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공간> 평아트카페

일터·쉼터·삶터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
콘서트, 낭송회 등 다양한 행사 기획
“예술과 일상 이어주는 사랑방 기대하세요”

 

다양한 문화 행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쪽 벽면을 스크린으로 사용한 평아트카페의 내부 모습.

[고양신문]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을 찾아 일상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오는 ‘문화예술’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동네 서점에서 강연과 콘서트가 열리고, 크고 작은 동아리에서 반짝이는 문화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문제는 바빠진 발걸음을 수용할만한 공간적 인프라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 고양시에 또 하나의 멋진 문화 공간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설문동으로 향했다. 농경지와 창고가 교차되는 마을길로 차를 몰다 보니 단정한 전원주택단지가 나타난다. 전원주택단지 맞은편에 자리한 모던한 스타일의 검은색 건물, 카페와 아트갤러리와 공연장이 집약된 ‘평아트카페’다.

북미 여행 중 싹튼 꿈이 현실로

갤러리카페를 연 평아트 한성수 대표는 공간의 정체성을 “일터, 쉼터, 삶터가 함께 어울린 복합문화공간”이라고 규정했다. 그의 말대로 액자를 생산하고 그림을 유통하는 일터이자, 차와 휴식공간과 전시공간이 있는 쉼터,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상의 결을 나누는 삶터가 바로 갤러리카페 평이다.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한성수 대표는 1994년부터 일산 주엽동에 작은 아트숍을 차리고 그림 액자를 만들었다. 원목으로 솜씨 좋게 만든 액자는 그림, 또는 사진작품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24년 가까이 한 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업계에서도 고참이 되었다. 작가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다 보니 자연스레 넉넉한 인맥이 쌓인 것은 한성수 대표의 가장 큰 자산이기도 하다.

그가 작업장과 갤러리가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 아이디어를 얻은 건 2004년 캐나다의 한 아트컴퍼니를 방문했을 때다. 작업환경이 여느 가구공장과 다를 바 없는 한국의 액자 공장과 달리 캐나다의 아트컴퍼니는 예술인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는 훌륭한 문화 공간이었던 것. 당시에 싹을 틔운, 아트액자와 문화공간이 어우러진 건물을 짓겠다는 꿈을 13년만에 비로소 실현한 것이다.

“작가들이 액자를 주문하러 왔다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관계를 맺고, 전시를 기획하는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공간이 문을 열자마자 친교가 있는 작가들과 아트 액자를 생산하는 동업자들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평아트카페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액자공장과 카페, 갤러리가 한 자리에 모인 평아트 건물.
마당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

 

그림이 있는 카페가 공연장으로 변신

 

아래층부터 천천히 살펴보자. 각종 기계와 작업테이블이 빼곡한 1층은 다양한 액자를 생산하는 공간이다. 건물 전체의 ‘기본 생산성’을 책임지는 엔진과 같은 곳이다. 문화공간과 어울리게 소음을 차단하고 집진시설을 완비하는 등 작업환경을 업그레이드했다. 액자를 열심히 만들어야 문화공간과 갤러리가 경제적 셈법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에 한 대표의 손길은 밤낮없이 바쁘다.

2층은 만남의 장이다. 천장이 높고 테이블 간격도 넉넉하다. 건물 설계에서부터 시공, 그리고 가구와 인테리어, 소소한 소품까지 한성수 대표가 솜씨를 발휘해 직접 만든 것들이 대부분. 조각가로서의 창의성을 발휘해 일생일대의 걸작을 스스로 완성한 것이다. 50명까지 앉을 수 있는 넓고 쾌적한 공간은 평소에는 통유리창이 시원한 카페지만, 때때로 작은 콘서트가 열리는 공연장으로, 작가들과의 만남이 있는 연회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문학강좌나 낭송회, 영화감상 모임 등을 열 수 있도록 음향, 조명, 기본 악기, 빔프로젝트 등을 부족함 없이 갖췄다. 카페 한쪽의 흰 벽면은 영상이 투사되는 스크린 역할을 한다. 테이블과 의자도 이동이 편하도록 갖춰 행사 성격에 따라 언제든 공간을 가변적으로 세팅할 수 있도록 했다.
 

