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도시마케팅을 위한 제언 ③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 명칭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1월 12일 공포됨에 따라 수원·고양·용인·창원 등 4개시는 2022년 1월13일 특례시로 출범하게 됩니다.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부터는 일부 자치분권과 인사권 이양, 예산, 재정증대의 혜택이 예상되기에 획기적인 도시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초자치단체를 넘어 광역시급의 ‘특례시’로 거듭난 고양시의 질적·내적 성장과 효율적인 도시마케팅을 위한 전문가 칼럼을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

영국 화가 리차드 선더스의 토피어리 고양이 작품. 일산호수공원과 주요 관광지에 이와 같이 다양한 형상의 토피어리 정원을 만든다면 친환경·생태중심의 랜드마크로 작용하며 자연스레 고양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늘게 될 것이다. [사진출처 : www.facebook.com/topiarycat]
영국 화가 리차드 선더스의 토피어리 고양이 작품. 일산호수공원과 주요 관광지에 이와 같이 다양한 형상의 토피어리 정원을 만든다면 친환경·생태중심의 랜드마크로 작용하며 자연스레 고양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늘게 될 것이다. [사진출처 : www.facebook.com/topiarycat]

[고양신문] 랜드마크(landmark)는 랜드(땅)와 마크(이정표)의 합성어다.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지형이나 시설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땅에 세워진 대상이다. 

프랑스의 에펠 탑(Eiffel Tower),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 이집트의 피라미드(Pyramid)와 같이 어떤 국가나 도시하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바로 랜드마크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 혹은 도시에는 그 곳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홍보하기위해 내세우는 건물이나 유명한 문화재가 존재한다. 

고양의 랜드마크 일산호수공원
고양시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킨텍스 혹은 일산호수공원을 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필자에게 고양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꼽으라면 조금의 주저함이 없이 일산호수공원이라고 말할 것이다. 킨텍스는 대규모 혹은 국제적인 회의·행사·전시·공연 등을 열 수 있는 시설을 갖췄지만 주로 비즈니스 목적을 위해 찾는 곳이라 평소 일반인이 자주 접하는 공간은 아니다. 

반면 일산호수공원은 일산신도시 개발과 연계해 조성한 근린공원이자 국내 최대 인공호수로 전체면적은 약 103만 4000㎡이고, 호수면적은 30만㎡다. 도시인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자연생태계를 재현하며 다양한 주변경관과 호수를 이용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면서 30년 가까이 고양시민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사랑받아왔다. 

일산호수공원 전경 [사진 =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전경 [사진 = 고양시]

어느새 일산호수공원은 고양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명과 같은 공간이 됐다. 필자 역시 일산호수공원 근처에 사무실을 내고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힐링이 필요할 때면 무시로 호수공원을 찾곤 한다. 매년 국제꽃박람회가 열리고 계절별로 꽃 잔치와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되며 국내를 넘어 세계인이 찾는 공원으로 자리매김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와 올해는 꽃박람회가 열리지 못했지만 코로나19가 잦아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고양시의 랜드마크인 일산호수공원과 고양시를 방문하게 될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고양시는 일산호수공원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정성들여 가꿔왔다. 이젠 일산호수공원 없는 고양시는 상상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고양시를 찾은 관광객이 단지 일산호수공원에만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고양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관광요소를 연결해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고 쾌적하게 고양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은 일산호수공원을 포함한 고양시의 여러 관광지를 고객 관점에서 재점검하고 리뉴얼하는 기회로 삼기에 좋은 기회다.   

호수공원 리뉴얼해 경험·감동 극대화해야
필자는 지난 30년 동안 브랜드 경험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고객은 광고, 입소문, 매장 분위기,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서비스, 직원의 태도 등 무의식적인 부분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경험적인 요소를 통해 해당 브랜드를 인식한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 경험디자인은 브랜드의 가치와 경험요소들을 일관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고객접점이 일어나는 모든 부분에 브랜드가 일관되게 녹아있어야 하고, 작고 세세한 부분까지 관심을 가져줄 때 고객들은 감동을 느낀다. 

