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견 배제한 축사신축허가
법곳동 인근, 10년째 악취호소
“건축주 취소말곤 해결법 없어”

현재 신축 공사 중인 법곳동 축사. 구청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건축주는 해당 우사를 곤충사로 용도변경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현재 신축 공사 중인 법곳동 축사. 구청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건축주는 해당 우사를 곤충사로 용도변경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고양신문] “창문을 열면 퀴퀴한 돼지 분뇨 냄새가 코를 찔러요. 특히 여름철 저녁에는 냄새가 유독 심합니다. 이번 여름, 주민들은 더위뿐 아니라 악취와도 싸워야 할 판이에요. 퇴근 후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이 불쾌한 공간이 된 지 오래입니다.”

지속적인 악취에 시달리고 있는 법곳동 인근 가좌지구로부터 약 800m 거리에는 농축사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이곳 축사의 분뇨 악취를 호소한 지는 햇수로만 10년이 넘지만, 그동안 시는 명확한 해결책 없이 악취 문제를 방치해 왔다. 

그러던 중, 작년 4월 법곳동 821번지에 축사 신축 허가가 내려지며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미 신축허가가 끝난 상태라 빗발치는 항의에도 ‘건축주’의 취소 없이는 공사를 중단시킬 수도 없는 실정이다. 주민들이 분노한 것은 단순 ‘악취’가 아니다. 주민과의 소통 없는 ‘통보식’ 허가와 그 책임을 건축주에게 넘겨버린 이른바 ‘소극행정’에 대한 불만인 것.

축사신축이 허가된 법곳동 821번지는 농림지역, 농업진흥구역으로 가축사육제한구역(이하 제한구역)이 아니다. 그러나 바로 옆 822, 823, 824번지는 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신축 사업부지가 제한구역과 불과 1m 거리도 되지 않아 대화동·가좌동 등 인근 주택지구까지 피해가 온다는 점은 같지만, 해당 부지가 제한구역에서 제외된 탓에 축사 신축은 원칙적으로는 합법이다.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악취민원을 넣어왔던 만큼 인근 주민들은 이번 신축허가는 주민 의견을 반영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축사 인근 위치한 가좌초등학교 입구 주변에 붙어 있는 현수막.
축사 인근 위치한 가좌초등학교 입구 주변에 붙어 있는 현수막.

대화동에 거주 중인 장성수(50세)씨는 “주민들 간담회 한번 없이 신축허가가 이루어진 것은 문제다”라며 “이전부터 냄새로 인한 민원이 제기되었음에도 허가가 났다는 것은 주민여론을 무시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가좌지구뿐 아니라 대화동 또한 피해가 막심하다. 악취가 심한 날에는 킨텍스 지구까지도 분뇨 냄새가 나는 만큼 가좌지구 주민뿐 아니라 JDS지구 주민들 전반적인 의견을 모아 체계적으로 간담회를 진행했어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821번지 축사 신축허가 과정에서 주민들의 소통, 심지어는 주민들을 고려하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신축허가 전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내용을 보면 △축사이용계획에 적합한 퇴비사면적 확보 △교행차로 연장 및 교행폭 5.5m 이상 확보 등의 조건만 있을 뿐 실질적 주민 피해 해결을 위한 내용은 없었다.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결국 지난 5월 8일, 주민자치단체 관계자, 시청 관계자, 시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법곳동 821번지 축사 신축 관련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구청에서 제시한 해결책은 건축주와 상의 후 용도 변경을 추진해, 축사를 곤충을 키우는 곤충사로 재설계 후 재심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었다. 고양시 내부 보고자료를 보면 ‘지난 5월 3일 건축과장 건축주 간 면담결과 - 건축주 타용도로 변경 동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인근 대화마을·가좌마을 도합 1만 세대의 문제해결 실마리가 건축주 한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

그러나 해당 동의가 구두로 이뤄졌고, 법적 효력이 없으므로 ‘용도 변경 신청’을 현실성 있는 해결법으로 보긴 어렵다. 일산서구청 건축과 담당자는 “5월 31일 현재, 해당 건축주의 용도 변경 신청은 접수된 바가 없다”라며 “용도변경이 될지는 지금으로는 알 수 없고, 이미 허가가 난 건이라 해당 건축주를 최대한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화마을 주민들은 축사 악취 뿐 아니라 장월평천에서 악취가 난다며, "축사 폐기물 방류 등이 의심된다"라고 밝혔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화마을 주민들은 축사 악취 뿐 아니라 장월평천에서 악취가 난다며, "축사 폐기물 방류 등이 의심된다"라고 밝혔다.

고양시의회 김학영 시의원은 이같은 구청 대응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적절한 답변으로 보기는 어렵다. 해당 허가가 인근 주민들의 환경권이나 행복권에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허가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는 없었기에 절차상 시를 탓하긴 어렵다. 주민 의견 청취도 의무사항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신축되는 법곳동 882번지뿐 아니라 시는 전반적인 축사 악취 문제 해결에도 소극적이다. 시는 △악취 저감을 위한 미생물제 배포 △축산업 허가 농가에 준수사항 당부 △주기적인 인근 농가 순찰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모두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아 악취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지난주 주민들이 기존 축사의 시설현대화와 365일 가동할 수 있는 악취 무인포집기 설치 등을 요구했으나 시에서는 ‘검토해보겠다’라는 답변만 거듭 내놓고 있다. 시는 악취포집 검사결과가 기준치인 15(희석배수)의 절반 이하로 나타나 구산동 축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없고, 무인포집기 또한 예산낭비가 우려되어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화동 주민 강지윤(32세)씨는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당 허가는 합법적이나,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라며 “오죽하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양시 조례와 지방사례를 뒤지고 있다. 시가 해야 할 일을 주민들이 대신 하는 현 상황이 온당한 것인가? 시가 지난 10여 년의 기간 동안 무얼 했는지 묻고싶다”라며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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