카페 오픈 행사에 참석한 지인들의 모습.


가장 자주 열리는 문화 행사는 아무래도 작은 음악회가 될 듯. 한 대표 자신이 고양시의 대표적인 합창단 중 하나인 한가람합창단 멤버로 활동하는 장점을 살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들을 무대에 세울 예정이다.
“전문 공연장과는 또 다른, 객석과 출연자가 하나가 되는 문턱 낮은 문화 공연을 꿈꿉니다.”

카페 한쪽에서는 그림이나 아트포스터를 구입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다. 특히 아트포스터는 한 대표의 안목으로 해외 업체에서 직접 주문하기 때문에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들이 많다. 실내를 장식하거나 사업장의 예술 소품을 장만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상담을 요청하면 한성수 대표가 직접 용도와 공간에 맞는 작품 선택을 도와준다.
“작가 기획전과 함께 아트포스터를 활용해 유명 화가의 프린팅전도 열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고흐 작품을 전시하며, 고흐에 대한 강좌를 연계 프로그램으로 개최해도 재밌겠죠?”

개관 초대전 양나희 작가 초청

2층에서 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는 3층은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다. 현재 3층 갤러리에서는 갤러리평 개관 초대전으로 양나희 작가의 ‘삶+풍경’ 전시가 열리고 있다.
“미술작업은 작가의 성실한 노동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가야말로 작품을 보면 그 안에 깃든 작가의 노력과 인내에 감탄을 보낼 수밖에 없지요.”

직접 작품을 감상해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된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골판지를 하나하나 잘라 붙여 풍경을 만들어낸 후 페인팅을 입힌 독특한 기법이 감탄스럽다. 정면에서 보면 평면 회화 같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입체감이 도드라지는 조형작품이기도 하다.
 

개막전 초대작가 양나희 화가의 작품(부분). 정면에서 보면 회화 같지만 측면으로 다가설수록 뚜렷한 입체감을 보여준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양나희 작가의 작품을 참 좋아합니다. 사람 냄새 나는 변두리 마을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슬라브와 기와지붕이 섞인 달동네, 복개되지 않은 하천, 마을의 실루엣을 세로로 가르는 교회 종탑 등이 정서적으로 아주 친근한 공감대를 선물한다. 젊은 작가가 이런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 놀랍다. 순천과 광주에서 주로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를 대표는 오랜 시간 온라인을 통해 교류하다 개관 초대전에 모시게 됐다고 한다. 전시는 회화와 조각, 사진 등 장르를 넘나들며 연 8회 정도 열 예정.

“오늘날 미술은 여전히 일반인들과 보이지 않는 문턱을 쌓고 있습니다. 인사동만 해도 선뜻 들어가기가 어렵잖아요. 작가에게나 감상자들에게나 불행한 일이지요. 평아트카페처럼 작고,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고, 눈 맞추기 좋은 전시공간이 예술과 대중을 연결하는 매개가 되리라 믿어요.”

공연, 전시 등에 방점을 찍었지만 평아트카페는 어디까지나 언제든 찾아가 향긋한 커피 한잔 주문할 수 있는 문턱 낮은 카페다. 머잖아 긱종 SNS를 통해 '고양시 가볼만한 곳' '고양시 데이트코스' '고양시 갤러리카페' 등의 검색어에 자주 이름을 올릴 듯. 남들보다 일찍 들러 각자의 감성과 공간과의 접점을 발견해보자.
 

평아트카페
일산동구 설문동 238-4
031-977-0442
 

시원한 통유리창 너머로는 아늑한 전원주택단지 풍경이 펼쳐진다.
3층 갤러리의 나무 난간.
건물 입구에 나란히 선 부부. "평아트카페에 한 번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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