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공간 23 - 피노키오 뮤지엄

피노키오 뮤지엄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피노키오 관련 소장품들이 진열돼 있다.

피노키오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탈리아 피렌체 인근의 소도시 콜로디의 작은 나무 공방에서 제페토 영감님의 손에 의해 탄생한 나무 인형 피노키오는 태어난 지 1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 속 친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에겐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인 캐릭터로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사실 피노키오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없이 많은 문화 상품의 콘텐츠로 다양하게 변신해왔다. 우리가 잘 몰랐던 피노키오의 다양한 모습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파주출판도시의 피노키오 뮤지엄이다. 

전시와 체험 아우른 복합문화공간

파주출판도시 지혜의 숲 건물 바로 옆에 자리한 피노키오 뮤지엄은 열림원 출판사가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박물관과 전시장, 아트숍과 북카페가 오밀조밀한 공간 안에 자리하고 있어서 꼼꼼한 관람을 위해서는 프론트에서 받아 든 브로셔를 살피며 관람 동선을 잘 짜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보자. 박물관은 미로와 같이 이어진 동선을 따라 피노키오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도록 꾸몄다. 역사관의 전시물 중엔 세계 최초의 피노키오 팝업북이 소장돼 있어 눈길을 끈다. 안쪽으로 꺾어지면 준비된 입체 안경을 쓰고 피노키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요정의 집 스토리’라는 3D 입체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어릴 적 TV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으로 만났던 피노키오가 현대적인 기술력을 입고 새롭게 업그레이드돼 찾아와주니 반갑기 그지없다.

뮤지엄 속 작은 갤러리에는 피노키오를 소재로 한 미술 작품들이 걸려있다. 특히 팝아트의 세계적 거장 짐 다인의 판화 3점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판화 특유의 질감과 팝아트의 경쾌함을 살리면서도, 피노키오의 복잡한 내면을 작가 특유의 정서로 표현한 작품이다. 반짝이는 금속과 플래스틱 등을 이용해 심플한 디자인으로 완성해낸, 명품브랜드 프라다의 피노키오도 흥미롭다.

세계 각국의 피노키오 한자리에

장난감나라에선 피노키오를 소재로 만든 전 세계의 수많은 장난감들을 만난다. 피노키오가 각국의 역사와 결합하며 어떻게 변신해왔는지를 감상하다보면 자연스레 세계 각국의 문화적 개성을 일별하게 된다. 피노키오의 고향인 이탈리아는 물론, 독일에서 온 피노키오 호두까기 인형, 러시아에서 만든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 피노키오도 눈에 띈다. 중국에서 만든 피노키오 장난감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미국은 피노키오를 전 세계적 캐릭터로 만든 또 하나의 고향. 월트 디즈니에서 피노키오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선풍적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피노키오 문화지도에 우리나라도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을까? 당연하다. 피노키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피노키오 뮤지엄이 있으니까.

소장품 중에는 아주 귀한 몸도 숨어있다.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인형극 무대에 섰던 인형도 있고, 마리오네트(줄인형) 장르를 예술로 발전시킨 체코 장인의 손길이 깃든 피노키오도 있다. 어엿히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은 바로 제페토 할아버지다. 코 끝에 안경을 걸친 흰머리의 제페토 할아버지가 천진난만한 피노키오와 눈을 맞추고 있는 모습은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피노키오 관련 책들을 모아 놓은 코너에선 기네스북에도 올랐다는 피노키오 좁쌀책이 눈길을 끈다. 손톱보다도 작은 크기의 책 안에 피노키오 이야기를 다 담아냈다니, 책을 만든 이의 정성이 놀랍다.




대개 박물관을 구경할 때면 소장품들의 내력과 가치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일종의 부담감도 따라붙게 마련인데, 피노키오 뮤지엄에선 그런 부담 따윈 잊어도 좋다. 전시물 자체가 하나같이 흥미롭고 예뻐서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행복한 동심 여행에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피노키오 만드는 재미

전시장을 나와 붉은색 단풍 터널로 장식된 계단을 내려가니 체험공간이 펼쳐진다. 상어 모양으로 꾸며진 무대에선 주말과 휴일에 구연동화가 펼쳐진다. 단순히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에 머물지 않고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1인 동화극이다.

무대 안쪽은 원목인형과 종이관절 인형을 직접 만들어보는 공간이다. 마치 제페토 할아버지가 된 기분으로 나만의 피노키오를 만들어보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미술을 전공한 지도 선생님이 항상 상주하며 멋진 작품 탄생을 도와주기 때문에 꼬마손님들의 호응이 높다. 

체험 공간에서 문을 열고 나서면 열림원 출판사가 만든 어린이책을 전시·판매하는 피노키오 책방이다. 책의 다채로움도 만족스럽고 책방의 공간 디자인도 마치 동화속 어린이 궁전을 옮겨놓은 듯 예쁘다. 10% 할인된 가격에 책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가면 아트숍이 나타난다. 입구에서 영국에서 온 여행하는 곰 패딩턴이 한 손으로 모자를 들어 올리며 화사한 인사를 건넨다.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파는 가게지만 상품 하나하나가 예쁘고 참신해 또 하나의 생활 아트 전시장이나 다름없다.

나만의 피노키오를 만들 수 있는 체험공간.

엄마 손을 잡고 온 꼬마 방문객이 도우미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목각인형을 색칠하고 있다.

피노키오 책방에선 열화당에서 발행된 어린이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피노키오가 찾아 준 마음속 그 아이

아트숍 안쪽에는 도도갤러리가 자리하고 있다. 피노키오 뮤지엄이 기획하는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공간이다. 전시 역시 동화와 동심의 세계를 주제로 기획된다. 지난해엔 프랑스 동화의 대문호인 샤를 페로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다. 올해도 서너 개의 흥미로운 전시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동선은 야외 무대로 이어진다. 낭만적인 테라스가 펼쳐진 야외 무대에선 날이 풀리면 정상급 뮤지션들의 클래식과 애니메이션 OST 등의 레퍼토리로 멋진 재즈 공연이 주말마다 이어진다.

나들이의 마지막은 야외 계단을 타고 3층으로 올라가 북카페 헤세에서 시원한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향긋한 차 한잔으로 마무리하자. 북카페에선 열림원이 낸 다양한 책들도 구매할 수 있다. 북카페는 4층으로도 이어진다. 좀 더 아늑한 공간에서 크고 작은 모임을 갖기에 안성맞춤이다.

피노키오가 선물해 준 멋진 공간들을 둘러보고 나면 방문객의 맘 속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동심이 슬그머니 인사를 건넬지도 모른다.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촉감의 나무 인형 피노키오가 지금도 사랑스럽다면, 당신 맘 속 그 아이도 여전히 나이를 먹지 않았다는 증거라 여겨도 좋으리라.

피노키오 뮤지엄
주소 파주시 회동길 152
문의 031-8035-6773

북카페 헤세.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화사하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북카페 헤세의  4층 야외 테라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