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화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 마음건강 강연
[고양신문] “토끼야, 오늘 잘 잤니?”
이 다정한 속삭임이 백세시대 노년의 건강을 결정짓는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다. 노미화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는 "다정한 접촉과 언어적 교감만으로도 치명적 질환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과나무의료재단과 건강넷, 고양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몸과 마음을 돌보는 월요시민강좌’ 몸공부방 프로그램이 지난 26일 저녁 사과나무교육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강단에 오른 노미화 이사는 ‘마음건강에도 운동이 필요해요’라는 주제로, 몸의 질병을 치유하는 진정한 힘은 약이나 연금이 아닌 ‘관계의 에너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흥미로운 실험과 액티비티를 통해 증명해냈다.
노 이사는 신체 건강과 마음이 80% 이상 겹쳐 있다는 의학계의 최신 연구를 제시하며 포문을 열었다. 스트레스와 불안이 심장 발작을 일으키고 장내 미생물 환경을 파괴하며, 번아웃과 부부 갈등 등 중년기 마음 건강의 위기가 신체 질환으로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억압된 감정이 신체 증상으로 터져 나오는 한국인 특유의 ‘화병(Hwa-byung)’은 미국 정신질환 진단 편람에도 등재돼 있다. 노 이사는 이 사례를 들며 “마음이 무너지면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라며 자기 정체성과 존중감, 효능감이라는 마음의 3대 축을 단단히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진행된 피규어 액티비티는 참가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참가자들은 강의실 뒤편에 마련된 많은 인형 중 직관적으로 끌리는 것을 선택해 짝꿍과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 이사는 전화기, 거북이, 오토바이, 기린 등 각자의 내면 무의식이 반영된 피규어들을 나란히 놓고 색연필로 조화로운 풍경을 그려내는 활동을 이끌며 “나를 정확히 알고 타인과 어우러지는 이 과정 자체가 곧 마음을 치유하는 관계의 조화”라고 설명했다.
토끼를 살린 다정한 교감
이날 강연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건 1979년 진행된 ‘토끼 실험’ 결과였다. 연구원들이 토끼들에게 똑같이 혈관을 망가뜨리는 고지방 식이를 먹였음에도, 유독 한 그룹의 토끼들만 건강 지표가 60%나 더 양호하게 나타난 것이다. 원인을 추적한 결과, 해당 방을 담당한 연구원이 먹이를 줄 때마다 토끼를 안아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른 신체적 조건이 완벽히 같아도 다정한 접촉과 언어적 교감만으로 치명적인 질환을 억제한 셈이다.
노 이사는 85년 동안 2000명 이상을 추적한 하버드대의 세계 최장기 성인 발달 연구를 인용해 “노년기 행복과 건강을 결정하는 유일한 공통점은 좋은 관계였다”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고립은 흡연이나 비만만큼 해롭지만, 따뜻한 관계를 유지한 사람들은 80대에도 기억력이 더 선명하게 보호된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워싱턴대 존 고트만 교수의 연구를 곁들이며 관계를 파악하는 지표인 '묵시록의 네 기사(비난·경멸·방어·벽쌓기)' 중 경멸이 관계에 가장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긍정과 부정의 대화 비율을 5대 1 이상'으로 유지하는 황금 비율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 이사는 시대의 과제가 경제 발전과 웰빙, 힐링을 넘어 이제는 50대 이후 삶의 ‘being, 존재 의미’를 찾고 의도적으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네트워킹’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마음 건강을 위한 처방전으로 산책 같은 ‘진통제’, 감사 일기와 상담 등의 ‘치료제’, 새로운 배움을 통한 ‘비타민’을 제시했다. 이어 “이미 몸공부방 회원들은 태극권과 피클볼, 음식 나눔 등을 통해 훌륭한 비타민을 스스로 처방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노후를 위해 관계에 정성을 쏟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강연에 앞서 몸공부방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시작 당시 작성했던 다짐 봉투를 열어 생활 습관 목표 달성도를 자체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다수 참가자가 하루 한 끼 자연식 식단과 규칙적인 걷기 등을 80% 이상 꾸준히 실천해온 것으로 확인돼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번 몸공부방 과정은 오는 6월 1일, 참가자들이 직접 준비한 한 접시 요리를 나누는 잔치와 함께 10년 후의 자신에게 배달될 타임캡슐 편지를 봉인하는 수료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