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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언덕에 누워 바람을 만지다<공감공간> 평화누리공원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7.08.26 13:22
  • 호수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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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땅 인접한 평화의 쉼터
쾌적한 공간이 선사하는 휴식과 사색
9월 9일 ‘파주 포크 페스티벌’ 열려

 

드넓게 펼쳐진 하늘과 푸르른 잔디언덕, 잔잔한 연못이 어우러진 평화누리공원의 호젓한 풍경.

반나절 짧은 나들이 시간이 주어지면 고민할 것 없이 일단 차를 몰고 나가 자유로를 타고 북쪽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차 안에서 천천히 결정해도 좋다. 파주출판도시, 헤이리 예술인마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별한 목적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냥 자유로가 끝나는 곳까지 가 보자. 언제 찾아가도 느긋하게 반겨주는 곳, 평화누리공원이 기다리고 있다.

혼자라면 산책, 함께라면 피크닉

3만 평의 잔디 언덕을 중심으로 조성된 평화누리공원의 주인공은 하늘과 바람이다. 탁 트인 잔디 언덕 배경으로 하늘이 길게 펼쳐진다. 거추장스러운 건물 실루엣이 깔끔히 지워진 채 땅과 하늘이 만나는 풍경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터라 나들이꾼의 마음이 새삼 반갑고 상쾌하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면 말할 것도 없고, 구름이 차지한 풍경도 나름대로 멋지다.

언덕을 넘나드는 바람은 잔디밭에 줄지어 선 바람개비를 지나며 비로소 형상을 드러낸다. 인간의 경계에 구애받지 않는 바람의 자유로움이 부러워진다. 하늘을 배경 삼아 바람이 이끄는대로 산책을 즐기다 보면 마음 속 시계가 느리고 편안하게 돌아간다.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평화누리공원을 찾는다면 ‘피크닉 모드’를 추천한다. 우선 챙겨야 할 장비는 간편한 그늘막이다. 그늘막 텐트가 허용되는지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여느 공원들과 달리, 평화누리는 아예 그늘막 설치 허용 공간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간단한 먹거리나 음료를 준비해 왔다면 금상첨화. 다만 고정팩을 박는 대형 천막은 사절이다. 천막의 2개 방향 이상을 개방해야 한다는 원칙도 지켜야 한다.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할 곳에서 지나치게 사적인 공간을 만드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니니까.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에는 그늘막 텐트가 없어도 넉넉한 피크닉매트 한 장이면 충분하다.
 

 

개성 품은 카페와 조형작품 곳곳에

피크닉 도시락을 준비해오지 못한 이들은 카페안녕, 디브런치안녕, 비스트로안녕에서 간단한 음료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카페안녕은 수생식물로 뒤덮인 고요한 연못 위에 자리하고 있고, 디브런치안녕은 잔디언덕 너머에 수줍은 듯 숨어 있다. 그런가 하면 비스트로안녕은 야외무대 뒤편의 생명촛불 파빌리온 건물과 이어져 있다. 위치만큼이나 실내 분위기도 각각의 개성을 자랑하고 있으니 차림표와 취향을 고려해 선택하면 될 듯. 평화누리공원의 ‘안녕 삼총사’와 만나며 평소에 흔하게 사용하는 ‘안녕’이라는 말의 넓은 포용력에 대해 새삼 생각해본다. 누군가에게 오늘의 평안을 확인하는 말이면서 내일의 평안을 기원하는 말,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아쉬움마저 품은 말, ‘안녕’.

곳곳에 자리 잡은 조형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다른 조각공원과 달리 평화누리의 조형작품들은 풍경 속에 녹아들 듯 과하지 않게 배치돼 있다. 앞서 말한 바람개비 작품인 ‘바람의 언덕’과 함께 대나무로 만든 거대한 인간이 땅 속에서 서서히 솟아나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통일부르기’가 평화누리공원을 상징하는 대표적 조형작품이다. 그 외에도 시민들이 참여해 만든 ‘평화의 벽’, 버려진 양은냄비에 세로운 생명력을 부여한 ‘리바이벌 벅’ 등 예술성 뛰어난 작품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대나무와 스틸로 만든 거대한 인간이 마치 땅 속에서 솟아오르듯 언덕 너머 그리운 곳을 향한다. 작품 제목은 '통일 부르기'.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움을 희구하는 설치 작품 '바람의 언덕'.
.버려진 양은 냄비를 멋진 조형미술로 업사이클링한 작품 '리바이벌 벅'. 원시적 생명력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일상의 소중함 되새기는 공간

평화누리공원의 모토는 ‘일상속의 평화로운 쉼터’다. 사실 ‘일상’을 말하기엔 위치가 좀 뜬금없다. 코앞에 놓인 임진강 철교 너머가 북녘 땅이다. DMZ를 사이에 두고 요즘처럼 험한 말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평화나 쉼터라는 말이 한가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쟁의 반대말이 일상이라고 했던가. 평화누리공원을 산책하며 누리는 소소한 여유와 기쁨이야말로 우리가 전쟁을 거부하고 지켜내야 할 ‘일상’의 소중함과 당위성을 되새기게 한다.

평화누리공원은 가까이 임진각과 이웃하고 있다. 임진각은 아픔과 그리움의 현장이다. 두 공간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임진각이 망각된 과거를 호출해 분단의 슬픈 현실을 다부지게 직시하는 공간이라면, 평화누리는 하나의 공동체가 꿈꾸는 미래를 미리 선취하듯 누리는 공간이 아닐까. 임진각이 날카롭게 벼린 직선이라면, 평화누리는 부드럽게 다듬은 곡선이다. 분단의 아픔과 일상의 평화는 이렇게 나란히 이어져 서로의 가치를 보다 선명하게 조명한다.

철조망에 미달린 리본마다 평화를 향한 메시지가 적혀있다.

70~90년대 전설의 뮤지션 한 무대 올라

평화누리공원은 최근 개최된 ‘DMZ 평화콘서트’를 비롯해 대형 야외 공연이 종종 열리기도 한다. 대형 공연이 펼쳐지는 날에는 소풍 나온 듯 돗자리를 들고 삼삼오오 자리잡은 관객들로 잔디광장이 가득 찬다. 특히 초가을에 열리는 파주 포크 페스티벌은 올해로 7회를 맞으며 국내 최대의 포크음악 축제로 자리잡았다. 9월 9일 열리는 ‘2017 파주 포크 페스티벌’ 무대에서는 해바라기, 정태춘·박은옥, 동물원, 유리상자 등 감미로운 기타선율을 매만지는 가수들과 함께 YB, 이은미, 변진섭 이치현과 벗님들과 같은 가요계의 레전드들을 만날 수 있다. 2만여 명의 관객들과 함께 푸르른 잔디밭에 둘러 앉아 포크음악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추억을 남겨보면 어떨까. 자리는 플로어석, 피크닉석, 패밀리존으로 구분되며 각각 티켓 가격이 다르다. 문의 031-931-6666
 

초가을 열리는 파주 포크 페스티벌은 화려한 출연진과 야외 무대의 낭만이 어우러져 매 년 많은 관객을 불러모은다.
밤이 되면 페스티벌 무대는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제공=파주 포크 페스티벌>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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