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연이은 ‘땅 속 사고’ 근본 원인과 해결책은
싱크홀 유발하는 지하동공 없어
일종의 ‘탈수현상’에 더 가까워
전문가 “연약지반조사 차원 넘어
종합적 지하안전지도 필요” 지적
[고양신문] 2017년 백석동 요진 와이시티 신축공사장 인근에서 연이어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와 인명피해가 속출했던 이듬해 백석역 인근 열수송관 파열사고. 그리고 2019년 12월에 발생했던 백석동 오피스텔 공사장 주변 땅꺼짐 사고까지. 고양시가 최근 몇 년 동안 연이은 ‘땅속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양시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사고는 총 20건. 이중 절반은 일산신도시에서 발생한 사고다.
지반침하와 건물기둥 파손, 둘 사이 상관여부에 ‘촉각’
왜 일산신도시에 유독 이러한 사고가 집중되어 있을까. 그동안 이 지역이 내재하고 있는 한강하구의 연약지반 특징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어 왔다. 특히 백석역, 마두역 일대의 경우 과거 자갈과 모래층 위에 흙을 매립해 조성한 곳으로 점성이 낮은 ‘점토질 실토층’으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2019년 백석동 지반침하사고 당시 고양시는 이 지역에 10m이상 터파기 금지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마두동 건물 사고 또한 이러한 땅꺼짐(싱크홀) 현상에 따른 결과일까. 정밀안전진단검사를 총괄하고 있는 한국건설안전협회 최용화 회장(전 경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우선 사고 당시 이곳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현상은 통상적 의미의 ‘땅꺼짐’ 현상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최 전 교수는 “이번 사고는 건축용어로 땅꺼짐 보다는 일종의 탈수현상에 가깝다. 주변 지하철 등의 영향으로 이 건물의 지하수배출량이 꽤 되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한 흙들이 함께 빠지면서 지반이 조금씩 가라앉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즉 지하수 배출로 인해 이곳 지반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땅꺼짐 현상은 이번 사고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고건물 주변 지표조사 결과 땅꺼짐 현상을 유발하는 지하 동공(洞空·텅 빈 굴)은 발견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사고원인을 놓고 이 지역의 연약지반 문제와 관계없이 건물 자체의 노후화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최용화 교수는 “지반침하와 지하주차장 기둥파손의 연관성 여부는 앞으로 진행될 정밀검사 결과를 통해 확인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이은 사고로 일산신도시 연약지반 전수조사 추진
이번 사고의 원인규명과 별개로 연이은 ‘땅속 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재준 시장은 4일 대책회의에서 시민들의 안전 불안해소를 위해 일산신도시 전체의 연약 지반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하 탐사는 백석역부터 대화역을 잇는일산신도시 중앙로 구간을 비롯해 이면도로, 보도 등을 포함한 총 110km 구간에 GPR(지표투과레이더) 장비를 투입해 지하 동공 발생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의연 시 지하안전관리팀장은 “재작년 백석동 지반침하 사고 이후 중앙로 구간을 중심으로 지하탐사를 준비해왔다”며 “이번 전수조사는 기존 대로변뿐만 아니라 사고발생지역 같은 이면도로까지 조사범위를 넓혀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연약지반 전수조사를 위한 예산 21억원 또한 확보해 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연약지반 전수조사를 넘어 일산지역 건축물의 준공시기와 지하 시설물, 지하수 흐름, 지반구조 등을 반영한 ‘지하안전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백남철 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반침하사고를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조현상에 대한 시민제보와 전수조사 데이터 등을 결합하는 지하정보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논의되는 수준의 지하안전지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여러 관련부서들의 통합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마두동 사고수습이 마무리 되는 데로 후속조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