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탱고 폭스트롯>
(2016/ 티나 웨이, 마고 로비, 마틴 프리먼 주연)

주연배우들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왼쪽부터 마고 로비, 티나 페이, 이언 프리먼. 
주연배우들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왼쪽부터 마고 로비, 티나 페이, 이언 프리먼. 

[고양신문]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가장 재밌게 본 현대전 소재 영화는 2016년 개봉한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이다. 전쟁영화 특유의 긴박한 현장감, 성적 수다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헐리우드식 코미디. 둘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봐도 기대 이상의 값을 하는 독특한 영화다.       

수년째 사무실에 앉아 뉴스 원고 다듬는 일을 하는 킴(티나 페이). 답답한 일상에 전환점이 필요했던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프가니스탄 임시 종군기자로 파견된다. 카불 공항에 내리자 모든 것이 낯설고 겁난다. 코를 자극하는 불쾌한 냄새에 미간을 찌뿌리는 킴에게 현지 가이드가 위로랍시고 조언을 건넨다. “공기에 똥가루가 섞여 있어서 그래. 금방 적응될거야.”

가이드의 말은 정답이었다. 좌충우돌 상황들을 하나하나 거치며 킴은 종군기자라는 역할에 서서히 적응해간다. 아니, 적응을 넘어 자신도 몰랐던 적성을 발견하는 눈치다. 어라? 이거 생각보다 익사이팅한데? 마침 킴의 도전욕을 자극하는 롤모델도 있다. 킴보다 일찍 카불에 자리잡은 타냐(마고 로비)는 일도 연애도 거침없이 성취해내는 여신급 종군기자다. 나라고 못할쏘냐, 나도 특종 한번 해 보자구!

카불에서의 시간(1) 목숨 걸고 전쟁 현장을 취재한다. 
카불에서의 시간(1) 목숨 걸고 전쟁 현장을 취재한다. 

카불에서 킴의 시간은 두 개로 나뉜다. 하나는 해병부대 작전차량에 동승해 목숨을 담보로 취재를 하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일을 끝내고 숙소인 호텔로 돌아와 여러 나라의 종군기자들과 어울리며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다. 영화는 이 두 개의 시간이 서로를 ‘중독’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위험했던 순간의 트라우마가 쌓이지 않도록 술과 섹스에 탐닉하고, 다음날에는 공허한 마음을 털어내기 위해 어제보다 더 위험한 현장을 찾게 되고.  

영화의 코미디적 요소 중 많은 부분은 킴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수컷들이 득시글거리는 현장에 여자가 끼어들려니, 작전 중 소변을 한번 보려 해도 곤욕을 치러야 한다. 반대로 “뉴욕서 4점짜리가 카불에서는 10점짜리가 되고, 돌아가면 다시 4점짜리가 된다”는 표현에서 보듯 과잉된 추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카불에서의 시간(2) 매일 밤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취하고 망가진다.  
카불에서의 시간(2) 매일 밤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취하고 망가진다.  

하지만 킴은 슬기롭게도 여성 특유의 직관과 감성으로 남성들이 보지 못하는 측면을 포착하기도 한다. 미군이 현지 여성들을 위해 파 놓은 마을 공동우물이 파괴되는 일이 반복되는데, 탈레반의 소행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다. 미군들도 마을 남성들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의 진실을 킴이 알아챈다. 범인은 바로 마을의 여자들. 그녀들이 유일하게 남성들의 시선을 피해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개울가였는데, 마을 한가운데 우물이 생기고 나니 그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았던 것. 사실을 보고하는 킴에게 “아니, 여자들이 왜 우물을 파괴해?”라고 되묻는 부대장의 표정은 아프가니스탄을 돕겠다고 나선 미군들이 얼마나 자기중심적 헛발질을 해댔던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킴의 특종 중독을 더욱 부채질하는 외부적 요소도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전에 대해 미국의 방송국과 시청자들은 이미 관심을 거둔 지 오래다. 사실은 그래서 킴과 같은 초짜가 여기까지 날아올 수 있었던 것. 이제 웬만큼 자극적인 영상이 아니면 뉴스를 타기도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킴과 특별한 사이가 된 허풍쟁이 사진기자 이안(마틴 프리먼)이 잔챙이 무장세력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제 우리의 여전사 킴에게는 남친도 구하고, 자신의 존재감도 만천하에 드러낼 결정적 한 방이 절실하다. 어떻게? 영화를 찾아보시라. 

영화의 제목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은 무슨 뜻일까? 찾아보니 군대나 선박, 비행기 조종사 등이 상대를 호출할 때 쓰는 NATO 표준 음성기호에 사용되는 단어라고 한다. 잘 지은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술과 음악에 쩔어 있는 종군기자들의 밤시간과, 음성기호로 소통해야 하는 긴박한 군사작전 현장을 동시에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근데 위스키는 W, 탱고는 T, 폭스트롯은 F를 가리키는 말이니까 합쳐놓으면 WTF이 된다. 맞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하도 흔하게 들어 귀에 착 감기는 바로 그 문장 “What The fuct!” 되시겠다. 제목을 핑계로 일단 욕부터 날리고 시작하는 영화라니, 열 받아서라도 보지 않을 재간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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