다. 또 식물체는 '진'을 유지하고 순환하는 '기'가 있습니다. '기'는 생명체의 대사기능을 얘기합니다.
인체에도 '진'과 '기'가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우리는 힘이 많이 들었을 때 '기가 빠졌다' 혹은 '진이 빠졌다' 라고 말합니다. '진'이란 몸속의 진액이고 '기'란 몸을 대사하고 추동시키는 에너지입니다. 인간이 힘을 쓸 때 진과 기를 사용합니다. 일을 할 때, 진과 기는 같이 움직이지만 선후는 각기 사람마다 다릅니다. 기를 우선하여 진을 움직이는 것이 남자요, 진을 우선하여 기를 움직이는 것이 여자인 것이 원칙이지만 남녀 각기 다른 것이 진과 기의 특징입니다.
초등학교까지 남녀 키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춘기 때 남자는 기가 우선하여 키가 커지고 여자는 진이 우선하여 살이 오릅니다. 이때 남녀 키 차이가 나기 시작합니다. 여자의 폐경은 기대신 진이 빠져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춘기 시절 살이 오르던 부드러움이 사라지고,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열이 오르는 것입니다. 모든 식물체는 진과 기가 있는데, 대부분 '기'나 '진'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인삼은 두 가지 모두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늘에 자라면서 햇빛을 필요로 하는 그 모순의 종합을 통해 진과 기를 모두 취하는 성장을 합니다. 그러니 인삼이 귀하고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 기에 맞춰 작용하기도 하고 진에 맞춰 움직이기도 합니다.
동물의 뿔은 피가 없고 각질화되어 단단합니다. 그런데 녹용이라는 뿔은 뿔 속에 피가 오릅니다. 오직 녹용만이 피가 올라 붉고, 그 뿔은 갓 올라온 순처럼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피가 있다는 것은 생명력의 원천을 말합니다. 선천의 힘은 피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모든 뿔이 하강을 취하지만 녹용만이 상승의 힘으로 작용하여 진이 아닌 기의 절정으로 갑니다.
인삼, 녹용 좋습니다. 하지만 계속 복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승의 지나침은 열로 나타나 많은 부작용을 유발합니다.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은 열이 많기에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기와 진의 합일로 이루어진 생명체는 그 특성을 반영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기와 진이 균일하게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기'위주 혹은 '진'위주의 치우침은 그 생명체의 성질로 바라보고, 그 치우침을 약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인체의 기와 진의 합일과 차이는 다시 자연의 합일과 차이의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대우주와 인체의 소우주가 합일하듯 차이의 합일을 위해 인체는 자연의 기와 진을 취합니다. 그것이 치료입니다. 좋다는 것은 인체의 필요에 따라 맞추는 것입니다. 외부정보가 아닌 본능의 발현으로 그 발현을 맞추어 주는 것. 그것이 치료이자 건강입니다. 치료와 건강은 자아를 응시하는 것입니다. 응시의 힘으로 세상과 나를 볼 때, 도약된 몸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윤승형 건강넷 / 지엘한의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