브랜드 경험디자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일산호수공원은 편안하고 친근하긴 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랜드마크적 요소가 별로 없다. 쉽게 말해 이미 익숙한 공간이 돼버려서 랜드마크적 요소가 희석됐다고 생각된다. 호수공원을 시민들에게 생생한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공원으로 리뉴얼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좋은 도시란 사람들의 경험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도시다. 글로벌 유명 도시들은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해 그 도시만의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기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우리도 호수공원에 있는 조잡한 사인물은 과감하게 걷어내고 오래된 공공시설물을 일관성 있고 가시성이 높은 디자인을 적용해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때 차갑고 날카로운 금속재질보다는 친환경 이미지에 걸맞은 식물소재를 사용해 장식하는 토피어리(topiary : 식물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자르고 다듬어 보기 좋게 만든 작품)를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리차드 선더스의 토피어리 고양이 작품 [사진출처 : www.facebook.com/topiarycat]
리차드 선더스의 토피어리 고양이 작품 [사진출처 : www.facebook.com/topiarycat]
리차드 선더스의 토피어리 고양이 작품 [사진출처 : www.facebook.com/topiarycat]
리차드 선더스의 토피어리 고양이 작품 [사진출처 : www.facebook.com/topiarycat]

영국의 초현실주의 화가 리차드 선더스는 사랑하는 반려묘 톨리가 죽자 생전의 톨리 모습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해변, 섬, 정원 등 실제로 존재하는 풍경사진 속에 톨리 형태의 토피어리를 합성한 작품을 발표했다. 상상 속의 세계지만 톨리 토피어리는 손을 뻗으면 나뭇잎의 감촉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사실적이어서 온라인에서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인기를 모았다.

실제 현실 속에서 일산호수공원에 이런 거대한 고양이나 다양한 형상의 토피어리 정원이 생긴다면 얼마나 멋질까 상상해본다. 또한 고양시의 주요 관광지에 이런 토피어리 조형물이 설치된다면 고양시민과 관광객들에게는 그늘과 휴식의 공간과 더불어 생태학습장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의 축적된 경험과 감성이 문화도시의 토양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도시가 인기를 얻게 될 것은 자명하다. 과거 도시의 랜드마크가 단순히 높이나 스케일을 중시했다면 미래의 도시 랜드마크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생태·환경적인 측면이, 수직적인 면보다 수평적인 면이 더 강조되고 있다. 자동차에게 내주었던 길을 되찾고 사람중심의 도시로 재편되면서 도시의 랜드마크도 시민 다수가 공유하는 열린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별히 내세울 랜드마크가 없는 도시는 쇠퇴하고 시민과 함께 하는 상징적 랜드마크가 있는 도시를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될 것이다. 우리 도시를 찾아달라고 호소하기에 앞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고양시를 찾으면 만날 수 있는 ‘사람과 환경중심’의 랜드마크를 만든다면 자연스레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다. 

고양시에는 뛰어난 아티스트들도 많이 살고 있다. 그들과 함께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일산호수공원을 함께 리뉴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양시민과 아티스트가 함께 만든 새로운 작품을 일산호수공원에 구현하는 것은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수용 팔콘디자인 대표
이수용 팔콘디자인 대표

고양 ‘특례시’ 출범이 행정 부문만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간직한 작은 ‘경험’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시민들의 그 삶의 경험이 ‘감성’으로 축적되고, 그 축적된 감성이 곧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를 만드는 기름진 토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사람이 꾸면 꿈에 불과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처럼 고양시가 전 세계인이 부러워할 랜드마크를 지닌 열린 도시로 재탄생하기를 모든 고양시민들과 함께 꿈꾼다.   

이수용 팔콘디자인 대표, 브랜드&디자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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