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남철 연구위원
[고양신문] 스마트 도시를 표방하는 고양시에서 연례행사처럼 땅꺼짐-소위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다. 지하철주변 고층건물 등의 건설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암반 내 지하수가 고갈되어 지하수위가 더욱 하락하게 되면 도심지 싱크홀은 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고양시는 마두동 7층 건물의 지하 기둥 파손과 지반 침하를 계기로 일산신도시 전체의 연약 지반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첨단장비를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인 전수조사만으로 예고 없이 닥치는 땅꺼짐을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간대별 땅속 지하수위 등의 데이터가 쌓여야 땅꺼짐 예측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땅꺼짐 예측이 가능한 지하정보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지상 CCTV처럼 지하에도 지하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물리적 센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즉, 지상 CCTV와 지상 교통검지기처럼 지하에도 ① 지하수위 ② 지하수 유동 ③ 도로 함몰 진행 상태 ④ 지하공동화 과정 등을 모니터링하는 센서가 설치되어야 한다. 땅꺼짐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시간 경과에 따른 지반 내 변동에 대한 3차원 입체화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반 내 센서 설치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또한 강수량에 따른 지하수위 차이 등 일정기간 시간대별 정보가 확보되어야 하므로 실효성있는 예보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두번째 지하정보화 방법은 전조증상을 체크리스트화하여 시민제보가 용이하도록 유형화하는 것이다. 흔히 땅꺼짐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고 한다. 과거 서울시 송파구, 고양시 백석동이 그랬고, 지금의 마두동 땅꺼짐도 마찬가지로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였다. 하지만, 전조증상을 면밀히 살피면 이런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도시 전문가들은 물리적 센서에 의한 ‘전수조사’도 중요하지만, ‘전조증상’에 대한 시민 제보 수집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전조증상’을 좀 더 면밀하게 조사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YTN보도에 따르면 마두역 땅꺼짐 사고는 시민들이 사전에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시민들이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였지만, 도로당국은 이번 사고 전에 함몰된 포장을 덧씌우기 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조증상 조사표를 만들어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제보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시민들이 도로함몰 상황을 구분할 수 있도록 ‘사례 사진’을 곁들인 앱, 웹을 만들 필요가 있다. 고양페이 등 포인트 형태로 가공되어 개인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시민 참여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하정보화를 위한 스마트도시 인프라는 장기적으로 물리적 센서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중단기적으로 시민 대중(crowd)을 외부자원으로 활용(outsource)하는 방법이 결합되어야 한다. 도시 땅꺼짐 등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에 대해서는 시민 대중이 느끼는 ‘전조증상’이 물리적 성능조사결과보다 현실을 잘 반영할 수도 있다. 고양시는 이러한 전조증상에 대한 시민제보와 전수조사를 결합하여 ‘고양시 지하인프라 리포트’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도시화가 촉진될수록 지하공간 활용 증가는 필연적이다. 위험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도시를 위해서는, 도심지 싱크홀을 효과적으로 예보할 수 있는 지하정보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